기존 언론사와의 상생을 취지로 네이버가 지난해 12월 초 도입했던 ‘검색 시 아웃링크서비스’가 언론사에 트래픽(접속량)을 이전하는 효과를 내고 있지만 언론사들이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조작을 하거나 함량미달의 기사를 생산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사 트래픽 경쟁 ‘도’ 넘어= 지난 13일 오전 10시26분. 조선닷컴에 <이동국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입단테스트 받아>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기사는 중앙일보가 같은 날자 26면에 게재한 <이동국, 프리미어리그로? 미들즈브러 입단 테스트> 기사와 거의 똑같았지만, 중앙일보의 크레디트나 바이라인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정영재 중앙일보 기자는 “단독 기사 한 꼭지에는 그동안 기자가 쌓아올린 취재 노하우와 인맥이 모두 담겨 있는데, 이것을 아무 얘기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째로 베끼는 것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망각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 네이버가 검색시 아웃링크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언론사들은 검색어를 이용한 ‘짧은 글짓기’를 하며 트래픽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 사망한 고 김형은씨 관련 기사는 그 대표적 예이다.  
 
중앙일보는 이 같은 조선닷컴의 기사 무단도용에 대해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온라인 담당 고위 관계자는 “조선 쪽이 무단으로 기사를 베낀 사례가 더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실무진 차원에서 고문 변호사와 법적 대응이 가능한 지, 한다면 어느 수위로 하는 게 좋은 지 등을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런 상황이 네이버의 아웃링크 서비스 이후 언론사들의 트래픽 늘리기 경쟁이 부른 결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모니터에서 드러난 ‘베껴쓰기’ 기사는 대체로 포털에서 인기검색어 순위에 오른 단어가 들어간 것들”이라며 “자사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이라고는 하지만 크레디트를 붙이지 않고 바이라인도 없이 남의 콘텐츠를 가져가 이것을 다시 포털에 제공하는 것은 도둑질한 상품을 파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트래픽 경쟁, 저널리즘 위협”= 검색 시 아웃링크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검색어를 중심으로 몰려다니는 네티즌의 성향에 따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포함한 ‘짧은 글짓기’를 하거나, 최근 보낸 기사가 검색에서 맨 위에 뜨는 것을 이용해 송고 했던 기사의 제목이나 내용을 살짝 바꿔 새 기사인 것처럼 보내는 ‘검색 어뷰징’(클릭 수를 늘리기 위한 조작행위)이 횡행해 온라인뉴스 전체가 혼탁해지고 있다.

A언론사닷컴 편집자는 “잘못된 것은 알고 있지만 타사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B언론사닷컴 편집자는 “순식간에 1000, 2000씩 트래픽이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이지만 이러다 보면 독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서비스를 못하게 된다. 우리 신문사 페이지뷰가 오른다고 독자들이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고 현재와 같은 트래픽 경쟁은 저널리즘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네이버가 제시하는 검색어에 따라 움직이면서 결과적으로 네이버에 더 종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홍은택 미디어 담당 이사는 “사용자들에게 최신 정보를 주는 것도 중요하고, 특종이나 단독보도를 주목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현재 검색할 경우 기사가 시간 순으로 배열되고 있는데, 이를 보완할 방법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선민·안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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