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8>

역사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소설 '요코 이야기'와 관련해, 이 책을 펴낸 출판사 문학동네가 17일 저녁 홈페이지(www.munhak.com)를 통해 '요코 이야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학동네는 "이 책은 저자 요코 가와시마 윗킨스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재료로 쓴 '소설'이고, 모든 소설이 그렇듯이 여기에 담긴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가공된 체험"이라며 "소설의 측면에 주목해서 이 책을 검토했고 출판했다"고 밝혔다.

   
  ▲ 역사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소설 '요코 이야기'(왼쪽). 논란이 번진 17일 '요코 이야기'를 펴낸 '문학동네' 홈페이지는 일시 다운되기도 했다(오른쪽).  
 
문학동네는 "소설이 전쟁이라는 상황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무참하게 파괴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학대를 비롯한 몇몇 에피소드는 그러한 전쟁의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의 일부라고 생각했다"며 "일제의 지배를 당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부분이 있는 소설임은 분명하지만 일본의 민간인 소녀가 전쟁의 참화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또 그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한다면 읽을 만한 소설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문학동네는 "일제의 침략과 만행을 모르는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단지 이 한 권의 책만 읽히는 것은 문제이고, 이런 점에서 미국의 교과서 채택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일제의 만행을 모르지 않는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르게 읽힐 것이라는 확신이다. 우리 독자들 중에 '요코 이야기'를 읽고 자극을 받아 한국이나 일본의 공식적인 역사서와 다른 방식으로 전쟁 체험을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났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학동네 이병률 기획실장은 "문학전문가들에게 감수를 받아 소설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다시 판명받은 뒤 이후 출판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요코 이야기'가 1986년 '뉴욕타임스'와 '위클리 퍼블리셔'의 우수도서로 선정됐다고 홍보한 것에 대해 " '요코 이야기'의 속편인 'My brother, my sister, and I'(국내 미발행)가 우수도서로 선정된 것을 잘못 알고 그렇게 한 것"이라며 "큰 실수"라고 해명했다.

문학동네에 따르면 '요코 이야기'는 2005년 4월 국내에 번역 출판된 이후, 총 5000부가 발행됐지만 실제 3000부 정도가 판매됐다.

다음은 문학동네가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입장이다.

<'요코 이야기' 출간 배경에 관하여>
 
<요코 이야기>는 2005년 4월 출간된 소설입니다.

큰 판매를 기대하지 않았던 책이라 1쇄(2005년 4월 29일) 2천부를 발행하였고, 2쇄부터는 1천부씩 발행하여 총 4쇄(2006년 12월 22일 발행)를 발행했습니다. 발행부수는 총 5천부이지만, 재고부수 1천 2백권을 감안하면 실제 독자에게 판매된 부수는 3천부 정도일 것입니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이 책은 저자 요코 가와시마 윗킨스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재료로 쓴 ‘소설’입니다. 모든 소설이 그렇듯이 여기에 담긴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가공된 체험입니다. 저희 출판사는 바로 그런 소설의 측면에 주목해서 이 책을 검토했고 출판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전쟁이라는 상황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무참하게 파괴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학대를 비롯한 몇몇 에피소드는 그러한 전쟁의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의 일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제의 지배를 당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부분이 있는 소설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민간인 소녀가 전쟁의 참화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또 그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한다면 읽을 만한 소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읽기에 따라서는 일본인=가해자, 한국인=피해자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일본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굳어진 통념을 잠시나마 접어두게 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소설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소설은 13년 전부터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 교재로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일제의 침략과 만행을 모르는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단지 이 한 권의 책만 읽히는 것은 문제입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교과서 채택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일제하 한국인들의 고난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이 소설이 읽히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저희 역시 우려를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제의 만행을 모르지 않는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르게 읽힐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우리 독자들 중에 <요코 이야기>를 읽고 자극을 받아 한국이나 일본의 공식적인 역사서와 다른 방식으로 전쟁 체험을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났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건대, <요코 이야기>는 역사서가 아니라 소설입니다. 소설의 관점에서 읽고 그 장단점을 판단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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