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와의 상생을 취지로 네이버가 지난해 12월 초 도입했던 ‘검색 시 아웃링크서비스’가 언론사에 트래픽(접속량)을 이전하는 효과를 내고 있지만 언론사들이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조작’을 하거나 함량미달의 기사를 양산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시적·불안정한 트래픽 증가와 연예매체 상승세= 12일 코리안클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가 아웃링크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조인스닷컴·조선닷컴 등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아이뉴스24(조이뉴스24), 머니투데이(스타뉴스), 마이데일리 등 연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매체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코리안클릭은 “주간 순방문자 규모가 40만명 내외였던 아이뉴스24는 1월 첫주 111만명의 순방문자를 기록했고, 네이버 통합검색에서의 유입이 거의 없었던 머니투데이는 아웃링크 시작 이후 매주 방문자의 30% 이상이 네이버 검색에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 코리안클릭이 1월12일 발표한 언론사 뉴스 UV 트렌드.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초 '검색시 아웃링크' 제도를 도입했다.  
 
코리안클릭은 “아웃링크가 도입된 한 달 동안 주요 언론사 사이트의 주간별 방문자 규모(UV)는 증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웃링크된 기사의 페이지뷰만 증가하는 등 특정 기사만 읽고 나가는 일회성 방문으로 나타나 언론사 사이트의 실질적인 고객으로 영입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A인터넷연예매체 관계자는 “남규리, 이찬-이민영, 김형은 사건 등 잇따라 터진 연예계 사건도 트래픽 상승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모로 가도 방문자 수만 높이자?= 언론사닷컴 관계자들은 트래픽 상승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트래픽 증가가 일시적이고 불규칙하고 불안하다”고 말한다. 정도 차는 있지만 인기 검색어에 따라 방문자 수가 급증했다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검색어를 중심으로 몰려다니는 네티즌의 성향에 따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맞춰 ‘짧은 글짓기’를 하거나 ‘검색 어뷰징(abusing: 클릭수를 늘리기 위한 조작행위)’이 횡행해 온라인뉴스 전체가 혼탁해지고 있다. 남규리 사건 때 조선닷컴이 이례적으로 3신에 걸쳐 중계하고, 중앙일보가 동영상을 달아놓거나, 이민영-이찬 사건 때 스타뉴스 등 연예매체들이 10, 30분 단위로 기사를 보내거나 한 번에 써도 될 기사를 나눠서 쓰는 경우가 전형적 사례라면, 최근 보낸 기사가 검색에서 맨 위에 뜬다는 것을 이용해 송고했던 기사의 제목이나 내용을 살짝 바꿔 새 기사인 것처럼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다른 언론사 기사를 살짝 고쳐 바이라인도 없이 내보내는 일이 ‘관행’처럼 행해지면서 함량미달의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다.

A인터넷연예매체 관계자는 “김형은 사건 때 인터넷 연예매체는 말할 것도 없고, 조선·중앙이 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고, B언론사닷컴 편집자는 “그렇게 (검색 어뷰징을) 하면 안 되지만 경쟁사에서 하니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C언론사닷컴 편집자는 “일간지가 기사를 넘기는 시각이 새벽 3시인데, 오전 10시 쯤 네이버 인기 검색어가 뜬다. 똑같은 기사를 썼더라도 미리 보내면 죽게 되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살짝 고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D언론사닷컴 편집자는 “순식간에 1000, 2000씩 트래픽이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이지만 이러다보면 독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서비스를 못하게 된다. 우리 신문사 페이지뷰가 오른다고 독자들이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고 검색 어뷰징은 저널리즘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네이버가 제시하는 검색어에 따라 움직이면서 결과적으로 네이버에 더 종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홍은택 미디어 담당 이사는 “유저들에게 최신 정보를 주는 것도 중요하고, 특종이나 단독보도를 주목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현재 시간 순으로 배열되고 있는데, 이를 보완할 방법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박스 ‘글쎄…’= 검색 시 아웃링크 서비스가 트래픽 이전 효과와 동시에 검색 어뷰징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면 네이버의 뉴스개편 2탄인 ‘뉴스박스’의 효과는 아직까지 크지 않다는 것이 언론사닷컴들의 의견이다. 가장 크게는 네티즌의 참여가 저조해서인지 트래픽 이전 효과가 거의 없고, 언론사가 편집권을 갖게 돼 언론사별 개성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대다수 언론사가 가벼운 톤의 정치·사회기사 3개와 연예·스포츠 기사 2개를 배치하는 식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진보적’ 논조가 경쟁력이 될 거라는 기대 속에서 일찌감치 뉴스박스 참여를 결정했던 한겨레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한겨레 관계자는 “대선이 되면 효과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이’ 연성기사를 배치하다보니 우리의 고유한 색깔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네이버가 뉴스박스의 종합을, 언론사로 직접 링크가 걸리는 다음의 언론사별톱뉴스 팝업처럼 운영하고, 다음이 네이버처럼 검색아웃링크와 메인에 언론사별뉴스 코너를 운영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네티즌의 뉴스박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메인페이지에서 프로모션을 추진하고 있고, 네티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뉴스박스의 인터페이스를 일부 보완할 계획이다. 또 이번 주에 언론사를 방문해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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