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이름이 빠진 시사저널(899호)이 8일 발매됐다. 이번에 발매된 시사저널은 기자들이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 쪽이 비상근 편집위원들을 동원해 펴 낸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 8일 발매된 '시사저널' 899호  
 
편집위원들이 만든 이번 호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2012년 정치에 개입해 재집권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2012년 '부활' 노리는 노무현의 속셈>이 커버스토리로 실렸다. 전 국민통합21 대변인 출신인 김행(48) 편집위원이 기사를 작성했다. 김행 씨는 기사에서 "그(노 대통령) 스스로가 그토록 진보 개혁 세력을 정치권에 남기고 싶어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진보 개혁 세력 장례식의 상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 대통령의 생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류근일 자유주의연대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인터뷰도 '스페셜 인터뷰'라는 꼭지로 게재됐다. 기사를 쓴 코리아타임즈 출신의 홍선희(54) 편집위원은 류 고문에게 "최근 대통령의 품위 없는 발언으로 국가의 품위에 손상을 입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는가?" "국가의 품격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나라 법치주의에 문제가 많다는 뜻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윤명중 한국언론인포럼 회장이 쓴 <조중동 잡으려다 친여 매체 죽인다>는 기사도 눈길을 끈다. 윤 회장은 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발의한 신문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정을 내린 조항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손질했거나 헌법에 위배될 만한 사항을 아예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어처구니없게 개악을 해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신문법은 친노 매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문유통원의 설립 자체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밖에 <말로써 말 많은 '확성기 정치' / 노무현 대통령 '막말' 논쟁을 계기로 본 역대 대통령들의 못 말리는 말버릇>(최훈 중앙일보 정치부문 부장대우), <'시아파 초생달' 중동 하늘에 뜨나>(서정민 중앙일보 중동 전문기자) 등 중앙일보 현직 기자들의 기고가 많이 실렸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시론도 정진홍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글이었다.

나머지 스포츠와 문화 콘텐츠는 지난해 8월 기사공급 계약을 맺은 중앙엔터테인먼트&스포츠(JES)와 일간스포츠의 콘텐츠로 채워졌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자신들의 편집권 투쟁에 힘을 실어줘야 할 언론계 선배들이 오히려 이를 가로막는 대체인력으로 활용된 데 대해 허탈해 하고 있다.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모임(시사모)' 사이트에는 시사저널 이번호를 '짝퉁 시사저널'이라며 정기구독을 끊겠다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시사저널의 한 기자는 "이번 호를 보면서 '시사저널'이 아닌 '주간중앙'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며 "이번 사례는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는 시사저널 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에 나쁜 선례를 남기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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