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규 전 기자협회장  
 
고 이승복 군이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는 조선일보 기사가 가필된 것이었다는 주장을 편 김진규(74) 전 기자협회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데스크를 봤던 조선일보 기자가 스스로 가필한 것을 떠벌리고 다니면서 자신도 기사가 그렇게 크게 실릴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내 양심을 걸고 하는 말"이라며 "다만 그 말을 한 당사자가 고인이 돼 밝힐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조선일보의 이승복 기사가 사실이었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에 대해 "엉터리 판결"이라며 "조선일보라는 큰 덩어리가 변호사를 동원해 재판에 나서니 잘못된 판결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58년 연합신문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 △1962년 동화통신 기자 △1965~1970년 중앙일보 기자·차장 △1970년 기자협회장 △1971∼89년 서울신문 사회부장·부국장·논설위원 △1989∼93년 국민일보 논설위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김 전 회장과의 일문일답.

-고 이승복 군이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는 조선일보 기사가 가필됐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이다. 1968년 당시 법조팀에서 사회부 데스크를 보던 조선일보 최모 기자가 후배기자의 전화송고를 받아쓰면서 기사에다가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덧붙여 가필했다고 했다."

-그 기자가 직접 말한 것인가.

"그렇다. 최 씨는 기사가 실린 날(1968년 12월11일) 오후에 법원에 나와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가필했더니 사회면에 크게 실렸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자기가 가필했는데 그렇게 크게 실어줄 줄은 몰랐고, 자신도 놀랐다고도 했다. 막 웃으면서…."

-그 말이 사실인가.

"내 양심을 걸고 하는 말이다. 이승복이 당시 공비 앞에서 그런 말을 할 나이도 아니었다. 이승복 기사는 분명 사실이 아닌데 그 말을 한 최 씨가 이미 고인이 돼버려 밝힐 길이 없다."

-최 기자가 당시 왜 가필했다고 보나.

"이북 출신으로 월남해온 사람으로 당시에도 반공투사적 기질이 있던 기자였다. 그러니 그런 가필을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

-이승복 기사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기사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라는 큰 덩어리가 변호사를 동원해 나서니 잘못된 판결을 한 것이다. 대법 판결은 엉터리다."

-예전에도 대한언론인회보에 이승복 기사에 대한 글을 썼다가 삭제됐다고 했는데.

"언론인회에서 어떤 제목이라도 좋으니 글을 쓰면 실어주겠다고 해서 보냈는데 영문도 모른 채 사라져버렸다. 이후 지난 연말에 신임 회장이 다시 부탁을 하길래 내가 '언론인회가 조중동 앞잡이냐, 뭐하는 짓이냐, 퇴직 언론인이 극우보수만 있느냐, 이렇게 글을 맘대로 잘라도 되느냐. 다시는 회보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 그대로 회장이 꼭 실어주겠다고 해서 글을 쓴 것이다."

-당시 글의 내용은 무엇이었나.

"이승복 기사는 재판거리가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2차대전 때 미국이 '이오지마의 영웅'이라는 가짜 영웅을 만든 사실을 한 기자가 폭로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기자를 상대로 소송한 일은 없었다. 그 외에 국내에서 군에서 사망한 간부를 영웅으로 만든 사례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사실이니 아니니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자신의 과거 기사가 작문이었다는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거의 소아병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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