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규 전 기자협회장  
 
최근 진실인 것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조선일보의 1968년 이승복 관련 기사가 '초를 친'(없는 사실을 덧붙여 그럴듯하게 만든다는 뜻의 언론계 은어) 것이라는 원로 언론인의 주장이 제기됐다.

대법원 판결 직후 피고의 변론을 맡았던 김형태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당시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강모 전 기자의 증언이 허위라며 위증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이번 원로 언론인의 주장이 새로운 불씨를 지필 것인지 주목된다. 

김진규 전 기협회장 "당시 조선일보 데스크 '공산당이 싫어요는 초를 친 것' 떠벌려"

김진규(74) 전 한국기자협회장은 지난 1일자로 발행된 대한언론인회보에 기고한 <'회보'가 가야할 길>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강원도에 무장공비가 출몰해 어린 소년(이승복)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며 "당시 C일보(조선일보)에서 사회부 데스크를 보던 C기자(이북출신)는 일선기자가 전화로 기사를 받으면서 '가필을' 해, 어린이가 공비의 칼에 찔려 죽으면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하며 울부짖었다고 이른바 '초'를 쳤고 이것이 C일보 사회면을 장식했다고 자랑삼아 떠벌렸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68년 12월11일자  
 
김 전 회장은 "이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C기자가 고인이 돼 확실히 알 길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나는 이에 관해(이승복 관련 글) 글을 쓰면서 지금 이 기사를 진짜냐 아니냐 하고 법에 물어 시비를 가리는 것부터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었다"고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언젠가 대한언론인회로부터 원고청탁을 받았으나 회보측은 일언반구의 양해도 없이 글을 송두리째 없애버렸다며 "이는 '무례요, 보수적 시각의 극치'라는 생각이 들어 회보 자체를 외면해왔다"고 밝혔다.

"'이승복 기사 진위 여부 소송거리 아니다' 기고 글, 언론인회보가 삭제"

당시 회보에 보낸 원고에 대해 김 전 회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건 소송 거리가 아닌데…'하고 담담하게 기술한 얘기였다"고 전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글에서 회보에 대한 비판적인 소회도 드러냈다. 김 전 회장은 "한동안 나는 '언론인회를 아예 상대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며 그 이유로 청탁한 원고를 깔아뭉갠 것과 회보의 평소 논조가 너무 보수언론을 닮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따지고 보면 첫 번째 이유도 두 번째의 보수언론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언론인회보, 지사 발굴해 원고 간청했으면"

마지막으로 김 전 회장은 회보에 대해 "회보를 그저 책상에 앉아서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것으로 채우지 말고, 회보에 의견을 개진하고 싶어도 귀찮아서 '그까짓 것 외면하고 말지…'하는 심정으로 방관(?)하고 있는 지사들을 발굴해 원고를 간청했으면 좋겠다"며 "그래야만 대한언론인회가 바로 항해를 하고, 언론인회보가 '보수언론의 고문이냐' 하는 자학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않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58년 연합신문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 △1962년 동화통신 기자 △1965~1970년 중앙일보 기자·차장 △1970년 기자협회장 △1971∼89년 서울신문 사회부장·부국장·논설위원 △1989∼93년 국민일보 논설위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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