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정연주 사장  
 
KBS 정연주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라며 "지금처럼 정파적, 이념적으로 대립과 분열이 극심한 때에 KBS가 해야 할 일은 대결과 대립과 분열을 녹여주는 용광로 역할이고, 그러기 위해서 모든 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성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어 "KBS는 올해 공정한 선거방송을 통해 국민들이 올바른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소외계층을 따뜻하게 가슴에 품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천명했다.

정 사장은 또 올해 역점 과제로 △최고 수준의 내부 제작 역량 확보 △디지털 기반 서비스 확대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 사장은 공영방송의 역할과 역사적 책무를 위해 "사원들의 지혜과 에너지를 모아 공영방송의 재원을 공영화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공영방송을 옥죄는 여러가지 규제와 정책들을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연주 사장의 신년사 전문이다.

새해를 맞았습니다. 먼저 오늘 KBS의 새 식구가 된 33기 새내기들, KBS의 한 가족이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연말연시 각종 시상식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큰 프로그램들이 많았는데,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준비해주신 모든 KBS 사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잘 아시는 대로 올해 KBS 방송 지표는 '한국인의 희망 KBS'입니다. 우리가 프로그램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KBS 조직부터가 꿈과 희망이 있어야 되겠습니다. 그래야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밖으로 우리 사회에 번져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2007년 새해를 맞아 다시 한 번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성찰해서 KBS가 진정으로 이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함께 모읍시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지난 취임사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지금처럼 정파적, 이념적으로 대립과 분열이 극심한 때에 KBS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합니다. 대결과 대립과 분열을 녹여주는 용광로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모든 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성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KBS는 올해 공정한 선거방송을 통해 국민들이 올바른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소외계층을 따뜻하게 가슴에 품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사원 여러분!

최근 방송 환경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언론 매체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는 이미 오래고 거대 재벌과 통신 자본이 미디어 시장에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상업주의가 도처에 범람하고 있습니다. 매체도 늘어나고 있고 채널도 거의 무제한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료화 된 각종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업주의가 범람하고 다매체 다채널이 현실화 되고 있는 시점에 KBS의 공영성과 공익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KBS의 존재 이유는 이런 시대에 보석처럼 더욱 빛날 수가 있을 것입니다. KBS는 상업주의 시대에 방송 생태계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시장에만 맡겨두었을 때 달성할 수 없는 사회적, 공적 가치를 성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지금처럼 채널이 많이 늘어나고 미디어가 늘어나고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리고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한 나라 안에 머물지 않고 국경을 넘어서서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일수록 좋은 프로그램과 고품격 프로그램에 대한 가치는 그만큼 높아집니다.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 분야는 노동집약적인 분야입니다.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사람이 핵심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높은 제작 능력을 갖춘, 그런 인적 자원이 풍부한 우리 KBS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셨지만 KBS는 영향력과 신뢰도 등 모든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KBS가 가지고 있는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올해 우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도 자명합니다.

첫째는 최고 수준의 내부 제작 역량을 확보하고 유지해 나가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은 KBS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는 말을 합니다.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의 창조적인 엔진이며, KBS의 목적은 바로 공공적 재원을 이처럼 우수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로 바꾸어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내부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높은 수준의 내부 제작 역량을 유지,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우리 내부 역량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고 우리 조직이 더 큰 유연성을 갖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아, 새로 구성된 노동조합 집행부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서 좋은 답을 만들어 내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지금과 같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 혁명 시대에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는 일입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시청자가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공영방송의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책무입니다. 지난해 실험했던 멀티 모드 서비스(MMS)를 비롯해 전국으로 확대된 DMB 서비스, 그리고 다시 한 번 기술 혁명의 중심에 있다고 보여 지는 인터넷 등을 통해서 우리는 무료의 보편적 서비스를 넓혀 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뉴스를 봐서 기억하실 것입니다. 타임지 지난해 마지막 호가 올해의 인물로 'YOU', 당신이라고 했습니다. 일반 시민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고, 바로 인터넷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인터넷 시대에 UCC가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갖는 콘텐츠인지, 인터넷을 통해서 어떤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우리는 무료의 보편적 서비스를 늘리고 새로운 신규 서비스를 확대하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바로 공영방송의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이 모든 것을 위해서 우리는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경영의 효율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영혁신팀을 통해서 여러 가지 많은 방안을 찾아냈고 실천도 했습니다. 여기서 머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수신료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쓰는 한 푼 한 푼의 효용이 극대화 돼야 할 것이고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부대적인 작업들의 효율성도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디지털 환경에서 보편적 서비스를 확대하는 기술적 기반을 넓히고 거기에 더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다가선다면 KBS는 국민들에게 더 큰 희망을 줄 수 있는 방송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사원 여러분!

올해는 이 땅에 방송이 시작된 지 80년이 되는 매우 뜻 깊은 해입니다. 방송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사회적 목표를 추구해야 하는 지에 대한 여러 가지 성찰과 생각, 새로운 입장을 가져야 할 때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요즘 들어 특히 공영방송의 역할과 과제, 사회적 책무, 역사적 의무를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영국의 BBC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공영방송사를 둘러본 결론은 똑같습니다.

'공영방송'이라는 제도가 튼튼한 나라일수록 그 나라의 방송 생태계는 건전하다는 것입니다. 영국 BBC의 의뢰를 받아 맥킨지가 1999년에 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영방송이 편성하는 공익적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상업방송의 편성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방송시장의 건전성을 견인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영방송의 공익성과 공영성이 단순히 공영방송 테두리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방송 전체의 건전성을 끌고 간다는 뜻입니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BBC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또 선진 여러 나라에서 그런 일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공적 재원이 확보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해에 우리 사원들이 힘을 모으고 지혜와 에너지를 모아서 공영방송의 재원을 공영화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되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을 옥죄는 여러 가지 규제와 정책들이 참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강제로 적용되는 외주 비율 등 자율의 시대에 정말 이런 것들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갖가지 규제들이 우리를 옥죄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새해에 저와 우리 사원 모두가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서 극복해 나가야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부의 역량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 그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원 여러분!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섭시다. 그래서 새롭고 희망에 가득 찬 KBS가 한국의, 한국인의 희망이 되도록 함께 신명을 다 바쳐서 일합시다. 저도 신명을 다해서 앞장서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 KBS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은혜인지를 우리 모두 깨닫는 일터로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2007년 1월2일 사장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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