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 ⓒ이창길 기자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대선'과 '경제', '신문법 재개정' '방통융합' 등 당면한 과제들을 거론하면서 "이 모든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고 '변화를 선도하는 미디어그룹'으로 우뚝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는 엄혹한 현실 속에 내적으로 더욱 일치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원리원칙에 충실한 공정보도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 제작·유통 △조직역량 강화 △독자가치 창출 △한 단계 세련된 기업문화 등을 실천과제로 들었다.

다음은 김 사장의 신년사 전문이다.

친애하는 동아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고 2007년 새해의 갈 길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한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한마음 한뜻으로 일해 준 동아일보 임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콘텐츠 업그레이드, 핵심역량 강화, 독자만족 고객감동이라는 3대 경영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해 왔습니다. 모든 임직원이 끊임없이 노력해 준 덕분에 여러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멀티 섹션, 멀티 타이틀’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새로운 콘텐츠와 혁신적인 디자인이 돋보였던 ‘디자인 섹션’ 시리즈를 만들었고, 우리나라 언론사 최초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동된 ‘맞춤형 섹션’인 이지논술도 선보였습니다. 하반기에도 젊은 감각의 주말판을 선두로 다양한 고품격 섹션을 탄생시켰습니다.

다른 언론사들이 몸집을 줄일 때 우리는 지난 두해 동안 기자 53명을 새로 뽑았습니다. 사내 교육도 체계화해서 직군과 직급에 맞는 맞춤교육을 실시했고, 이것은 언론사 교육의 전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난해 6월 월드컵 기간을 떠올려 보십시오. 우리는 각종 행사를 통해 고객 감동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아울러 7년 만에 전사 체육대회를 열어 신명나는 단합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서로 단합하는 동아의 정신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랑하는 동아가족 여러분.

우리는 그러나 이 수준에서 만족하고 안주할 수만은 없습니다. 올 한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복잡다단한 도전들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올해는 대선의 해입니다. 각종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고, 장밋빛 공약이 넘쳐날 것입니다. 경제 상황은 환율 파고와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힘들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신문법 재개정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신문 환경이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정보통신 기술이 바꿔놓은 미디어 환경은 예측이 불허할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인터넷과 방송, 통신이 융합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독자들도 더 깊이 있는 정보를 더 다양한 채널로 제공해 줄 것을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 모든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고 ‘변화를 선도하는 미디어그룹’으로 우뚝 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는 엄혹한 현실 속에 내적으로 더욱 일치단결해야 합니다. 발상의 전환과 함께 뼈를 깎는 노력, 부단한 자기계발도 요구됩니다.

동아가족 여러분.

저는 이 자리에서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해 신년사에서 밝힌 3대 경영방침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자고 강조하는 바입니다.

먼저 ‘콘텐츠 업그레이드’의 수준을 높여 ‘신뢰받는 전문 콘텐츠’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새로운 매체가 꾸준히 등장하고, 인터넷 포털까지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콘텐츠의 질로 승부를 가려야 합니다.

신뢰 받는 콘텐츠를 위해 저는 원리원칙에 충실한 공정 보도를 당부 드립니다. 동아일보의 창간 정신인 ‘불편부당 시시비비’의 정신에 더욱 투철하도록 하십시다.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며 언제나 권력을 감시해야 하겠습니다.

공정성을 위해 항상 다양한 입장을 반영하여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것은 국내 기사 뿐 아니라 국제기사에서도 똑같이 적용해야 합니다. 반대되는 의견 역시 동아일보 지면에는 반드시 반영되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전문성을 길러 대선 공약과 각종 정책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하도록 합시다. 잘못된 정책으로 더 이상 국민들이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나머지 콘텐츠도 전문성을 더욱 높이고 핵심 내용을 분명하게 전달하도록 합시다.

뉴미디어 시대에 콘텐츠는 신문과 인터넷에서만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콘텐츠의 유통 경로를 다양화하고, 콘텐츠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경영진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이 같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조직역량 강화’입니다. 지난해 사원 개개인의 핵심 역량을 높였다면,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조직역량을 강화해 시너지를 높여야 하겠습니다.

조직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유연한 동아일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편집국은 부서의 벽을 낮춰야 합니다.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때에는 부서를 초월해 협업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전 부서를 아우르는 TF팀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동아일보 편집국과 출판국이 함께 기획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광고국, 고객지원국, 경영지원국 등도 기존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되짚고 혁신을 일상화해 주십시오. 국실간 테두리를 넘어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힘을 합쳐 조직역량을 높여주시기 바랍니다. 자회사도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모아 주십시오.

존경하는 동아가족 여러분.

독자가 없는 동아일보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독자 만족, 고객 감동’을 실천했다면 올해는 ‘독자 가치 창출’을 이룩하도록 하십시다.  

더 이상 독자는 신문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입장에 서 있지 않습니다.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하고, 유통시키기도 합니다. 이 같은 변화를 읽고, 새로운 요구에 부응해 독자들에게 부가가치를 줄 수 있도록 합시다. 특히 동아닷컴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일반 독자가 생산해 낸 싱싱한 콘텐츠가 떠다니도록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올 한해 동아일보의 기업문화를 한 단계 더 세련되게 만들자고 강조합니다. 동아일보 신문기자로서, 동아일보 미디어 경영 사원으로서 열정을 가지고 초일류가 되도록 합시다. 취재원, 광고주, 고객 모두에게 “동아일보 사원은 역시 다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아울러 동아일보 사원이라면 언제나 고민하고, 언제나 토론하고, 언제나 깨어있도록 하십시다. 언제나 맑은 정신으로 현업에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회사는 즐거운 일터 만들기로 보답하겠습니다. 동아일보는 여러분에게 일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튼튼한 울타리이자 배우고, 즐기며, 쉬는 곳이기도 합니다. 치열하고 열심히 일해 주십시오. 여러분과 가족들이 쉬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은 경영진이 반드시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동아가족 여러분.

올해는 동아일보 창간 87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동아일보는 민족의 언론, 국민의 언론을 자임해 왔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저항정신을 보여줬고, 군부 독재 시절에는 군사정권에 맞서 싸웠습니다. 민주화 이후에는 시장경제 발전과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권력에 대한 견제와 올바른 여론 형성이라는 ‘사회적 공기(公器)’의 역할을 끊임없이 이어왔습니다.

여러분, 자신감을 가집시다. 선배들이 보여주었던 기자정신을 이어갑시다. 현실이 아무리 엄혹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동아일보를 지지하는 수백만의 독자들이 있습니다. 2007년을 맞아 다시 한번 도약의 날개를 펴도록 합시다.

올해는 정해년입니다. 정(丁)은 불(火)이고, 남쪽을 뜻합니다. 만물이 좁은 틈을 비집고 강하게 솟아나는 기운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해(亥)는 물(水)이고, 북쪽인 동시에 깊은 물 속의 생장 에너지를 응축한 것입니다.

정과 해가 모인 정해년 새해, 물과 불이 함께하고, 남과 북이 서로 뚫리는 이 새해, 여러분 모두에게 어둠을 뚫는 새벽의 기운이 싹트고, 생동감 넘치는 밝은 기운이 가득 차길 빌어마지 않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7년 1월 2일 

동아일보사 사장 김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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