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TV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시키기 위한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의 도입이 특정 사업자와 유관 부처의 '제 몫 챙기기'로 인해 미뤄졌다.

디지털방송활성화 특별법안 확정 내년으로 미뤄져

방송위원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는 2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2차 회의를 열어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 확정을 논의했으나, 내부 이견으로 인해 이를 보유했다. 법안 확정이 내년으로 연기됨에 따라 당초 올해 말까지만 운영될 예정이었던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도 활동기간을 내년 6월30일까지로 6개월 연장하게 됐다. 

   
  ▲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는 지난 2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2차 회의를 열어 디지털전환 특별법안 확정을 논의했으나, 내부 이견으로 인해 이를 보류했다. ⓒ방송위원회  
 
이번 특별법안은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 산하 실무위원회(공동위원장 강상현 연세대교수·전영섭 서울대 교수)가 지난 21일에서 23일 워크샵을 열어 작성한 것으로 △지상파TV의 아날로그 방송중단 시점을 기존 2010년 12월31일에서 오는 2012년으로 연기 △30인치 이상의 TV 수상기에 대해서는 오는 2008년 1월1일부터 디지털튜너 내장을 의무화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저소득층에게 아날로그변조기 지원 △디지털 전환 활성화 정책을 심의하기 위한 '디지털방송활성화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번 특별법안 확정이 연기된 이유는 28일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 회의에서 지상파 방송사업자와 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 등 일부 유관부처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항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까닭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는 내년 1월 중 실무위원회를 두 차례 정도 더 소집해 조문을 다듬은 후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확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초 연내 법안을 확정하기로 했던 위원회의 일정은 불가피하게 무산됐다.

지상파, 수신료·광고제도 개선 요구

이날 회의에서 지상파 방송사 쪽은 지상파방송사들은 특별법안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허용 등의 조항을 명확히하고, MMS(멀티모드서비스: 디지털지상파 다채널서비스) 도입에 대한 조항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며 법안확정을 반대했다. 지상파는 디지털 방송전환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까닭에 앞서와 같은 지원방안이 이번 특별법안에 명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안을 작성한 실무위원회에서는 수신료 인상, 중간광고 허용 등은 시청자 복지와 직결된 민감한 사항인만큼 법안에서는 명시하지 않되 이후 세부 시행령 작성과정에서 명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지상파 쪽 위원이 이 같은 실무위의 합의를 뒤집고 나선 것이다.

문화부·산자부, '방송위-정통부 주도 안된다'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문화부와 산자부 등은 위원회 운영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법안거부했다. 이들 부처는 '디지털방송 전환정책은 콘텐츠·가전기기 산업 등 자신들의 영역과도 관계가 있는 사안인만큼 현재처럼 방송위와 정통부가 주도해서는 안된다'며, 자신들도 위원회 운영에 있어 방송위·정통부와 같은 지위에서 논의에 참여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에서는 '이번 특별법안은 입법시기가 늦어지면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법안이 부족하더라도 일단 통과시키고 추진위에서 구체적인 것들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상현 위원장 "법안거부 주장 실익없다"

한편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법안을 작성한 실무위원회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상파와 유관부처들의 주장은 디지털전환에 실익도 되지 않을뿐더러 법안이 늦어질수록 시청자 권익보호를 위한 조치의 수립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강상현 실무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상파는 수신료와 광고제도 개선을 이번 특별법안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러한 요구가 실제로 디지털전환 논의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이미 실무위 논의를 통해 여러 가지가 나와있는 상태"라며 "이번 특별법안은 어디까지나 근거법인만큼 여기에 이를 명시해 법안을 논란에 빠뜨리기보다는 특별법 국회 통과 후 법안대로 디지털방송활성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여기서 시행령 등을 통해 액션플랜을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유관부처의 주장에 대해서도 "디지털방송정책의 핵심은 결국 방송위와 정통부가 될 수 밖에 없는데 문화부와 산자부 역시 부처에서 계속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실무위원 역시 "위원회에서 법안을 확정한다고 해도 그대로 국회에서 재논의될텐데 특정사업자와 유관부처가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에 추가적인 논의를 한다고 해도 조문 문구를 손보는 정도에 그칠 뿐 법안의 골자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법안는 당초 2010년 예정으로 진행됐던 방송 디지털 전환이 예상보다 지체됨에 따라 이를 활성화해 국민경제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저소득층의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거법이다.

정부는 지난 8월 방송위원장과 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관련부처 차관과 방송사ㆍ제조업체 사장, 소비자단체 대표, 학계 인사 등 19명으로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를 구성, 연말까지 운영키로 했다.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는 다음 달인 9월 산하에 별도의 실무위원회를 설치, '디지털방송 활성화 특별법' 입법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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