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군 상관이 민간인을 학살하라고 명령해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조선일보는 28일자 사설 <군 원로에 '현역 때 왜 쿠데타 안 했나' 따지는 정권>에서 "5·16 군사 쿠데타 시절, 5·18 광주 양민 학살, 전두환 군사 독재 시절 무엇을 했는가"라는 장영달 의원의 말과 "군 원로 중에는 과거 독재의 앞잡이들도 포함돼있다"는 우상호 의원의 말을 정면 비판했다. 아니 정치인 비판이 아니라 한국 민주화 역사에 대한 '도전'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광주 학살 명령도 상명하복 원칙에 따라야 하나

   
  ▲ 조선일보 12월28일자 사설  
 
조선이 장 의원과 우 의원의 말을 비판하고 군 원로들의 집단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는 "군이 무엇보다 앞서 지켜야 할 원칙은 상명하복"이라는 것이다. 

조선은 "총탄이 머리 위로 나는 전쟁터에서 군인이 상관의 명령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반박하거나 불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군 원로들에게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군에 복무하면서 왜 상부의 명령에 복종했느냐'고 따지고 있는 것이다. 왜 쿠데타 안 했느냐는 것과 같은 소리"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선은 "권위주의 정권 아니라 무슨 정권에서라도 군인이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군대가 아니며 그런 군대로는 정권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지 못한다"고도 했다.

조선의 주장처럼 군 체계에서는 상명하복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부당한 권력에 항거하는 시민들에 대해 국군이 학살한 행위는 불법이요, 인륜을 저버리는 일이다. 시민들의 항거와 시위를 제지할 수는 있어도 이들을 살육할 권리는 군 아니라 이 세상 누구에게도 주어져 있지 않다.

총탄이 나는 전쟁터에서? 5·18 광주시민이 적이었나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르고, 다른 시민들에 대해 이를 은폐하도록 하며, 죽어간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면서 집권한 신군부의 명령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조선은 "총탄이 머리 위로 나는 전쟁터에서 자기 생각과 다른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5·18 광주시민들이 과연 전장의 적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조선은 장 의원의 말을 "왜 쿠데타 안했느냐는 것과 같은 소리"라고 했다. 그런 주장대로라면 박정희 정권의 군사 쿠데타 당시 협조했던 군 장성들은 상명하복을 따르지 않은 사람들이 아닌가. 조선은 이들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조선일보 등 신군부 저항 언론인 강제해직에 동참

조선일보는 어떠한가. 당시 대다수 언론사 경영진은, 5·18 광주학살에 저항하고 신군부의 제작검열에 저항했던 기자들을 해직하려는 계엄사령부의 방침에 순순히 협조했다. 조선일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설령 서슬퍼런 군사정부의 탄압 때문이었다 할지라도 이 같은 부끄러운 자신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나 해명 없이, 불법적이고 반인륜적인 학살 명령에 '상명하복'을 내세우면서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광주 묘역에 묻혀있는 수많은 고인들에 대한 예의도, 역사에 대한 양심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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