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2기 ‘정연주호’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던 노조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향후 노사관계와 개혁 방향에 언론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일 실시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제11대 정·부 위원장 결선 투표에서 ‘정연주 체제 반대’ 기치를 내건 기호 2번 박승규·강동구 후보가 66.2%라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면서 정 사장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 사장에 대한 냉담한 바닥 민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승규·강동구 당선자가 그동안 “정연주 사장과 코드들이 망친 공영방송을 개혁하겠다”며 날선 비판을 해왔다는 점에서도 향후 KBS의 개혁 노선과 노사관계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갈등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박승규·강동구 당선자가 합리적인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극단적인 대립보다는 ‘대화를 통한 협상’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정연주 KBS 사장(왼쪽),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새 위원장으로 당선된 박승규 기자.  
 
실제로 박승규 위원장 당선자는 “정 사장이 연임된 마당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퇴진을 요구하진 않겠지만 정 사장이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과 정책을 몰아내겠다”면서 “정 사장이 얼마나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 역시 지난 11월 27일 취임사에서 “새 노조 집행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와 소통을 할 것이며 상생의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내통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 사장이 차기 11대 노조와의 관계 맺기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또한 KBS의 분열과 갈등 고리로 작용하고 있는 ‘친 정연주’ 대 ‘반 정연주’ 구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따라 KBS 개혁 추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당분간 노사의 ‘대화’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KBS 개혁과 현안에 대한 협상 과정, 세부 내용에 있어서는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 사장 반대 투쟁의 뜨거운 쟁점이었던 팀제, ‘코드방송’ 논란, 지역국 및 특정 직종의 구조조정 등에서 특히 날카로운 공방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코드방송’에 대한 논란 역시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승규·강동구 당선자는 ‘코드방송’에 대한 척결 의지를 강하게 천명해왔고, 공정방송추진위 활동을 강화해 이를 견제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코드방송’ 논란이 소모적인 감정싸움으로 번질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 PD는 “단순한 선거전략, 구호로 제기되는 ‘코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별로 실체와 근거를 통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자칫하면 내부 기자와 PD들에 대한 명예훼손 소지가 있기 때문에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 조합원은 “노사가 계속 파괴적인 대립만으로 치달을 경우 KBS 앞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양쪽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사장과 노조, 이사회가 허심탄회하게 현안들을 풀어놓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결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KBS는 지난 11일 본부장 인사에서 이기진 라디오제작본부장을 제외하고 모두 유임했으며 2명의 특임본부장을 신규 발령했다.

정 사장이 최근 취임사에서 신설하겠다고 밝혔던 대외담당 진홍순 특임본부장은 기존 대외정책팀과 홍보팀, TV수신료프로젝트팀을 관장하게 되며 지역담당 김창희 특임본부장은 각 총국과 지역국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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