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전까지 대구에서 중앙일보지국을 운영해온 사람으로서 먼저 국민 앞에 사죄드립니다”

한광희씨는 지난달 21일 PC통신 천리안(ID HAN7588)에 국민앞에 ‘사죄’한다는 문구로 시작되는 글을 올렸다. ‘재벌신문의 부패’라는 제목의 이 글은 “새벽에 공장에서 지국으로 신문을 갖다주면 조금있다가 파지수집하는 차가와서 몽땅통째로 그냥 싣고간다.…배달되는 독자부수보다 그냥 버려지는 신문이 더 많은 곳도 있다”고 지적하는 등 신문사간 부수경쟁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씨의 이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천리안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글을 접한 중앙일보측으로부터 글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 그러나 육성을 통해 전하는 한씨의 증언은 더 충격적이다.

한씨는 서울에서 오랫동안 조선일보지국을 운영했으며 얼마전까지 대구 성당동에서 중앙일보지국을 운영해왔다. 성당동지국 정기구독자 숫자는 8백여명. 그러나 공장에서 지국에 배달되는 신문은 1천5백부로 2배에 이른다. 요즘같이 배달원 구하기가 힘든때는 확장지 배포는 고사하고 정기독자에게도 제시간에 신문을 돌리기 힘든 형편이어서 나머지는 모두 파지로 버려진다고 한다.

공장에서 지국으로 신문이 배달되는 시간은 새벽 2시경, 6시면 파지차가 지국에 도착한다. 지국은 신문 한묶음(보통 주말에는 75부, 평일에는 60부정도)에 8백원을 주고 방금 막 찍어낸 신문들을 파지로 팔아버린다. 한달이면 파지값만해도 대략 20-30만원이 모인다. 한씨는 모지국의 경우 정기독자는 1천명이지만 본사로부터 3천부를 받아 2천부를 파지로 버린다고 전한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지국에서 최소한 3분의1 이상이 빛도 보지 못한채 파지로 버려진다고 한다.

이같이 정기독자수가 부풀려져 있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지국에서 확장비용을 받기위해 정기독자수를 허위로 보고하기 때문. 지국에서는 보통 아파트에서 1명을 확장했을 경우 본사로부터 1만2천원에서 1만원, 일반주택에서는 9천원에서 1만원의 확장비용을 받는다.

그러나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확장비용을 받기위해 허위로 독자부수를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한씨는 본사에서도 지국의 실제 독자수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겠지만 이같은 현실을 묵인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사에서도 영업 사원들이 자신의 실적 등을 고려해 제대로 된 감시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씨의 증언이다.

실제 판매지국을 운영해온 한씨의 이같은 증언은 지국유가부수가 아닌 본사유가부수로 신문유가부수를 산정하고 있는 ABC제도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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