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 때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와 MBC < PD수첩>은 세상을 향해 서로의 '진정성'을 주장하며 반박과 재반박을 주고받으며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였다. 시청자들조차 서로 편으로 갈라져서 MBC를 응원하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황우석 교수를 추종하는 집단은 대단한 결집력을 보이며 극단의 행동도 서슴지 않고 보여줬다.
▲ MBC가 지난해 12월15일 방영한 '특집 PD수첩'. ⓒ연합뉴스/MBC TV촬영 | ||
'세기의 과학사기, 조작'을 파헤친 MBC < PD수첩> 팀은 이 보도 덕분에 상복이 터졌다. 최근에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을 파헤친 MBC < PD수첩>의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 편(기획 최승호, 연출 한학수 김현기)이 아시안TV어워즈를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는 지난 11월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1회 아시안TV어워즈에서 시사부문 최우수작으로 뽑혔다고 한다. 아시안TV어워즈는 "6개월에 걸친 심층취재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세기의 과학적 발견인 인간 줄기세포 연구에 학술적 에러와 조작이 있음을 밝혀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외에도 한국방송협회 올해의 'TV 프로듀서상', PD협회 올해의 PD상, 가톨릭 매스컴상 등 여러 상들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절대권력,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한 황우석 교수의 권위와 '줄기세포의 진실'에 도전하여 과감하게 문제시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지난한 작업으로 보였다. 그런 어려운 과정과 시련, 도전을 거쳐 환상을 부수고 진실을 우뚝 세운 MBC < PD수첩> 팀이 여러 상을 수상한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우상을 허물고 진실을 찾아 발로 뛴 한학수 PD나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본인이 직접 제보자와 만나 확인을 거치는 등 성의를 보인 최승호 팀장 등이 박수를 받아야하는 데 이견은 없다.
MBC는 몇몇 상은 받았겠지만 그 보도로 인해 회사 차원의 큰 데미지를 받았다. 수상과 무관하게 그 데미지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한때 < PD수첩> 프로그램 자체가 간판을 내릴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조차 < PD수첩>이 과거보다 더 빛나는 명예를 찾았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주된 이유를 미디어 소비자들의 태도에서 찾는다.
▲ 줄기세포 논문조작 파문 1년을 즈음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지지자들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앞에서 과 한학수 PD를 규탄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 ||
사람들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더구나 '진실로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인' 매스컴의 보도는 그 보도가 사실이든 아니든 자기방식대로 받아들여 자신의 알량한 지식, 정보로 내재화시킨다. 정보의 편식과 무심함은 인식의 오류를 초래하고 그 잘못된 인식의 틀은 진실 앞에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MBC 한학수 PD는 상을 받았지만 여전한 협박과 위협에 노출돼 있고 < PD수첩>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수많은 수상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회복도 제대로 되지 않은 듯 하다. 눈앞의 재미와 환상, 연예인 신변잡기에 혼을 내주는 미디어 소비자들을 원망할 필요는 없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길을 걷는 사명감에 찬 언론인들에게 시련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무심한 미디어 소비자로 보이지만 이들중에 과오를 깨닫는 이들도 있는만큼 미미한 소득에나마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거악(巨惡)에 도전하며 진실을 추구하는 MBC < PD수첩> 팀에 찬사를 보내며, 익명의 비겁함에 숨어서 돌팔매질을 하는 훼방꾼을 말리기는커녕 그들의 편에 선 무비판적 미디어 소비자들에게는 반성을 촉구한다.
황우석 사태 취재파일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특히 '모든 것을 의심하라,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않는다'라는 부제와 함께 < PD수첩> 제작진이 어떻게 진실에 접근해갔으며 어떤 순간에 좌절했는지, 이 책은 취재보도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미디어 소비자들의 속성을 탓하기 전에 이 책을 통해 진실에 다가서는 용기와 끈기, 노하우를 배워 전문화된 언론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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