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이창길 기자 photoeye@  
 
김형태 변호사는 24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승복 기사를 쓴 강인원 전 조선일보 기자를 위증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수차례 강 전 기자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 또는 현장에 가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법원은 이에 대한 대답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진실에 부합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고 판단돼 아예 강 전 기자의 위증 혐의를 법정에서 밝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김 변호사는 "'공산당이 싫어요'는 박정희 정권부터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 한나라당까지 이어진 '최고의 히트 이데올로기 상품'으로, 재판부 역시 이 같은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대법원에서만 사건을 2년간 끌고왔다. 너무 오래 걸리니 안면몰수하고 이렇게 판결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강 전 기자가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명명백백한 것인데 대법원까지 '문' 보고 '창'이라고 하면 무엇이 진실인지 어디서 가리란 말이냐"며 "이 때문인지 대법원은 강 전 기자 주장의 논리적 오류를 설명할 방법이 없자 판결문에 그저 원심에 '수긍이 간다'고만 적고 말았다. A4 한 장 짜리 판결문이었다. 남아있는 항소심 민사재판에서는 이런 식의 판결문을 작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변호사는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에게는 무죄를,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신문발전위원회 사무총장)에게는 유죄(집행유예)를 선고한 데 대해서도 "김종배 씨에게 '사실 확인 노력을 통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했다면 이를 믿고 전시한 김주언 씨 역시 김종배 씨와 같은 입장이 되는 것"이라며 "두 사람 다 똑같이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이번 판결을 어떻게 보나.
"'공산당이 싫어요'는 박정희 정권부터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 한나라당까지 이어진 '최고의 이데올로기 히트상품'으로 재판부 역시 이 같은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 같은 반공 이데올로기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은 정치적인 고려에 의한 판결이다."

- 이번 사건의 쟁점에 대해 대법원이 제대로 된 판단을 했다고 보나.
"쟁점은 조선일보 강인원 기자와 노형옥 기자가 현장에 갔는지의 여부이다. 그러나 8년간의 재판과정에서 조선일보가 제출한 사진 15장에는 경향신문 강한필 기자만 등장할 뿐 강인원 기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조선 강 기자와 노 기자가 함께 현장에 갔다면 사진에 등장하는 경향 기자를 못봤을 리가 없다. 게다가 조선 강 기자와 경향 기자는 서로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조선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 김형태 변호사가 24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상고이유서를 살펴보며 조선일보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 강 기자가 거짓진술을 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선이 제출한 사진에는 수첩에 메모를 하고 있는 경향 기자에게 뭔가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강 기자는 이 사람이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 기자는 경향 기자를 군경 관계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진학회 판독결과 경향 기자로 판명이 났고, 경향 기자에 따르면 자신에게 뭔가 얘기를 해주는 사람은 마을 주민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사람은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강 기자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당시 강원도에서 찍은 사진에선 워커를 신고 있었다. 또한 강 기자는 (조선이 제출한) 사진에 나오는 옥수수더미에 시신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향 기자가 같은 날 현장에 취재시 이미 시신은 입관된 상태였다."

- 강 기자 진술에 오류가 많다는 데 대해 재판부는 어떤 입장이었나.
"아무런 얘기가 없다. 그저 조선일보가 증거로 사진 15장을 제출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일 뿐이다. 특히 강 기자가 자신의 기사와 재판과정의 증언에서 이승복 일가가 마당에서 살해됐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항소심 재판부도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에도 각각 '…마당에 끌어내 학살' '퇴미장에 끌고나와 참살'로 기재한 점에 비춰볼 때 조선이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는 변론요지서 기록도 살펴보지 않은 것이다. 경향신문의 68년 12월11일자 기사의 사진 설명에는 '공비가 짓밟은 이씨집-공비들은 건넌방에서 어린이 세명을 찌르고 안방으로 건너가 어머니 주씨를 찔러 마당에 끌어내려 학살하고 시체를 잿더미에 파묻고 도주했다'고 나와 살해장소를 '건넌방 및 안방'으로, 사체유기장소를 '마당 잿더미'로 구분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앞 부분을 모두 생략하고 '…마당에 끌어내 학살' 등으로 왜곡했다. 재판부가 우리의 문제제기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 재판부가 왜 그렇게 했다고 보나.
"대법원에서만 사건을 2년 간 끌었다. 재판과정이 상고이유서 한 차례 낸 것 외엔 없다. 그러고도 2년이 걸린 것은 아마도 고민스러워서였을 것이다. 너무 오래 걸리니 그저 안면몰수하고 이렇게 판결을 한 것이다. 또한 이승복 군의 '공산당이 싫어요'는 박정희 정권부터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 한나라당까지 이어진 '최고의 히트 이데올로기 상품'으로 대법원 재판부 역시 이같은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극히 법원의 정치적 고려가 담겨있는 판결이다."

- 피고소인들의 입장에선 이번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강 전 기자가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명명백백한 것인데 대법원까지 '문' 보고 '창'이라고 하면 무엇이 진실인지 어디서 가리란 말이냐. 강 전 기자 주장의 논리적 오류를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대법원 판결문에는 그저 원심에 '수긍이 간다'고만 적고 말았다. A4 한 장 짜리 판결문이었다. 남아있는 항소심 민사재판에서는 이런 식의 판결문을 작성할 수 없을테니 지켜볼 것이다."

- 사실상 이승복 오보논란은 이제 끝난 것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판과정에서 거짓진술과 앞뒤가 안맞는 주장을 편 강 기자를 위증죄로 고소할 것이다. 김종배, 김주언 씨와 협의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차례 강 전 기자의 주장이 거짓 또는 현장에 가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법원은 이에 대한 대답이 없었다. 이 때문에 진실에 부합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고 판단이 돼 아예 강 전 기자의 위증혐의를 법정에서 밝혀내기로 한 것이다. 위증죄로 처벌되면 재판은 대법확정판결이 났어도 재심청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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