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24일 대법원 판결이 난 '이승복 작문' 소송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들이 1968년 해당 기사를 쓴 당사자인 강인원(66) 전 조선일보 기자를 위증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의 열쇠를 준 강 전 기자가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해 진실이 가려지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송 시작 8년 만에 대법원 판결을 끝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승복 작문 소송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김종배·김주언씨, 이승복 기사 쓴 기자 위증 혐의로 고소키로

이 사건 피고인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과 김주언 신문발전위원회 사무총장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고소 계획을 밝혔다. 

   
  ▲ 조선일보의 1968년 12월11일자 기사  
 
이들이 강 전 기자의 위증 혐의를 밝혀내겠다고 나선 것은 99년부터 시작된 재판과정에서 강 전 기자가 진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고, 이승복 사건 현장에 있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재판부가 이에 대한 뚜렷한 판단을 내리지 않아 결국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재판정에 섰던 증인이 위증죄로 처벌을 받으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어도 재심이 가능하다. 위증죄의 시효는 5년, 피고를 음해할 목적의 위증죄는 7년이며 이 기간 내에 검찰이 기소하면 법원의 심판을 기대할 수 있다.

김형태 변호사는 "그동안 수차례 강 전 기자의 주장이 거짓이라거나 또는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법원은 이에 대한 대답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진실에 부합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고 판단돼 강 전 기자의 위증혐의를 법정에서 밝혀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인원씨 진술의혹 수차례 제시했어도 재판부 뚜렷한 판단안해"

조선일보 쪽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이승복 사건 현장 사진 15장을 제시하면서 이를 근거로 강 전 기자가 현장에 갔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를 이를 주요한 근거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러한 사진들이 강 전 기자가 현장에 갔음을 입증하지 못하며 오히려 '현장부재'를 증명한다고 반박해 왔다. 김 변호사의 반론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이승복 보도 관련 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나왔던 2004년 10월28일자 조선닷컴에 오른 사진.  
 
첫째, 강 전 기자는 조선일보가 68년 12월10일 이승복 일가 살해 현장에서 촬영했다며 제출한 사진에 찍혀있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주장했으나 현장에 있었던 경향신문 강한필 전 기자는 이를 부인했으며 이들 두 사람은 현장에서 서로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강 전 기자는 사진을 촬영했다는 노형옥 전 조선일보 사진기자와 함께 다녔다고 진술했다. 사진에는 경향신문 기자가 등장하는데 강 전 기자는 조선일보 사진기자와 함께 다녔다면서 경향신문 기자를 보지 못했다는 게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강 전 기자는 조선일보가 제출한 다른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이고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군경이라고 주장했으나 한국사진학회의 감정결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경향신문 강한필 기자로 밝혀졌다. 강 전 기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사진 속 인물은 고무신을 신고 있다.

조선이 촬영했다는 사진에 경향 기자만 등장…조선·경향 기자 "서로 못봤다"

셋째, 강 전 기자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 기자와 68년 12월10일 함께 동행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12월19일자 마이니치 기사의 내용을 인용했으나 이 같은 보도 날짜의 간격은 상식적인 신문 제작과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넷째, 강 전 기자는 이승복 일가가 사망한 뒤 옥수수 섶더미에 덮여있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으나 12월10일 현장을 방문했던 경향신문 강한필 기자는 이미 시신이 입관돼 현장에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강 전 기자는 마을 주민이 손가락으로 어떤 방향을 가리키는 사진을 보고 자신이 말한 옥수수 섶더미에 시신이 덮여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주민이 가리키는 방향은 다른 옥수수 섶더미였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의심할 만한 여러 정황이 있지만 조선일보가 사진 15장을 보유했고, 사진의 논리적 구조가 완벽하다"며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한편, 이승복 사건의 형사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가 이날 내려짐에 따라  민사소송 항소심 사건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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