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신화 이렇게 조작됐다>라는 글을 쓴 사람은 무죄가 선고되고, 이러한 내용 등을 바탕으로 1998년 '50대 허위·왜곡보도' 전시회에 '조선일보 이승복 보도'를 포함시킨 사람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한 사안 두 판결'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결국 법원은 38년전 사건의 '실체적 진실'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선일보와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김주언 신문발전위원회 사무총장 양쪽에 일방적인 승패를 가르기보다는 양쪽 손을 모두 들어주는 절충형 판결을 내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대법관 김용담)는 24일 오후 조선일보의 이승복 기사가 작문이었다는 주장과 관련해 김 전 국장과 김 총장을 상대로 조선일보가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김 전 국장에 대해서는 무죄를, 김 총장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결국 원심대로 "위법성 조각 인정…조선 기자 현장취재도 인정"

   
  ▲ 조선일보 1968년 12월11일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전 국장에 대해 "'(조선일보 보도가 작문이었다는) 김 전 국장의 기사 게재행위가 피해자를 비방할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기사 내용은 당시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법 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원심(항소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이라며 "(원심 판결이)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어 (검찰의) 상고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반면, 재판부는 김 총장에 대해 "범죄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의 조치를 유지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되고 사실오인이나 사실적시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며 "상고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양쪽이 지난 98년 11월 이후 벌여온 '이승복 작문 보도' 소송은 만 8년만에 '조선일보 기자의 현장 취재'도 인정되고, '조선의 이승복 기사는 작문이었다'는 김 전 국장의 주장도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김형태 변호사 "반공 상징적 사건·조선일보라는 점 고려해 정치적 판결"

이에 따라 대법원은 양쪽 모두의 손을 적당히 들어준 절충형·정치적 판결을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피고인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날 판결을 보고 "결국 이렇게 판결할 것을 뭐하러 8년이나 끌어왔느냐"면서도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지난 8년간 우리가 수많은 증거를 통해 입증해왔고, 상고이유서에도 상세히 기술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조선 기자가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보도는 진실이라는 것은 명백하다"면서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승복 사건이 60∼70년대 반공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사건인데다 당사자가 조선일보라는 고려 때문에 정치적인 판결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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