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부터) 조선일보 11월16일자 B3면, 동아일보 20일자 B2면과 중앙일보 21일자 E2면, 조선일보 22일자 B3면, 동아일보 23일자 B2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일본 도요타자동차 신제품 렉서스 LS460 내비게이션에 독도가 표기돼 있는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독도가 없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가 거짓이라고 하고, 조선일보는 "동아일보가 특종을 놓쳤기 때문"이라며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렉서스 내비게이션, 독도 있나 없나?

조선일보는 지난 16일자 B3면 <렉서스 내비게이션에 독도가 사라졌다>에서 "렉서스에 장착된 내비게이션 지도상에 '독도'라는 지명이 없다"고 첫 보도를 했다. 조선일보는 "명칭검색에 독도라고 입력하면 독도처럼 생긴 섬이 지도에 나타나긴 하지만 그 섬에 독도라는 지명은 표시돼 있지 않다"며 "이곳이 독도인지 아니면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다케시마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기업의 자세가 아니'라고 꾸짖은 이 기사는 인터넷상에 급속히 퍼지면서 네티즌들로부터 뜨거운 공분을 이끌어냈다. 자동차 불매운동과 내비게이션을 빨리 고쳐야 한다는 의견들이 자동차 관련 사이트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나흘만인 20일자 B2면에 "렉서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독도는 있다"고 보도하면서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됐다. 반일감정을 자극했던 조선일보의 기사가 오보논쟁에 휩싸인 것이다.

동아일보는 해당 차의 내비게이션을 검색한 결과 독도는 물론 경비대 전화번호도 나왔다면서 "확인 안 된 기사는 생명이 없을뿐더러 언론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라고 유례없이 강하게 조선일보를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제주도나 울릉도 거제도 등 큰 섬만 보일 뿐 마라도 등 작은 섬들은 독도처럼 모두 안 보이며, 지도를 확대하면 그때 독도와 마라도 등 작은 섬들이 지도에 표시된다"고 밝혔다. "지도의 축척에 충실했을 뿐 독도만 일부러 나오지 않게 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게 동아일보의 주장이다.

중앙일보도 다음 날인 21일 E2면 <일본차 '독도 내비게이션' 소동>에서 조선일보의 보도는 '오보'라고 보도했다.

조선 "본질 파악 못해…특종기사 놓친 뒤 변명"

이처럼 신문사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동아일보의 주장을 다시 반박하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B3면 <"렉서스 내비게이션 독도 표시하겠습니다"> 기사에서 "최근 일부 신문에선 자신들이 특종기사를 놓친 데 대한 변명을 하듯 렉서스 내비게이션에 독도가 표시된다는 엉뚱한 주장을 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 같은 주장은 이번 독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동아·중앙일보를 몰아세웠다.

조선일보는 렉서스 내비게이션에 독도처럼 생긴 섬만 그려놓고 '독도'라는 지명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다른 수입차와 분명히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도요타코리아도 이를 시인하고 수정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동아 "도요타에 무리한 요구 거절당한 탓"

그러자 이번에는 동아일보가 "계속되는 논란에 독자들은 짜증스럽다"며 반박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가 렉서스 내비게이션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도요타에 여러 차례 무리한 요구를 했다가 거절당했기 때문"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23일자 B2면 <언론의 힘, 써야 할 곳에만 써야>에서 렉서스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여주며 조선일보의 보도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지도 위 안내줄에 지명이 정확하게 표시되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독도 위에 바로 표시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를 마치 전체인 양 독자들을 오도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어 "문제의 기사를 실었던 신문은 22일 '일부 신문이 특종기사를 놓친 데 대한 변명을 하듯 엉뚱한 주장을 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정말 엉뚱한 기사를 썼다"며 "입맛대로 사실을 재단하고 가공해서 독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도 특종이라고 우기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할까"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조선일보의 보도의 배경으로 지목한 '무리한 요구'는 '광고 요구'의 우회적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도요타코리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문제 기사를 쓴 신문에서 여러 차례 무리한 요구를 해왔고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심한 이야기까지 들었다"며 "새로 차를 출시할 때마다 엉뚱한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같은 회사에서 출시한 하이브리드차에 대해서도 '사고 때 감전위험이 있다'는 뉘앙스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해당기자는 사실관계를 후속기사로 계속 다루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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