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23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은 22일 전국 주요도시에서 벌어진 한미FTA 반대집회 소식과 관련 사진을 1면 머리에 배치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일보·세계일보·동아일보·조선일보 등은 FTA 반대집회, 전교조의 연가투쟁, 민주노총의 파업돌입을 하나로 묶어 이에 대한 비판적인 지면을 구성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10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 중앙일보만이 FTA 반대집회 소식을 1면에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1면 상당부분을 할애해 KT가 선보인 IPTV(인터넷TV) 시범서비스 소개 기사를 배치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시위현장 이상으로 과격한 한미FTA 반대집회 보도

한미FTA 반대집회 보도 중 가장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곳은 국민일보와 세계일보였다. 국민일보는 충남도청 울타리에 심어진 향타무 울타리가 불타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1면에 배치하고 < FTA반대 전국 난동시위>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었다. 또한 8면 관련기사에서도 시위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를 다뤘다. 그러나 1면과 8면 기사 어디에서도 시위 과정에서의 폭력과 피해상황만을 전했을 뿐 그 배경이나 해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 국민일보 11월23일자 1면  
 
과격한 시각은 사설에서도 이어졌다. 국민일보는 <무법천지 난장판 시위 통탄할 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집회에 대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다"며 "정부도 솜방망이 처벌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해 무분별한 불법파업을 뿌리뽑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세계일보 11월23일자 1면  
 
세계일보 역시 '불타는 충남도청 울타리'를 1면 사진으로 쓰면서 <불지르고… 차도 점거하고… 각목 휘두르고… 전국 곳곳 극렬시위 '무법천지'>라는 기사를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또 3면에서는 <"툭하면 학생볼모…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으로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비판하는 내용을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세계일보는 전교조에 반대하는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교조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또 3면 하단에는 <'파업 공화국' 언제까지…>라는 기사를 통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민주노총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불타는 도청 울타리' 대열 동참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도 앞서 두 신문과 비슷한 접근법으로 이번 시위와 파업보도를 다뤘다. 동아일보도 '불타는 충남도청 울타리' 사진을 1면에 배치하고 <방화…폭력…전국 불법시위 '얼룩'>이라는 제목으로 1면 머리기사를 실었다. 또 3면에서는 <광주시청 불깡통-각목 '습격'…전의경 방패 불태워>라는 기사를 통해 전국각지에서 벌어진 시위과정의 폭력사태를 상세히 전했다. 또 같은 면 하단에는 <"학생 볼모로 기득권 챙기기…더 못 참아">라는 기사에서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 동아일보 11월23일자 1면  
 
   
  ▲ 조선일보 11월23일자 1면  
 
사설에서도 <민주노총의 올해 일곱 번째 총파업>이라는 제목 아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부정하는 노사관과 반사회적 집단행동까지 법이 감싸줄 수는 없다"며 "사태를 정부가 키운 셈이다. 이러고도 법치국가라 할 수는 없다"고 현 정부의 대처를 비난했다.

FTA 반대집회 보도에 경찰행정학 교수 코멘트 '눈길'

조선일보는 강원도청 앞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경찰에 대항하는 시위대의 사진을 1면에 싣고 <7개 시·도청 습격…현정부 최악시위>라는 기사를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특히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폭력시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FTA라는 경제적 이슈에 대해 경찰행정 전문가의 시각을 인용한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2면에서는 '불타는 충남도청 울타리'와 함께 '제주도청 짓밟힌 감귤' '광주시청 와장창 난장판' 등 시위과정의 폭력적인 장면들이 사진으로 강조됐다. 관련기사 역시 <충남도청 담장 뜯어내고 화단 불태워>라는 제목 아래 전국에서 벌어진 폭력사태 내용을 전해 동아일보와 거의 같은 접근법을 보였다. 또 8면에서는 <"언제까지 이런 시위 참아야 하나">라는 기사에서 민주노총의 도심시위와 관련한 시민들의 불만을 강조했으며, <무더기 결근·조퇴에 수업 차질>이라는 기사에서는 전교조 연가투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부각시켰다.

눈에 띄는 중앙일보의 'IPTV 밀어주기'

   
  ▲ 중앙일보 11월23일자 1면  
 
보수성향을 자처하는 종합일간지들이 한미FTA·전교조 연가투쟁·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비판에 올인한 가운데 유독 중앙일보가 차별적인 지면배치를 보인 점은 매우 주목할만하다.

중앙일보는 10개 종합일간지 중 유일하게 FTA 반대집회 소식을 1면에 배치하지 않는 대신(그래픽으로만 처리) 지난 22일부터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KT의 IPTV를 소개하는 데 상당지면을 할애했다. 중앙은 1면 오른쪽 상단에 배치된 <인터넷TV 시범 가정 가보니 드라마·영화 보며 채팅하고 쇼핑도>라는 기사를 통해 IPTV 시범서비스를 받고 있는 서울 잠원동의 한 가정의 사례를 들며 IPTV 서비스의 편리성과 장점을 상세히 전했다.

KT의 'IPTV 조기상용화' 주장에 힘실어줘

이어 14면에는 <부처 이해 다툼이 발목 '통신방송법' 제정 시급>이라는 제목의 관련기사를 싣고 '정부 기관과 각계의 이해가 달라 IPTV 도입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IPTV 서비스가 늦어지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의 법령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통신업계의 주장을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방송통신 유관 부처를 통합하는 기구개편 관련법안을 27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며, 기구개편 논의가 완료된 뒤 관련 규제체제 전반을 개편하고 그 이후에 IPTV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통신업계는 전반적인 규제체제 개편에 앞서 IPTV 도입 법안부터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가운데 노동자 농민의 폭력시위 비판보다 'IPTV 밀어주기'에 힘을 실은 중앙일보의 행보는 조선·동아일보와 차별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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