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이어 동아일보가 지난 18일 주말판을 선보인 가운데 한겨레와 중앙일보도 내년 3월까지 새롭게 단장한 주말판을 내놓기로 해 신문사들의 증면 경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선 이어 동아도 증면 가세= 동아일보는 18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해 온 위크엔드 섹션(12면)을 토요일자 본지에 포함시키고, 테마 에디션 ‘머니 앤드 라이프’를 별도 섹션으로 분리하는 등 모두 60면의 주말판을 선보였다. 평소 토요일자를 32면 발행해 온 점과 금요일자 섹션 12면이 본지에 삽입된 것을 감안하면 토요일자 지면이 16면 정도 늘어난 셈이다.

   
  ▲ 조선일보(왼쪽), 동아일보 11월18일자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10월14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경제 섹션 ‘위클리 비즈’를 발행해 오고 있다.
조선·동아일보의 공격적 증면에 중앙일보는 ‘고급 시사종합 주간신문’을 컨셉트로 하는 새 매체 창간을 준비중이다. 기존 신문들이 토요일자를 강화한 것과 달리 주중 발행하는 신문과 별도 제호를 사용하면서 외국의 ‘일요판’ 성격을 가미한다는 전략이다.

조중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늦게 준비팀을 꾸린 한겨레는 늦어도 12월 초까지 △발행요일 △별도판매 여부 △판형 등 주말판의 구체적인 모습을 결정할 계획이다.

▷독자이탈 방지·광고매출 증가 ‘두 마리 토끼 사냥’= 신문사들이 주말판 발행에 사활을 걸고 나선 데는 기존 독자의 이탈을 막아보자는 구상이 깔려 있다.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올해 조중동의 마케팅 목표는 부수 확장보다는 기존 독자의 이탈 방지를 통한 현상 유지에 가깝다”며 “경품을 이용한 독자 확장 방식이 신고포상제로 제동이 걸리면서 구독 중지율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관건이 됐고, 따라서 독자 서비스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매력 있는 독자나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주말 광고 시장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조선일보의 ‘위클리 비즈’가 “CEO와 경제계·학계 리더 등 최고의 경제전문가들을 위한” 섹션임을 표방하고 나선 것이나, 중앙일보가 새 매체의 컨셉트를 ‘고급 주간신문’으로 잡은 것도 ‘고급지’에 대한 틈새시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신문의 주말판 경쟁이 다른 신문으로까지 확산될 경우 출혈 경쟁을 촉발할 수도 있고, 광고 독점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실제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경제지를 하나 더 준다’며 지난 2002년 대대적인 경제 섹션 강화에 나서면서 다른 종합일간지와 경제지의 증면 경쟁으로 이어졌다.

특히 조중동이 경제섹션을 늘리면서 작은 신문사들이 게재해온 저가 광고까지 휩쓸어가 물량 공세에 밀린 이들 신문사들의 원성이 높았다.

▷“증면경쟁, 약보다는 독 될 우려”= 그러나 주말판이 새로운 광고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한국광고주협회 김기원 상무는 “이탈하는 지상파 시청자를 끌어안기 위해 지상파DMB를 만든 것처럼 신문사 주말판 역시 기존 독자 유지와 로열티 높은 독자에 대한 서비스 강화를 위해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를 확보하기보다는 이탈을 막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 특별히 광고 효과가 있는 매체로 인식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메이저 신문사의 한 관계자는 “1주일에 12면 증면할 경우 1년이면 수십 억 원의 제작비가 더 든다”며 “현재 광고시장 상황으로 볼 때 추가되는 비용만큼 광고 수주가 될지 의문이어서 반대했지만 경영진에서 강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기에는 광고주들이 ‘성의’를 표시할 수도 있겠지만 독자 조사를 통해 주말판의 광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으면 본지에 들어갈 광고를 주말판으로 돌리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광고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력 증가, 내부 벌써 들썩 조짐= 인원 충원 없이 지면이 늘어나면서 예상됐던 인력난도 가시화하고 있다.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조민욱)는 지난 16일자 노보를 통해 위클리 비즈 발행 이후 경제부·산업부·편집부 등 일부 부서의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증면을 염두에 두고 일부 기자를 충원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부족해 기자들이 피로 누적과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도 “일부 분야에서 외부 기자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접촉하고는 있지만 새 매체를 창간하면 대부분 본지 기자들이 차출될 것이 뻔해 인력난이 예상된다”며 “수습기자를 선발 중이긴 하지만 수습 기간이 걸리고 새 매체에는 투입할 가능성이 낮아 본지 기자들이 업무 부하를 감내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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