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 당사자들, 언젠가 'PD수첩' 방문 받게될 것"
"압력 당사자들, 언젠가 'PD수첩' 방문 받게될 것"
[인터뷰] '황우석 사태 1년' 맞은 최승호 전 'PD수첩' 팀장

   
  ▲ MBC 최승호 PD ⓒ이창길 기자  
 
MBC 한학수 PD의 황우석 사태 취재기가 나온 이후 < PD수첩> 제작진에 압력을 가했다는 '참여정부 전직 장관'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다. '진보입네 개혁입네 하는 사람들'이라는 힌트에서 몇 명을 추측해보기도 했지만 최승호(사진) PD는 그의 실명을 밝히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의미가 없다고 했다.

최 PD는 "지금 그 사람이 누군지 밝힌다고 해서 진실이 밝혀지는 계기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 모씨가 잠깐 비난을 당하는 정도에서 지나갈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 PD수첩> 방송을 통해 당시의 권력지도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 PD수첩> 팀장도 아니고 PD도 아니지만 < PD수첩>은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압력을 가한 당사자 분들은 언젠가 < PD수첩> PD들의 방문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때는 진실을 이야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최 PD를 만나 황우석 파문 이후 못다 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황우석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황우석 박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와 < PD수첩>에 대한 무조건적인 안티를 접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자기 자신을 투영했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철회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 PD수첩>을 하면서 그런 집단이나 개인을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아주 특이한 현상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서 비이성적 태도가 사라진다면 <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이 얼마나 편하겠나.

'황우석 사태'의 경우, (사람들이 믿음을 접지 못하는 것은) 황 박사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이유다. 황 박사 스스로 자신이 피해자인 양,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등 하고 다니니까 그렇다.

그 분들이 < PD수첩>에 섭섭한 바는 알겠으나 결국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는 없었다. 우리도 줄기세포가 2개라도 있으면 방송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밤잠 못 자고 고민했다. 결국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었고, 그렇게 믿을만한 충분한 근거와 정황을 제시했음에도 황 박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11개 모두가 진짜라고 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희망을 가졌던 일부 장애인들이 절망하게 된 데 대해서는 우리로서도 안타깝다. 허망한 희망이 아닌 실질적 희망이 나타나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황우석 신화'를 굳건히 하는 데 일차적 책임은 미디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황우석 파문 이후 과학, 의학 보도가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 평가하나.

"용기있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경향신문이나 중앙일보 같은 신문도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다. 한국사의 질곡을 같이 해오면서 무수히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 한 번 하지 않은 신문이다. 앞으로도 안 할 것이다. 바람결에 '조선일보 아무개 기자가 후회하는 것 같더라'는 얘기는 듣는다. 하지만 그건 바람결이지 실제 지면을 통해 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황우석 사태 1년 보도만 해도 그렇다. 아직까지 과거에 대해 성찰하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엿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조금 나아졌다고 본다. 잘못된 기사가 나오면 곧 다른 매체에서 반박기사가 나온다.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정황이 보인다. 학계 내부에서도 연구 진실성에 대해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니 언론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관계자나 학계에서는 형식적으로나마 책임을 졌지만, 언론계에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데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나.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 이상 어떻게 할 수 있겠나. 본인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니 계속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언론 내부 질서가 조폭적인 분위기가 있다. 서로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적당히 뭉뚱그리고 곧이곧대로 지적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뭉쳐서 '손을 본다'.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동업자 의식은 여전한 것 같다." 

-< PD수첩>에서 황우석과 줄기세포 연구의 실체를 드러냈음에도 아직도 언론계 일부에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는 얘기를 하는데, 일반인도 아닌 언론계에서 아직까지 이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 MBC 최승호 PD ⓒ이창길 기자  
 
"사건 자체가 헷갈리게 진행돼 온 것은 사실이다. < PD수첩>은 줄기세포가 없다고 했고 황우석 박사는 바꿔치기됐다고 하고, 이후 검찰수사에서는 또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등 실체를 정확히 알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 분명히 해야할 것은 연구 진실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 황우석이라는 몬스터적 현상을 키운 대한민국과 언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김선종 연구원이 바꿔치기를 했든 안했든, 황 박사가 1번 줄기세포 조작을 지시했든, 안했든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분명히 지적해야 하는 것이다. 언론이라면, 여전히 황 박사에 연민을 품고 있는 대중에 영합할 것이 아니라 혼돈스러운 부분을 분명히 짚어줘야 한다. 그래야 교훈이 생기고 그것이 언론의 영역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실체의 모호함을 도덕적인 영역에서까지 모호한 것처럼 몰고가는 게 조선일보다.

유시민 장관도 < PD수첩> 700회 인터뷰에서 'PD수첩이 지나친 예단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는데 언론이나 공직자나 자기가 취했던 입장에 갇혀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노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 스스로 발을 깊게 담궜으면서도 그 뒤에 일언반구 얘기를 안 한다. 대통령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람들에게 모호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발을 깊이 담근 사람일수록 사과를 하기가 힘든가 보다."

-'PD수첩이 상처받은 국민들을 어루만져줘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방송 전부터 국민들의 심리적 충격이 엄청날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아이템까지 해서 3부작을 준비했다. 결국 방송은 5부작으로 나갔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더라. < PD수첩>을 일종의 가해자로 보는 경향이 있어 액면 그대로 흡수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가 국민들에게 '상처받지 마세요'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젊은 과학자들이 성과를 내서 진실 그대로 떳떳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상처를 치유할 수 있지 않겠나. < PD수첩>이 어떻게 더 하기가 힘이 부치는 측면이 있다. < PD수첩>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줄기세포' 방송 전 MBC내 여러 층위로 '압력'이 가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당시 상황을 이야기해 줄 수 있나.

"여러 쪽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압박이 있었다. 내가 직접 겪은 것은 한학수 PD가 책에 쓴 그 사례다.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봤기 때문에 한 PD가 압력의 대표적인 경우를 적시해 실은 것이다. 사람들은 그 사람이 누구냐에 관심을 갖는데, 실명을 밝히지 않은 것은 지금 그 얘기를 한다고 해서 진실이 밝혀지는 계기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 모씨가 잠깐 비난을 받는 정도로 지나갈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 PD수첩> 방송을 통해 당시의 권력지도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 PD수첩> 팀장도 아니고 PD도 아니지만 < PD수첩>은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압력을 가한 당사자 분들은 언젠가 < PD수첩> PD들의 방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때는 진실을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꼭 압력 때문이 아니더라도 취재 단계마다 그만두고 싶은 유혹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끝까지 할 수 있었나.

"이 문제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고 봤다. 우리가 이런 정도는 내부적으로 소화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지 않겠나. 또 언론으로서도 < PD수첩>이 어떤 식으로든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다시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확인해서 '긴지, 아닌지' 알고 나면 몰라도 중간에 접으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봤다. 시사교양국 PD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중간에 심리적 유혹은 있었다. 난관이 많았기 때문에 '아! 힘드네. 그만둬버릴까?' 생각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보안이 지켜졌기 때문에 밝혀진 것이다. MBC 고위층에서 '하지 말라'는 말은 없었지만 문제는 우리가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했다는 내용은) 그럴 리가 없는 것이지 않나. 누구나 그 얘기를 들으면 '너 미쳤냐'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 반응에 대해서 '그런 게 아니고 우리가 근거가 있다'고 설명할 수 있어야 되는데 취재 전에 내용이 새나갔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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