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밤 최승호 팀장은 참여정부의 전직 장관 모씨를 만났다.”

   
  ▲ MBC 한학수 PD의 책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  
 
MBC 한학수 PD의 책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에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서 ‘이날 밤’은 < PD수첩>이 ‘황우석 특집’ 방송을 사흘 앞둔 2005년 12월3일 토요일 밤을 말한다. 동시에 문제의 ‘YTN 폭로’ 방송이 있기 바로 하루 전날 밤이다.

한 PD에 따르면, 전직 장관 모 씨는 “공식적으로는 ‘자신이 청와대 대리인의 자격은 아니라’고 운을 떼”고선, “황 교수에 대해 ‘아버지’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설사 줄기세포가 없다고 해도 방송을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취재윤리 문제가 그냥 넘어가지겠느냐는 것이었다.” 한 PD는 이를 “12월4일 YTN 사태가 나기 전날 밤에 받은 최후통첩이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날짜를 되짚어보면 이 날은 11월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 PD수첩> 취재과정에서) 기자들의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라는 글을 남긴 며칠 뒤다. 황 박사와 < PD수첩> 팀간의 중재를 맡다가 11월28일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과 황인성 시민사회수석을 만나 사태의 심각성을 전달했던 김형태 변호사는 “김 실장은 취재윤리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김 실장이 ‘MBC에 수 차례 연락했다’고 했다”고 말했다(미디어오늘 지난해 12월21일자 보도). 최문순 MBC 사장이 12월5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청와대에서 방송하지 말라는 주문이 온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여러 채널에서 왔지만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답변한 바도 있다.

‘그날 밤’ 전직 장관 모씨의 언행은 과연 개인적인 차원이었을까, 아니면 권력 차원의 개입이었을까. 또한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 날 터진 YTN의 폭로와 어떤 연관을 갖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그 폭로 내용이 사전에 ‘어느 선’까지 공유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 것인지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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