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20일 <뉴스9>에서 방영한 '심층취재-줄기세포 연구 지금은'이라는 리포트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그대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 11월20일 KBS <뉴스9> '심층취재-줄기세포 연구 지금은'  
 
KBS는 이날 리포트에서 "한국 사회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던 황우석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흘렀다"면서 "황 박사팀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고 또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KBS "국내 최초 복제된 미니돼지 수컷 3마리 중 한 마리 건강하게 자라"

KBS는 "지난 6월에 태어난 '보나'는 수의학계의 권위지인 '동물 수의 산과학'지에 게재된다"면서 "스너피 연구를 통해서 개 복제 노하우를 터득하고 과학적으로 입증해서, 이번에 보나, 피스, 호프가 탄생할 때에는 그 효율이 놀라울 만큼 높아졌다"는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KBS는 또 "인간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완전히 중단된 만큼 황 박사는 이 미니돼지를 이용해 사람의 장기 일부를 생산하는 이종 장기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최근 국내 최초로 복제된 미니돼지 수컷 3마리를 완성시켜 그중 한 마리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금년 12월 중순에는 외국의 저명한 과학자 5명이 입국하기로 돼 있는데 국제 공동연구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는 정근화(황우석 박사 변호인)씨의 인터뷰도 내보냈다.

하지만 KBS의 이 리포트는 과학적으로 채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그대로 내보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황 박사쪽 변호인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방영한 것도 논란이다.

한 과학담당 기자는 "미니돼지 수컷 3마리를 완성시켜서 그 중 한 마리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내용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면서 "과학자 인터뷰가 아니라 변호인의 주장을 그대로 내보낸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 박사 변호인쪽 주장을 과학적 검증 없이 내보낸 것은 문제"

이 기자는 "지난해 '황우석 파문' 이후 과학담당 기자들이 논문으로 나온 뒤에 기사를 쓰자고 그렇게 논의했는데 이를 파기하는 기사가 또 나왔다"면서 "연구자가 했던 말도 못 믿는데 어떻게 변호인의 말을 믿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 과학기자들이 채택한 '과학보도 윤리선언'과도 배치되는 보도라는 점에서 '황우석 사태 1주년'을 다룬 리포트로는 '부적절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30일 한국과학기자협회는 "그동안의 과학보도는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말초적이고 선정적인 이슈를 캐는 데 급급해왔다"고 그동안의 보도태도를 반성하며 '과학보도 윤리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과학기자들은 이날 '윤리선언'을 통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 및 발명에 관한 취재 및 보도는 연구팀 관계자 등 이해당사자의 발언에만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국내외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반드시 확인한다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취재 및 보도는 철저한 사실확인을 토대로 하여 자칫 왜곡, 과장되어 전달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과학적 사실에 관한 취재 및 보도를 함에 있어 결과를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 것은 물론 추측보도를 자제한다 △과학적 사건을 보도함에 있어 '세계 최초' 또는 '국내 최초'라는 표현을 삼가고 그것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를 고려한다 등의 '윤리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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