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PD수첩>에 의해 '황우석 신화'가 깨진 지 1주년이 되는 오는 22일을 앞두고 황우석 사태 이후에도 일부 언론이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연구 성과를 보도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당시 신원이 노출돼 현재까지 실직상태에 있는 제보자 부부와 관련해 첫 보도를 했던 조선일보의 경우 아직 이들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황우석 사태 1년, 실직된 제보자에 아무 말 없는 조선일보

조선은 지난 15일자 10면 <'황우석 사태' 1년…각국 줄기세포 연구성과 잇따라 / 한국 '주춤'하는 사이…미·영·일 등 "우리가 줄기세포 강국">이라는 기획기사에서 "(황우석 사태 이후) 생명공학은 사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며 1년이 흐른 사이, 각국은 경쟁적으로 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실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단계의 연구결과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고, <돼지우리로 전락한 홍성 '황우석 농장'>에서는 "황우석 기념공원 부지로 논의되기도 했던 이곳(황우석 농장)은 역한 돼지 분뇨 냄새가 가득한 평범한 농장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선은 지난해 황 전 교수의 논문조작과 관련해 < PD수첩>팀에 제보를 한 연구원의 신원을 상세히 보도한 이후 당사자가 직장을 잃었고 현재까지 실직상태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기자들 "당시 제보자 신원 노출, 매우 위험했다"…조선 "신원 공개 안 되는 것도 논란"

조선은 지난해 11월30일자 4면 < PD수첩에 제보 전 연구원 결혼 때 황우석 교수가 주례 맡았다>와 12월5일자 <애초 'PD수첩 제보자'는 누구인가 황교수팀 연구원 출신…모병원 전공의로 있어>라는 기사를 통해 제보자 A씨가 황 전 교수의 주례로 결혼을 했고, 2002∼2004년 황 교수팀 연구실에서 일했으며, 2005년부터 서울 소재 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005년 12월5일자 3면  
 
당시에는 제보자의 신원이 알려지면 사이버 테러를 당할 우려도 높은 상황이었다. 이후 인터넷에서는 제보자의 실명과 사진, 재직 중인 병원까지 공개돼 A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한국일보 김희원 기자는 "당시 제보자의 제보 내용에 악의나 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 황우석 지지자들의 < PD수첩> 공격이 극심한 상황에서 제보자를 노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며 "조선은 제보자가 난처할 수 있는 처지로 몰아넣는 데 일조한 것에 대해 사과하거나 해결을 하려는 노력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이은정 기자도 "황우석 사태 이후 아직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세 부류가 있는데 한 부류는 조선일보 등에 의해 결과적으로 신원이 노출돼 실직한 제보자 부부이며, 또 한 부류는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 나머지는 황우석 지지자들"이라며 "이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의 황우석 사태 1주년 기획을 총괄한 문갑식 차장은 "당초 기사에는 제보자를 포함해 당시 사건 관련자들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준비돼 있었으나 지면 제약상 다 소화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제보자 신원이 노출된 것과 관련해선 만약 (신원공개가) 안 됐다면 그것 또한 논란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80∼90년대 큰 사건 폭로자들에 대해 언론이 어떻게 보호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 안된 연구성과 보도 여전

한편, 황우석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검증된 연구성과 보도"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12일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이 복제견 스너피의 배우자가 될 암컷 복제견 2마리를 탄생시켰다"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보도는 이 같은 관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 국민일보 7월13일자 1면  
 
가장 먼저 이 소식을 게재한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12일 온라인판에 <[복제개 2·3호 탄생] 스너피 배우자로 암컷 '보나' '피스' 복제…친자감별로 확인> <"스너피 복제술 입증하려 더 강행군"…보나는 '축복' 의미> <황우석 3인방 마이웨이…황, 구로동에 130평 연구실>라는 기사를 잇따라 실었고, 13일자 1면과 3면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 국민일보 7월13일자 3면  
 
이후 연합뉴스 CBS노컷뉴스 한국일보 세계일보 동아일보 YTN 등도 12일 온라인판과 13일자에 관련기사를 실었다. 이 중 연합과 한국, 동아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연구진의 목소리를 실었고, 한겨레와 문화일보, 경향신문은 각각 13일자와 14일자를 통해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제정이 추진되고 과학보도 윤리선언이 있었음에도 또다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연구결과가 언론을 통해 공표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쿠키, 복제개 2·3호 탄생 보도…MBC, 맞춤형 줄기세포 척추손상 개 치료 보도

경향은 당시 관련 기사들에 대해 "과학 연구성과는 학계에서 검증받은 뒤 언론에 보도한다는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보도행태는 지난 8월2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도 나타났다. MBC는 'LA 맞춤형 줄기세포, 척추손상 치료'에서 LA특파원발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이식한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척추신경이 손상된 개에 줄기세포로 만든 척추신경세포를 이식한 지 두 달여 만에 거의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MBC는 리포트에서조차 실험의 최종 성공여부가 11월 실시될 조직검사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전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경향신문 이은정 기자는 "황우석 사태 당시 일부 과학담당 기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등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이후 논문없는 기사는 게재하지 않기로 합의하기도 했지만 일부 언론사의 입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눈길을 끌 수 있는 기사에 대한 데스크의 주문이 여전한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MBC의 보도에 대해 이 기자는 "브릭(BRIC) 사이트에는 '황우석 건을 고발한 MBC로서는 다른 언론보다 더 올바른 과학보도를 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이런 식으로 보도해서 되겠느냐'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며 "마치 줄기세포를 통해 개가 바로 치료될 것 같은 환상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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