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북녘, 두만강 접경지대를 가다’ 지난 29일 방영된 ‘PD수첩’은 인육설에 대한 탈북자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조선(북한) 식량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인육설’ 부분은 취재진이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인육의 가공과정에 대한 상세한 묘사 부분은 대폭 잘라내는 등 방송 내용의 수위 조절이 없지 않았으나 ‘사람의 창자로 순대를 만든다’는 등 끔직한 내용을 방송함으로 해서 오히려 역효과가 있지나 않을 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한 사실여부와 북한 사회의 보편적인 얘기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았다.

정길화 PD는 “무엇보다 북한동포들을 상종못할 식인종이란 인식을 심어 북한 동포 돕기에 나서자는 국민 여론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했다”며 “그러나 같은 민족의 비참한 실상을 알게 하는 데 이보다 좋은 사례가 없다는 판단에서 인육설을 비중있게 다뤘다”고 밝혔다.

이같은 고민을 던져준 일부 내용에도 불구하고 PD수첩은 비교적 조선(북한) 식량난을 소상히 방송할 수 있었다. 이는 방송에 나간 7명을 포함, 10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변에서는 현재 남한의 골동품 수집상들이 중국공민증과 통행증 등을 위조하고 북한 공안원들을 매수, 조선(북한)에 잠입, 헐값으로 골동품을 사재기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동포의 식량난을 이용한 비정한 상혼이라는 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한 소행이지만 한편으로 북한내 잠입취재 역시 불가능하지 않다는 반증이라는 점에서 취재진들에게는 ‘고민거리’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정 PD가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은 취재 욕심이 아니다. 군비축소, 군량미 배분 등 북한 정권의 본질상 응할 수 없는 조건을 이유로 북한 동포들에 대한 식량지원을 미뤄야 한다는 정부와 일부 언론들의 논리다.

정 PD는 “북한동포돕기는 북한 정권에 대한 가치판단의 차원이 아니라 굶주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실상에 대한 사실판단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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