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에서 의류업을 하고 있는 조모(34세·여)씨. 지난 2일 한 시사주간지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해당 주간지가 선정한 ‘2006 대한민국 혁신경영인 대상’에 선정됐다는 것이다.

조씨가 관심을 보이자 해당 언론사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서류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신청서에는 소정의 협찬비 명목이 적혀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브랜드 박람회에 참가한 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에서도 비슷한 전화와 팩스가 왔다.

   
  ▲ 주요 신문사와 경제지들의 광고특집 섹션들. 대부분 협찬비와 광고수주가 목적이다.  
 
다른 시사주간지의 경우 해당 사이트에 2∼3년 동안 업체 링크를 걸어주겠다는 전화가 왔다. 최근에는 모 스포츠신문 기자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19면에 사진과 함께 기사를 크게 실어준다는 말을 믿고 100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지난 2일자 해당 스포츠신문에는 아주 작게 기사가 실렸다.

조씨는 “동일한 제품을 살 때도 신문에 소개되는 업체나 상을 받은 제품을 선택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 돈을 주고 산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면서 “속았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씨의 사례는 특별하지 않다. 광고특집이나 협찬성 기사의 경우 대부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 작은 신문사의 경우 주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큰 신문사의 경우 주요기업을 상대로 하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목적은 분명하다. 업체나 제품 소개기사의 경우는 협찬비, 광고특집의 경우 해당업체의 광고게재가 목적이다.

최근 신문들의 광고·협찬 특집이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주요 신문들이 지면을 늘리면서 광고유치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A신문사 광고국 관계자는 “기업별 홍보예산은 매체별로 책정돼 있는데, 조중동이 특집을 한다면 (홍보)예비비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마이너 입장에선 광고유치를 위해 더 자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주요 신문과 경제지들이 광고협찬·특집을 계속해서 게재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자동차 특집’의 경우 조중동과 매경·한경 등이 특집면을 발행했고, 이외에도 ‘카드 100% 활용’ ‘해외건설 특집’ ‘부동산 특집’ ‘금융보험특집’ ‘재테크특집’ ‘IT특집’ ‘중소기업특집’ ‘MBA특집’ ‘여행특집’ ‘사회공헌특집’ ‘장수기업특집’ ‘스폰서섹션’ ‘히트상품’ 그리고 해당언론사 광고대상까지 모든 부문에 걸쳐 광고 특집면이 발행되고 있다.

B신문사 광고국 관계자는 “조중동도 광고유치가 힘들어지면서 면수를 늘려 이슈화된 특집을 내 광고를 유치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큰 위험은 없지만 기업체의 연간 예산이 짜여져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수익이 예년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메이저를 중심으로 특집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특집발행을 늘리면서 예년 수준의 광고수주를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민임동기·이승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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