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최근 행보를 보면 분노를 넘어 연민을 느끼게 한다. 민심을 몰라서 그러는지 알면서도 그러는지 민심 '엇박자' 행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교육문제와 함께 국민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안이다.

참여정부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국민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원망의 제1 대상을 찾는다면 당연히 참여정부이다. 근본 원인은 참여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억울할 것이다. 부동산 억제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은 믿지 않고 일부 보수언론은 끊임없이 흔들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문제의 글' 내용을 보자.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정부, "양질의 값싼 주택, 대량 공급"/"집 사려거든 기다리세요"…8.31 흔들림 없이 집행>라는 제목의 글에서 "'부동산세력'이 문제다. 부동산투기를 일삼고 부추기거나, 부동산시장을 교란해온 부동산세력은 잊을 만하면 실체를 드러낸다"며 "부동산세력은 부동산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시장을 불안케 하는 언동으로 무주택서민들을 안절부절 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지난 10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부동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담은 글을 올렸다. ⓒ청와대  
 
청와대 "부동산 세력이 문제…부동산 언론 등 여기에 해당"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투기를 조장하여 폭리를 취하려는 일부 건설업체들, 주택을 담보로 높은 금리의 돈 장사를 하려는 일부 금융기관들, '떳다방'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일부 부동산중개업자들, 자극적인 기사로 시장관계자와 독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일부 부동산언론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부동산세력은 틈만 나면 정부정책을 왜곡하려 한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흔들리고, 그 결과 부동산투기가 일어나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부 언론은 부동산세력의 주장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특수한 지역의 거래상황을 일반적 현상으로 둔갑시키기 일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장에 근거가 있는지 여부와, 그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일부 언론과 건설업체, 일부 부동산 업자 등이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경청할 만 하다.

경실련 "언론과 경제관료도 책임 예외 아니다"

특히 일부 보수언론의 의도적인 흔들기는 언론시민단체들의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홍종학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13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건설족의 쿠데타, 대통령마저 짓밟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만하면 부양책을 남발하던 경제관료들,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 대공황이 온다고 겁주던 언론들,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정상가격이라고 우기는 시장주의자들을 과연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건설업자들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라며 언론과 경제관료 등도 비판의 대상으로 꼽았다.

   
  ▲ ⓒ경실련  
 
일부 언론은 부동산 정책 혼선의 '과실'을 따먹고 있다. 다수 서민의 고단한 삶은 안중에도 없다. 철저히 건설업계와 소수의 땅부자를 위한 논조를 펴고 있는 일부 언론을 향해 청와대가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자체를 나무라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제는 있다. 청와대의 비판에는 자신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빠져 있다. 국민이 보기에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혼란의 주범 중 '참여정부'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의 주범은 '참여정부'

홍종학 정책위원장은 "경실련은 결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과소 평가하거나 폄하하지 않는다. 참여정부 역시 원칙에 충실한 훌륭한 대책을 많이 수립했다"면서도 "단 한 번만이라도 국민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경실련의 4대 정책에 대해 논의해 달라고 그렇게 간청했음에도, 토론조차 허용하지 않는 참여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 경실련은 지난 5월 청와대 앞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실련  
 
정책의 혼선이나 정책의 신뢰하락이나 가장 큰 책임은 참여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 강남 땅부자들이 "다음 정부도 참여정부에게 맡기자"라고 얘기한다는 '우스갯소리'는 서민들을 더욱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참여정부를 탄생하게 만들고 2004년 대통령 탄핵 때 국민의 힘으로 참여정부를 구해줬건만 되돌아오는 것은 실망과 한숨뿐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언론 탓'을 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겸허한 반성 없는 '남의 탓' 놀이

그러나 겸허한 반성 없이 '남의 탓'만 반복하는 참여정부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이들은 없다. 도움의 핵심은 참여정부 지지가 아니다.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통한 시장의 안정, 결과적으로 서민들이 다리를 뻗고 살아갈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쾌재를 부르는 것은 조중동 등 일부 보수언론들이다. 국민의 힘으로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할 상황에서 청와대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기사회생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언론 탓'은 주체가 잘못됐다. 언론 탓을 해야 할 주체는 부동산시장 혼란의 주범 중 하나인 참여정부가 아니라 국민들이다. 참여정부 임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임기가 끝날 그 순간까지 겸허하게 반성하는 모습은 볼 수 없는 것일까. 언제까지 '남의 탓' 놀이로 보수언론 '도우미' 역할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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