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길 기자 photoeye@  
 
요즘 MBC 한학수(사진·37) PD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황우석 지지자들의 시위나 협박이 아니다. 황우석 사건의 제보자 K씨와 B씨가 사태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리를 헤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PD는 “한국 과학계가 이 두 사람을 얼마나 끌어안느냐가 한국 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줄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드디어 세상에 나온 ‘황우석 사태’취재기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사회평론 펴냄) 곳곳에서도 제보자에 대한 ‘빚’을 발견할 수 있다. 한 PD는 “그들이 없었더라면, 황 교수가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진 몇 년 뒤에, 우리는 세계로부터 쓰라린 부메랑을 맞게 될 운명이었다”며 “대한민국은 제보자 K 부부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맘때 오보의 소용돌이 속에서 언론학자라는 사람은 제보자를 밝히고 처벌하라는 주장까지 내놨고, 끝내 사람들은 제보자의 신원을 파악해냈다. 한 PD는 “< PD수첩>팀은 한번도 이를 확인해 준 적이 없지만 이들이 정상적으로 생업에 복귀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큰 부담을 안고 평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보자의 공헌을 드러내는 것은 한 PD가 이 책을 내게 된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 PD가 황우석 사태 취재기를 정리하면서 가장 경계했던 부분은 이 책이 후일담 정도로 치부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사건의 범죄적 측면을 드러내기보다 ‘왜’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나게 됐는지, ‘어떻게’ 진실이 우세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담백하게 드러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 PD는 “줄기세포가 있느냐, 없느냐는 결과보다 이 사건이 극복되어 가는 과정에 진실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이 “21세기 대한민국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투쟁의 기록”으로 읽히기를 희망했다.

“황우석 사태는 2005년 한국사회 단면을 보여주는 한 시대의 시상화석이다. 2005년에 벌어진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동안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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