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은 3일 조선·중앙·동아일보가 '간첩의혹 사건'을 다루면서 무분별한 인권침해와 추측보도를 통한 의혹 부풀리기를 통해 사건을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날 전국언론노조·언론개혁시민연대·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 대표들이 서울 안국동 카페 '달개비'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언론 모니터보고서를 발표했다.

민언련 "조중동, 무분별한 인권침해…추측·예단 통해 의혹 부풀려"

   
  ▲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단체 대표들은 공안정국과 냉전을 부추기는 보수언론의 태도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민언련은 모니터 보고서에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이번 사건 보도에 대해 △인권침해 △선정적인 제목달기 △추측·예단으로 의혹부풀리기 등의 보도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인권침해 사례로 이정훈 씨(구속)의 얼굴이 확연히 드러난 사진을 게재한 것과(조선·동아 10월27일자) 구속자들의 회사 정보를 구체적으로 기술한 점(조선 31일자), 사건과 무관한 피의자 가족의 간첩 전력을 보도한 점 등을 들었다.

조선은 31일자 8면 <"장민호, 386 정치인들과 친분 과시">에서 "장민호가 CEO로 재직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M사…M사는 기업 실무에서 사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유지 보수해주는 역할을 하는 IT업체" "서울 서교동 소재 이정훈이 운영했던 S업체…실평수 25평의 사무실은 보증금 1500만 원에 월세가 120∼130만 원 정도로, 올 3월 이정훈이 들어오기 전에는 임대료가 비싸 6개월 가량 비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조선은 27일자에서 최기영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의 부인과 처남이 '남매간첩단 사건'의 관련자라고 공개했다. 

"피의자 회사 정보도 낱낱이 공개…가족의 과거 간첩 전력도"

   
  ▲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3일 서울 안국동 달개비 카페에서 국정원 '간첩 의혹사건' 보도행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민언련은 이와 함께 이들 신문사가 <간첩에 돈까지 주는 정부?>(조선 27일자) <여 386정치인 사무실서 '포섭'>(동아 27일자) <"장 씨, 10여 명 북 공작원에 소개">(중앙 28일자) 등의 선정적인 제목을 뽑은 점도 언론보도의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무엇보다 민언련은 정치권, 시민단체의 386 인사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추측 보도한 점을 지적했다. 조선의 경우 지난달 27일자 <정치권·청와대 관계자들과 친분/국가정보 북에 줄줄이 샜을 수도>에서 "실제로 이들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과도 운동권 인맥을 중심으로 폭넓은 교분을 가져왔다"며 "정치권에서는 특정 대학 출신의 청와대 라인이 이번 사건 관련자들과 교분이 두터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 역시 같은 날짜 <386정치인들과 친분관계 정국 뒤흔들 뇌관될 수도>에서 "국정원이 압수한 장 씨의 컴퓨터와 서류에서 여당 국회의원 보좌관과 시민단체 간부 등의 이름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고 했고, 30일자 중앙 문창극 칼럼 <청와대는 안전한가>도 "청와대는 안전한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청와대를 386 운동권 세대가 꽉잡고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의 연루의혹의 가능성도 집중제기됐다. 조선은 28일자 1면 <평택·여중생 촛불시위 적극 관여>에서 "국정원에 체포된 최기영씨는 올해 평택 시위를 조직하고 이 시위를 확산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고, 최근 북한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의 유엔 대북 제재 참여를 반대하고 미국 책임론을 선도하는 성명과 시위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30일자 3면 <"시민단체 통해 반미 이끌어야">에서 "공안당국은 386 운동권 출신인 이진강 씨가 주로 시민단체의 업무현황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 씨의 행위가 북한 공작원 접촉과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언론단체 "진상 밝혀야 하나 공안 조성용 선동보도 반대…조중동 독재 그리워해"

한편,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언론단체들은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의 주사파 발언 이후 12년이 흐른 지금 일심회로 불리는 간첩 의혹사건이 터졌다"며 "대부분의 언론은 섣부르게 386 간첩단 사건이라고 낙인을 찍고 나섰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한국 사회 언론은 공안정국과 냉전을 부추기는 선동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간첩 의혹사건의 진상은 밝혀져야 하지만 이번 사건을 이용해 공안정국을 조성해 대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선동적인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조중동의 이번 보도는 대선을 한나라당의 승리로 이끌어 KBS 1-2TV의 분리, MBC 민영화,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통한 방송사 소유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언론노조 대표로서 이들을 제대로 견제해내지 못한 것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명순 언개연 대표는 "이번 보도를 보면서 다시 군부독재 시대로 회귀하려는 음모가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군부시절 당국이 입만 열면 빨갱이 간첩이 만들어지던 시대에 특혜를 받았던 이들 신문이 다시 그 때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교언론대책위원장인 진관스님은 "국정원이 열흘의 조사기간을 어제(2일) 더 연장해달라고 했다"며 "한 사람은 재미교포이고, 나머지는 회합통신죄로 연행돼 있다는데 그게 확실하다면 열흘 간 조사받은 뒤 국정원에 더 있을 이유가 없다. 기간 연장 자체가 부당한 인권탄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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