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문
신한국 내분 분석없이 ‘권력투쟁’ 양상만 부각


신한국당 내분에 대한 보도는 철저하게 ‘권력투쟁’의 양상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신한국당의 내부갈등이 권력투쟁의 성격을 갖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계파간 권력 다툼으로만 바라보고 이 측면만을 부각시켜 보도하는 것은 선거시기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무관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더욱이 보도량이 지나치게 많아 정책대결을 유도해야할 언론의 역할을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은 23일에서 27일까지 머릿기사는 물론 3, 4, 5면, 때로는 7면까지 정치면으로 할애하면서, 전언이나 예측 등의 기사로 신한국당 내분을 보도했다. 특히 23일 한국일보가 ‘김영삼-이회창 애증관계 분석’ 기사라든가, 1면에서 6면까지 ‘여 분당 위기’라는 소제목을 달아 야권 후보들의 반응을 기사화한 것은 지나치게 흥미위주의 기사라는 지적이다. 중앙일보의 24일자 1면 머릿기사 “김대통령, 이인제씨 밀었다” 3면의 “이인제씨 탈당 막을 수 없었다” 등은 무책임한 추측보도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해설기사의 경우 가십성이 많은 반면 사설이나 칼럼 등을 통해 사태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신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나마 이들 사설은 내분의 시비를 가리는 대신 주류와 비주류 양쪽 모두를 비난하고 있다.

싸움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싸움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 ‘찻잔속 싸움’에 연연하지 않는 ‘진짜 큰 그릇’(조선, 25일)이 없다고 개탄하는 류근일 칼럼, ‘아무도 정도의 길을 가고 있지 않다’며 ‘잠시 세상을 잊자’는 정성우 에세이 등 정치허무성 내용이 눈에 띄는 정도였지만 이들 역시 유권자들에게 신한국당 내분에 대한 반감을 정치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방 송
정치경제 현안 외면 , ‘월드컵 과당경쟁’


방송3사는 월드컵 보도에서 때로는 과다한 보도로 때로는 고도의 편집기술을 활용해서 월드컵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쥐어 짜고 있다. 월드컵이라는 국민적 관심사에 부응하고 있기보다는, 그것에 편성해서 시청율경쟁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KBS의 경우 10월 29일 월드컵 관련보도를 등 정치권뉴스 사이에 끼워넣어 보도했는데, 방송시각은 정확히 9시 13분 31초. 이 시각은 KBS 2TV의 ‘가족오락관’이 끝나는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편 당일 MBC와 SBS는 월드컵 소식을 각각 7분 36초, 10분 1초씩이나 다루었는데 이것은 주가와 원화폭락, DJP단일화 기아사태 등 주요 정치경제 뉴스보다 시간이 많다.

더구나 내용에서도 일본 점쟁이의 한일전 전망을 다루는 등 시청율경쟁에 매몰돼 최소한의 양식도 져버리고 있다. 10월 31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광주지역 TV토론회에서 양심수 석방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MBC는 당일 전혀보도가 없었다. 그러나 11월 1일 검찰의 반발과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각되자 이제 보도하기 시작했는데, 검찰의 반응만을 한 아이템으로 처리하면서 크게 전하고 당사자인 국민회의 입장은 <양심수발언 공방64>보도에서 각당의 반응과 함께 보도하는데 그쳤다. 선행보도가 없었으므로 이같은 불균형은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11월 2일 김대중 총재가 평화방송과의 대담에서 공산당이 아니면서 엠네스티 기준으로 그동안 종교계에서도 사면을 요구해온 사람이 검토의 대상이라고 해명했는데도 그에 관한 보도도 전혀 없었다.

결론적으로 양측의 진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형평성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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