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된 장민호 씨, 최기영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등 5명의 피의자 변호를 맡고 있는 이덕우 변호사는 2일 "국정원이 특정언론에 정보를 유출하는 등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법무법인 창조)와 김승교 변호사(법무법인 정평) 등 변호인단과 민주노동당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한 김승규 국정원장을 피의사실 공표금지 위반 등 혐의로 형사고소하는 한편, 수사과정에서의 위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1억원을 배상하라며 손배소송을 함께 냈다.

   
  ▲ 이덕우 변호사(왼쪽)가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김승규 국정원장을 상대로 한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내용에 대해 취재진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이덕우 변호사 "조선일보 등 특정언론에 수사자료 유출"

이 변호사는 소장 접수를 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개최한 브리핑에서 국정원 수사 중인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법률상 영장실질심사 때 변호인, 피의자, 가족 외엔 법정에 들어올 수 없고 공개하지도 않게 돼 있음에도 법정에서 변호인이 했던 얘기, 피의자를 방어하느라 했던 얘기, 양쪽의 공방에 대해 (특정 언론에) 세세하게 보도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법정에 있던 누군가가 전달했다는 얘기인데, 그 법정에는 피의자, 검사, 변호사, 가족 그리고 국정원 직원 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법정 공방 내용이 중계방송하듯 보도될 수 있었겠느냐. 국정원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한 "그 자리에는 판검사 및 피의자 가족 밖에 없었고, 유일하게 국정원 직원이 들어와 메모를 했다"며 "판사, 검사, 변호사, 가족은 얘기 안 했으니 국정원 직원 밖에 없지 않느냐. 언론에 공표된 내용은 현장에 없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상세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실을 나서면서 "국정원이 어느 언론에 정보를 유출한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선일보 등 특정 언론에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본다"며 "수사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보도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 변호사는 "예를 들어 장민호 씨가 북한에서 공작금을 받았다는 내용, 현재 추적 중이라는 내용이 어떻게 보도될 수 있느냐"고 설명했다.

"신문방송 보도, 연재소설 시트콤 보는 것 같아…두가지 사실로 소설 만들어내"

   
  ▲ 이덕우 변호사와 김승교 변호사(정면 왼쪽부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며 수사가 진행 중인 혐의사실의 언론 유출과 언론의 추측성 보도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 보도에 대해 연재소설과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10일 동안 신문에서는 연재소설, TV 메인뉴스에서는 시트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전혀 재미가 없었다. 일심회 사건에서 팩트, 사실이라는 것은 단 두가지 뿐이다. 첫째 국보법 위반, 간첩죄 또는 회합통신죄 혐의로 구속됐다는 것과 둘째, 피의자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현재 수사 중이라는 것이다. 변호인단이 받아들이기엔 이 두가지 사실밖에 없다. 그런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 방송에 보도되고 온갖 사생활, 가족관계, 주변얘기, 추측으로 지면과 방송 뉴스가 채워지고 있다. 급기야 현직 국정원장께서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국정원직원법 위반죄를 범하는 행위를 했다. 구속된 피의자와 가족들은 이를 묵과할 수도 없고, 현직 국정원장의 이런 행위를 도저히 지나칠 수 없다. 그래서 서둘러 오늘 김승규 국정원장을 형사상 고소하고 민사상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편, 피의자들은 이날 김 원장을 상대로 낸 형사고소장에서 "아직 재판에 회부되지도 않은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피의자들이 극구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는 검찰도 간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기자에게 '원고들은 간첩'이라는 취지의 말을 해 신문에 보도되게 했다"며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피의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표하는 것은 일찍이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김 원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정원 수사관들이 수사과정에서 변호인과 접견교통권을 침해했고 △야간수사를 자행했으며 △묵비권 침해와 피의자 협박 및 기망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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