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또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대상은 ‘역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이번 소재는 양심수 사면 발언이다.

대다수 신문은 사설을 통해 김대중총재의 양심수 사면 발언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대다수 신문은 ‘공산주의자는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았다고는 하지만 “조국애란 명분으로 폭력적 방법을 동원해 국가기강을 해치는 자들조차 사면할 수 있다는 발상은 문제”라며 김총재를 다그쳤다. 그리곤 김총재의 사상문제를 들고 나왔다.

김대중총재의 사상 문제를 가장 강도 높게 거론한 신문은 세계일보. 세계일보는 3일자 사설 에서 김총재의 ‘이념적 정체성’을 환기시킨 후 “지금에도 그는 이념·사상에 대한 의구의 시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다”고 밝혔다. 김총재의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었다.

동아일보도 2일자 사설 <김대중씨의 양심수 석방론>에서 “사안의 민감성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이런 발언을 간헐적으로 하기 때문에 색깔 시비가 거듭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 김총재의 사상 문제를 ‘완곡히’ 비판했다.

나머지 신문들은 김총재의 사상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심수 사면 발언을 헌정질서에 위배되는 발언으로 몰아감으로써 김총재에게 색깔옷을 입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신문은 일제히 “애국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사람”이란 김총재 말의 꼬투리를 잡아 “애국이란 명분만 내세우면 폭력적인 방법도 용인될 수 있다는 주장인지”(문화)를 따져 물었다. 그리곤 김총재의 직접 해명을 강력히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김총재의 해명 요구에서 더 나아가 DJP연합을 거론하면서 자민련에게도 입장 천명을 요구했다. “이번 광주 발언 같은 문제는 DJP정책마찰이 시작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김총재 발언에 대해 유독 자민련만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석연치 않다. 자민련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한국일보는 3일자 사설 <김대중씨의 양심수 사면>에서 “우리나라엔 양심수가 단 한명도 없다”는 법무부의 공식 입장을 전하면서 “당연한 반발”이라고 두둔하고 나섰다. 한국일보는 또 “진보세력의 지지를 겨냥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정치 지도자로서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반면 양심수 발언 파문을 선도한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에 비해 ‘부드러운’ 톤으로 일관,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사설( 3일) 서두에서 “자기 개선 노력만 보인다면 교도소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되도록이면 만기 이전에 석방될 수 있기를, 인도적인 견지에서 희망한다”며 김총재의 발언도 “우리의 그런 인도주의적인 행형관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었기를 바라고 싶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또 김총재의 해명을 촉구하는 대목에서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었으면 한다”고 깍듯한 표현을 써 이채를 띠기도 했다.

김총재를 성토하고 나선 대다수 신문들과는 달리 한겨레신문만이 양심수 사면 발언 파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3일자 사설(<양심수 사면 논란의 형평성>)에서 김총재의 발언은 사면권 행사에 관한 공약으로 찬반토론의 대상이지 색깔논쟁거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또 양심수 사면에 대해서는 이회창신한국당 총재도 밝힌 바 있다는 점, 그리고 전두환·노태우 사면론이 제기된 바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김총재의 발언만을 문제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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