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양심수 사면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등은 “양심수는 단 한명도 없다”며 반발하고 있고, 각 정당은 김대중총재의 사상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맹공을 퍼붓고 있다. 선거 때마다 있어온 색깔시비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또한 예외가 아니다. 아니, 언론이 앞장서 색깔시비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대다수 언론은 사법당국과 각 정당의 반발을 상세히 보도하는가 하면 사설을 통해 김총재의 사상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의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언론은 양심수가 단 한명도 없다는 법무부의 주장을 적극 옹호하면서 김총재에게는 “애국심이란 명분 아래 폭력적 방법을 써도 괜찮다는 말이냐”고 다그쳤다.

양심수의 존재 여부를 따지는 것은 참으로 구차한 일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율곡비리사건과 청와대 ‘밀가루 북송’관련 보도 등 권력의 ‘비리’나 ‘은밀한 프로젝트’를 보도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자들이 구속됐던 것이 바로 김영삼정부의 ‘문민지표’이고 언론자유 실태이다. ‘거대언론’에 대한 권력의 ‘탄압’이 이 정도일진데 우리 사회의 표현 및 사상의 자유가 실정법상 완벽한 수준에 있다는 믿음과 판단이라면 이는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형식적인 법논리를 앞세워 ‘양심수 사면론’에 사상의 멍에를 씌우고 있다. ‘양심수 사면론’
을 문제삼고자 한다면 양심수가 존재하는가하는 문제에 대한 검증과 다양한 주장들을 먼저 짚어보는 게 순서다. 그런데도 언론은 통치권 행사의 영역으로 사법적 판단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사면 논의에 대해 사법당국의 ‘월권적 반발’만을 확대, 증폭해 보도하고 일방적 시각으로 ‘매도’하고 있다.

언론은 그간 색깔 공방에 관한 한 한 목소리를 내왔었다. 색깔공세가 나타날 경우 이를 검증, 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앞서서 이를 확대, 증폭해온 게 그간의 색깔론 보도에서 확인되는 언론의 모습이다.

물론 언론사별로 자기 색깔을 가질 수 있고, 이에 입각해 논평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색깔 보도가 엄격한 사실 검증에 기초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색깔보도가 사실의 조작, 내지 왜곡에 기초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것은 악의적이고 광기 어린 ‘마녀사냥’일 뿐이다.

이번 양심수 사면 발언 보도도 이에 해당되는 보도라 할 것이다.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는 양심수의 존재를 부인하는 ‘억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마녀사냥식’ 색깔론 보도의 주체가 다수의 언론인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수구적 사고에 길들여진 일부 편집진이 색깔론 보도를 주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사면 발언 파문을 비롯한 대부분의 색깔론 보도가 편집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부풀려진 흔적이 역력하게 나타난 점은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색깔보도는 계속되고 있다. 언론계 내에서 제어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수의 언론인들은 언제까지 이런 ‘마녀사냥식’ 보도에 침묵으로 일관할 것인가. 정녕 그래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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