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합종연횡이 대선보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언론사간 경쟁에 기인하는 바 크다. 잘 팔리기 위해서는 재미있어야 하고, 재미를 추구하다보니 극적 요소가 다분한 합종연횡에 집착하는 것이다.

외국어대 김우룡교수(신문방송학과)는 “경선에 떨어지면 결과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그러나 언론은 ‘낙선자 뭐하고 있나’며 이인제후보의 출마를 자극하는 등 갈등을 유발시키는 기사들을 주로 다뤘다. 현재 신한국당이 콩가루가 된 데는 언론에도 적지않은 책임이 있다”며 “이런 보도는 언론이 대선후보들의 정책과 21세기 비전제시 등을 보여주기보다 흥미위주의 기사거리만 찾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지적엔 기자들도 동의한다. 신한국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언론사의 잘못된 부수경쟁이 정책기사보다 정치권의 이합집산, 합종연횡 등 갈등을 유발하는 흥미위주의 기사를 주로 다루게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언론사간 경쟁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러나 한 기자는 언론사간 흥미위주의 보도경쟁에는 국민들의 잘못된 취향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부의 한 기자는 국민의 관심사는 후보들간의 지지율, 순위, 당선가능성 등에 있다”며 “이같은 대중의 관심사가 우선 취재대상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해묵은 논쟁을 유발할 뿐이다. 국민들의 이런 취향이 언론에 의해 조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충분히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합종연횡보도가 주를 이루는 또다른 이유는 언론의 오랜 취재관행과 ‘대세’를 좇는 언론의 속성에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신한국당을 출입하는 정치부의 한 기자도 “한국정치가 제도나 정책보다는 사람 개개인에 의존하는 특정인 중심의 정치이기 때문에 이를 취재하는 언론도 사람위주로 취재행태가 종속되는 것 같다”며 언론의 취재관행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러나 또다른 정치부기자는 ‘언론사의 줄서기’를 합종연횡보도, 경마식보도의 근본적인 동인이라고 지적했다. 누가 대세를 잡느냐에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는 언론의 선거보도가 정치권의 합종연횡 중심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국민회의를 출입하는 한 기자도 “전반적으로 언론이 원칙을 가지고 걸러주지 않는다. ‘세’가 있으면 올바른 것이되고 ‘세’가 없으면 비판을 받는다”며 “이인제후보의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경선불복 조차도 정당화됐다”고 비판했다. 또 이 기자는 DJP연합에 대해서도 이미 “대세이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흐르면 희석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최창섭교수(서강대 신문방송학)는 최근 대선보도에 대해 “요즘 보도를 보면 언론은 스스로 더 흥분해 선거판에 끌려다니고 있다. 어떤 판단없이 신한국당 내부의 싸움을 일거수일투족 무조건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언론은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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