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신문의 고유 영역으로 간주되던 언론 환경은 방송과 인터넷 미디어 등의 영상 매체가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경쟁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신문의 위기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언론 환경에서의 신문의 입지는 급속하게 약화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인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유수 신문사들의 경우 신문 저널리즘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탐사 보도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탐사보도의 정의와 구체적인 사례, 그리고 그 문제점 등을 살펴봄으로써 침체해있는 지역 언론을 보다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서 탐사 보도의 활성화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탐사보도란 무엇인가?

역사적 기원으로 볼 때, 탐사보도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부정부패, 권력 남용 등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분위기가 부각되면서 부각된 폭로 저널리즘의 한 형태로 출발합니다. 탐사보도에서의 폭로의 성격은 열독률을 확보하고자 하는 단순한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공익과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사회 개혁 차원에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누구나 느끼고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불합리한 관행이라든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하지만 확인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정보 등을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취재, 분석하여 이를 심층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보다 나은 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저널리즘 구현이 탐사보도의 가장 대표적인 지향점이라 하겠습니다.

탐사보도의 사례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의 가장 대표적인 탐사 보도 사례로 1987년 <동아일보>에서 보도한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및 은폐 조작 사건’을 들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을 지속적으로 추적하여 심층적인 권력 문제를 파헤침으로써 정권의 변화와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를 촉발시킵니다.

그 밖에 광복 이후 좌익 세력 진압 과정에서 양민들이 공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건을 파헤친 1989년 제민일보의 ‘4.3은 말한다 사례’, 1994년 수사기관의 횡포를 고발, 공권력으로부터의 인권 유린 현실을 부각시킨 부산매일신문의 ‘부산 만덕국교 강주영양 유괴살해 사건 고문조작 사례’, 1996년 허술한 관련법을 이용,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과 공무원의 개발 비리 의혹 등을 파헤친 부산일보의 ‘부산 황령산 온천 개발 비리 보도’ 사례 등 탐사보도가 우리 사회의 변화에 미친 영향력은 적지 않습니다.

시의성과 무관하게 우리 사회에 내재한 심층적인 제반 사항들을 발굴하여 그 문제점을 심도 있게 다룸으로써 신문 저널리즘이 지속적으로 신뢰를 유지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병폐를 바꿔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셈이지요.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신문 저널리즘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출처가 불명확한 익명 보도가 남발되고 있고, 정치적 편파성이 지적되고 있으며, 그 밖에, 자사 이기주의의 문제, 기득권층의 대변 문제 등이 주된 이유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탐사보도 활성화는 불신이 팽배해있는 작금의 한국 신문 저널리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탐사보도, 신문사, 독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탐사보도는 그 특징상 단순한 사건 나열이나 전달보다는 심층적인 이슈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따라서, 얼마나 빨리 보도하는가에 대한 문제보다 얼마나 중요한 이슈를 발굴해내는가가 더욱 중요한 관심 영역이 됩니다.

기존의 신문 환경에서는 얼마나 빨리 보도하는가에 따라 특종과 낙종으로 구분되어지지만, 탐사보도에서는 중요한 이슈의 발굴 여부에 따라 특종 여부가 판가름되어진다는 것이지요.

신문사로서는 속보 경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보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이슈의 차별화를 통해 타 언론사에 대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으로써 독자로부터 신뢰는 물론 언론 환경에서의 경쟁력과 의제 설정 과정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독자들 역시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점을 보다 심층적으로 인식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요.

특히, 중앙과 지역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이 때, 탐사보도는 지역 신문사와 지역 주민이 함께 지역적 문제 해결을 통해 주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음으로써 지역적 정체성과 지역 내부 결집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신문의 역할 수행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탐사보도가 지역 언론에서 다루어져서 중앙 언론에까지 영향을 미친 바가 적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탐사 보도, 최근 현황 및 개선과제

최근 탐사 보도의 경향은 과거에 비해 보다 과학적인 기법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민주주의가 더욱 성숙해지고 있고 사회적 제반 문제들이 더욱 고도화, 전문화된 형태로 숨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탐사 보도의 형태도 컴퓨터를 이용한 취재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한 심층 분석 등 과거 학계에서 주로 활용되어져 왔던 다양한 과학적 기법들을 동원되고 있습니다. 또한, 그 결과를 그림이나 도표를 통해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보다 쉽게 하고자 하는 노력이 병행되고 있는 것 또한 특징적입니다.

   
  ▲ <동아일보>2004년 10월 4일  
 
2004년 중앙일보의 ‘서울 열대야 분석’을 시작으로 <동아일보>의 ‘7대 도시 범죄 지도’ 사례와 <중앙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의 ‘파워 엘리트 분석’ 등은 과학적 통계 방법을 알기 쉬운 그림의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심층적 단면들을 보다 대중적인 차원으로 승화시켜 보도한 대표적 사례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탐사 보도를 통해 신문 저널리즘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는 몇 가지 점에서 개선되어야 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들 수 있는 점은 정보 공개에 대해 소극적인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만약 정보 공개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면, 신문사가 비록 우리 사회의 심층적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따른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사화를 위해 별도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적지 않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은 있으되 실행할 수 없는 환경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지요.

또 하나의 문제는 과학적 방법 습득을 위한 기자의 교육 문제입니다. 다양하고 효과적인 과학적 취재 및 분석 방법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자들의 재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자체적인 분석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고도의 분석을 위해 외부 전문업체에 용역을 주더라도 신문사 내에 전문 인력이 포진해있지 않은 한 의미있는 보다 내용을 도출해내기 어렵습니다.

신문사 조직 차원에서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또한 필요합니다. 탐사 보도의 경우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심층적인 문제를 폭로, 부각시키고 이에 따른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지만, 일반 보도 기사에 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반면 특종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신문사 조직 측면에서 투자에 따른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록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언론 환경에서의 경쟁 상황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신문 저널리즘이 대중적 신뢰를 회복하고 독자적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돌파구로서 탐사보도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대구 경북, 탐사 보도 현황 및 활용 방안

대구 경북 지역 언론에서의 탐사 보도에 대한 관심은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2005년을 기점으로 심층 분석 보도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면 개편을 통해 그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구 경북 지역에서의 탐사보도는 그리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더 나아가, 탐사보도에 내재한 공익과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사회 개혁적 차원에서의 접근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향 또한 존재합니다.

얼마 전,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정치인 후원 내역을 선관위에서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 데이터베이스가 공개되자, 서울 및 부산의 주요 신문사들은 각종 탐사 보도 기법들을 활용, 한국의 정치 후원금 상황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시도하여 제반 문제점과 그 대안을 모색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 <참언론대구시민연대>모니터보고서  
 
하지만, 참언론대구시민연대 모니터보고서에 따르면,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등 대구지역의 주요 신문사들의 경우 대구 경북 정치인들의 민감한 문제들은 제외하거나 다루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의 언론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여집니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매일신문>이 SNA(Social Network Analysis) 기법을 활용, 대구 지역 리더들의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지역의 심층적 문제를 보여주고자 한 점은 비록, 샘플링 과정에서 요구되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대구 경북 언론 환경에서의 탐사 보도의 향후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 <매일신문> 9월29일  
 
영남자연생태 보존회와 함께 연계하여 낙동강 생태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 또한 탐사보도로서 지역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 경북 지역의 변화를 모색하기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중앙의 신문사와 각종 매체와 뉴스 경쟁을 해야 하는 지역 언론으로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역 현안의 다양한 비판적이고도 심층적인 문제를 보다 자유롭고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이슈들을 발굴, 공론화하는 문제는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지역 신문사로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서 부각될 것이라는 점을 지금부터라도 심도있게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

*이 글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발행하는 '참언론 참소리' 칼럼(www.chammal.org)에도 실린 글입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언론개혁운동단체이며, 글쓴이 권장원 교수는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에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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