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다. 아무리 조선일보가 보기 싫고 미워도 이래서는 안된다.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벤츠S600의 뒷유리창을 벽돌로 내리 친 범인의 말마따나 조선일보가 비록 '민족의 적'이라 할지라도 이런 식의 대응은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아니다'.
 
방 회장의 차를 급습한 범인이 누군지 모르나 그 못지 않게 나 또한 조선일보가 보기 싫고 미운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식하게 벽돌을 들지는 않는다. 벽돌로는 기껏해야 차창만 더럽힐 뿐, 오욕으로 점철된 조선일보 역사를 종식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9일 오후 1시20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도로에서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조선일보 방우영 명예회장 부부가 탄 벤츠승용차의 뒷유리를 '근조'라고 적힌 벽돌로 깨고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내가 아는 '안티조선'은 비폭력이다. 합법이다. 시민운동이다. 그렇기로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한다. 불법적인 수단에 의지하는 것을 반대한다. '안티조선' 운동에 몸담은 이들의 생각 또한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민의 편에서 소비자운동을 벌이는 것도 그 때문 아닌가.
 
그렇기로 조선일보에 엄중 경고한다. 아직 범인이 누군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일을 어줍잖게 '안티조선' 측의 소행이나 혹은 정권 차원의 테러로 뻥튀기하려는 유치한 장난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특유의 언론플레이는 범인이 잡힌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 조선일보 10월2일자 사설  
 
나는 이번 사건을 통해 조선일보가 보여준 막강한 권력의 힘에 새삼 놀라고 경악한다. 대한민국에서 조선일보 외에 어느 누가 차량 유리창이 파손된 것만으로도 경찰 100여명을 총출동시키고, 나아가 한나라당 대변인의 긴급논평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까.
 
다 아는 사실이지만, 조선일보는 이미 그 자체로 웬만한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언론권력이다.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실세 중의 실세다. 어떤 이유로든 조선일보를 건드린 사람은 이 땅에서 살아 남지 못한다는 건 대한민국 공지의 사실이다. 조선일보에 찍혀서 피 본 사람이 한둘인가.
 
그래서다. 이번 일을 계획했다는 범인들의 정체를 경찰은 신속하게 밝혀야 한다. 대체 어느 누가 이처럼 간 큰 짓을 저질렀는지 속시원히 파헤쳐야 한다. 듣자니, 범인들은 가족과 친지 등 극소수만이 알고 있던 추모예배 일정 및 방 회장의 차랑번호와 이동경로 등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이같은 비밀을 안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더욱, 방 회장에 대해 이렇듯 속속들이 꿰고 있는 범인들이 왜 벽돌로 차량 뒷유리창을 내리치는 미련한 짓을 했을까? 설마 두께 5㎜의 승용차 특수유리가 그걸로 깨질거라 생각했을까?
 
조선일보는 2일자 사설에서 "유리조각이 차 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현장은 범인들의 살의를 분명히 느끼게 한다"고 썼다. 범인들이 진짜 살의를 가졌다면 백주 대낮이 아니라 야밤에, 그리고 경호차량이 여러대 호위하는 현장이 아니라 그가 혼자 있을 때 테러해야 하지 않나?
 
도주로까지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범인이 기껏 차 뒷유리창만 흠집낸 뒤에 '근조! 민족의 적 조선일보'란 글자가 적힌 벽돌을 남기고 갔다는 것도 의심스럽다. 도망갈 때 3m 가까운 담장을 훌쩍 뛰어 넘었다는 그가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흉기를 놓고 간다는 게 이해가 되는가?
  
조선일보 자작극이라고 말하자는 게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경찰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한시바삐 밝혀내야 한다. 그러자고 100여명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인력을 투입한 것 아닌가?
 
글을 맺기에 앞서 거듭 강조한다. 조선일보가 아무리 민족에 지은 죄가 많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폭력적 행사에는 단언코 반대한다. 미친 개를 잡는 것은 몽둥이라지만, 조선일보의 죄를 그렇게 다스려서는 안된다. 언필칭 '언론'이라는 허울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시민의 각성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더디 가더라도 그 수 밖에 없다.
 
끝으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번 일로 크게 놀랐을 방 회장 부부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는 바이다. 조선일보가 민족에 크나큰 해를 저질렀다는 것은 '안티조선'만이 아는 사실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오각성하고 민족적 양심을 속히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


문한별·언론인권센터 대외협력위원장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