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14번지. 창업주 고 백상 장기영 회장이 지난 54년 한국일보 깃발을 세운 곳이다. 한국일보에 17년간 몸담은 뒤 여기자 최초로 정년 퇴직한 고 조경희 기자는 2004년 7월 한국일보 기고문에서 창간 초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한국일보50년사.  
 
"내가 한국일보에 입사했을 때는 지금의 사옥이 아니고 삐그덕 소리가 나는 낡은 건물이었다.…건물은 비록 낡았으나 그곳에서 제작해 내는 신문은 그 당시 다른 신문들을 누르게 되었다.…초창기에 한국일보 건물은 보잘 것 없었으나 편집국에는 늘 사주가 아끼는 명문장의 기자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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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의 지휘 아래 승승장구하던 한국일보의 4층짜리 사옥은 68년 2월27일 불의의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7명의 사원이 진화과정에서 숨지는 등 창간 14년 만에 맞는 최대의 시련이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증축 중이던 신관 내 윤전기 2대를 가동해 전소 이튿날 2개면으로 신문을 발행했다. 숨진 사원들의 유족 7명을 채용하기도 했던 한국일보에 한 독자는 '건물 잃은 것은 작은 손실이다. 사람 잃은 것은 큰 손실이다. 용기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라는 위로 전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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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7월4일 새 사옥 신축에 나선 한국일보는 이듬해 6월4일 중학동 14번지에 지하 3층, 지상 13층 사옥을 세우게 된다. 이후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을 설계하기도 한 건축가 고 김수근의 작품이다. 조선일보 대표취체역(사장)을 버리고 떠난 백상이 명동에 있던 태양신문을 인수한 뒤, 새 신문사 터로 물색한 '솔재' 적산가옥 목조 2층 고무신 공장이 새롭게 태어난 순간이다. "한국일보 정신은 칠전팔기의 정신이다. 창간일의 6자 9자, 그것은 쓰러지면 또 일어나는 오뚝이와도 같지 않은가"라는 백상의 말 그대로였다.

그리고 '영광의 30년'과 '잃어버린 10년'을 뒤로 한 채 한국일보는 새 건물이 들어설 40개월 뒤를 기약하며 창간 때부터 머물러 온 중학동 14번지를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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