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비자금 의혹 수사유보 방침이 김영삼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10월 22일자 중앙일보 보도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 기사가 무리라는 일부 정치부기자들의 의견개진에도 불구하고 전육 편집국장의 주도하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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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앙일보는 당일자 초판에선 검찰 수사 유보 청와대 개입설을 박스기사로 간단히 처리했으나 돌연 기사를 키운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보도는 기사 처리과정에서 일부 정치부 기자들이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고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기사화에 이견을 표명했으나 전육 편집국장 등이 기사 키우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당초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 후원회 사무실에서 이총재 측근이 검찰의 비자금 수사 유보 발표 전 국민회의가 청와대에 밀사를 보냈다는 발언 내용을 토대로 박스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전 국장이 정치부 기자들에게 이에 대한 추가 취재를 지시, 기사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지난 22일 1면 머릿기사를 통해 청와대 고위소식통과 여권 소식통을 인용, 검찰의 비자금 수사 유보 결정이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총재간 막후 협상에 따라 이뤄졌다며 검찰의 결정 이전에 국민회의측이 김 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자료 및 의혹을 터뜨릴 것을 통보해 왔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보도는 신한국당측이 검찰의 비자금 수사 결정 유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으로 이후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진영의 김대통령 검찰수사 유보 지시설 내용과 거의 유사한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진영 모두를 파탄시킬 수도 있는 파괴력을 갖는 중앙의 이같은 충격적인 보도가 전적으로 청와대와 여권의 익명의 소식통에만 의존한 것으로 드러난데다 후속보도등을 통해 보도내용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언 등이 제시되지 않아 추측성 보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전혀 사실무근이다며 중앙일보에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언론중재위 제소를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국민회의는 23일 오전 간부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해 중앙일보 보도가 여당의 비자금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의도성이 짙게 개입돼 있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중앙일보측에 전달했다.

국민회의는 특히 중앙일보가 최근 일련의 기사를 통해 친이회창 논지를 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중앙일보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국민회의를 협박이나 하는 수준 낮은 정치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대검도 중앙일보 22일자 보도와 관련 항의 의사를 중앙측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김현일 정치부장은 청와대측이 오래전부터 이회창 후보를 밀지 않기로 결정한 흐름을 감지하고 관련 인사들과 기관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확인 보도한 것이다며 어떤 의도를 갖고 쓴 것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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