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색깔론 공세가 다시 한번 등장했다. 한나라당은 11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정연주 KBS 사장 연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것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한나라당 편파방송저지특별위원회(위원장 전여옥)가 주최한 행사였다.

KBS 정치부 기자 출신의 김형태 전 선거방송심의위원은 "정연주 사장은 동아일보와 한겨레 경력을 합해도 18년차 였는데 KBS에선 차장을 해야할 연차"라며 "100만 원짜리 결제도 안 해보고 혼자 글만 쓰던 논설위원이 1년 예산 1조3000억 원의 KBS를 어떻게 경영한다는 말이냐"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김 전 위원은 "1990년 KBS 뉴욕특파원으로 일하면서 한겨레 통신원 신분의 정연주 사장과 함께 현장에 있었지만 그는 반미 친북의 편향된 기사를 쓰는 사람이었다"며 "그런 사람이 KBS를 빨갱이 방송으로 만들고 있는데 참을 수가 없어 정 사장 취임 후 6개월만에 뛰쳐나왔다"고 색깔론 공세를 폈다.

김형태 전 위원 "차장 해야할 사람이 사장하니…"

이날 발제를 맡았던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KBS를 '마징가제트'로 비유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마징가제트가 합체해서 착한 일에 힘을 쓰려면 소형비행기를 타고 머리에 앉는 주인공이 올바른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정연주 사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 의원은 또, "조직원에게 상과 벌을 주는 사장 자리에 정연주 사장이 앉다보니 명품을 치렁치렁 걸친 여자 아나운서마저도 반미 좌파를 주장하는 현상까지 빚게 됐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의원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KBS 조직원들은 공직자들보다도 더한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탄핵방송은 19시간 가까이 진행된 반면 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사장의 자살은 한 컷도 보도되지 않았다"며 "KBS에서 14년 동안 기자로 일하며 5명의 사장을 만났지만 정 사장은 그 어떤 사장보다도 KBS를 공영성과 멀어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을 14년 동안 하다보니 제목에 특정인물 이름을 넣는 세미나까지 하게 됐다"며 "보통사람들은 세미나 주제에 이름이 거론되기 전에 거취를 표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문석 "찌라시 같은 말들로만 공격"

그러나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양 처장은 "같은 한국 땅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들도 있음을 새롭게 느낀다. 아주 특이한 토론회"라고 지적했다.

양 처장은 "국민의 82% 이상이 탄핵을 반대하던 상황에서 KBS가 했던 방송을 문제삼으면 국민 대다수가 바보란 말이냐"고 지적했다. 팀제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임원 1000여명을 자르며 지금까지 경영의 효율성 차원에서 요구됐던 것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처장은 또,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했다면 왜 FTA 관련 보도가 정부와 뜻이 다르며 국정홍보처장까지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겠냐"면서 '정권 홍위병' 주장을 일축했다. 양 처장은 "한나라당이 정 사장에 대해 비판을 하려면 보다 날카롭게 해야지 찌라시 같은 말들로 공격하면 국민들은 웃고 말아버린다"며 말했다. 

김창룡 교수 "법개정 통해 사추위 방식 고려 가능"

한편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KBS 사장 선임 방식과 관련해 "법 개정을 통해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사추위는 한시적이고 한정된 업무만 수행하기에 KBS 이사회에서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형오 원내대표와 황우여 사무총장과 전재희 정책위의장, 한영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박찬숙, 김충환, 김학송 의원, 이사철 전 의원 등 20여명의 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