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진 MBC 시사교양국 PD  
 
‘신친일파’로 불리는 오선화씨 입장에선 이번 MBC (8월15일 방영)의 내용 중에서 전 동거남이었던 기요츠카 마고토(淸塚 誠)씨의 증언 내용이 가장 뼈아팠을 것이다. 속속들이 자신의 예전 이야기를 알고 있는 그가 한국의 방송사와 정식으로 인터뷰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기요츠카는 오씨의 출세작 <치맛바람>의 대필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으려는 듯 확고히 말했다.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의 말대로 자신이 직접 한국어 원고를 먼저 작성했다면 이 책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난 이후 한국에서 <동경25시>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판할 때 왜 굳이 다시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사람을 구했는가?

자신이 써놓았다는 한국어 원고가 있다면 이걸 그냥 직접 손봐서 책으로 내면 되지 않느냐? 그는 나중에 번역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말이 안 되지 않느냐?”
기요츠카는 또, 오씨가 썼다는 책 <한국병합에의 길>을 한 손에 쥐고서 이어 말했다. “이건 아니다. 내가 예전에도 위험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정말 아니다.”

전해 듣기로, 오씨는 자신이 한국사람들로부터의 ‘테러위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자기 연락처는 한국사람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단다. 그러나 한편으로 수업시간에는 ‘한국의 유력 인사들이 내게 가끔 연락을 해와 좀 자제하라고들 이야기하는데, 난 거기에 개의치 않는다.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당당한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인다고도 하니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취재를 위해 필자가 오씨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오선화씨는 본인임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나는 친척이다. 오씨는 유럽에 가서 8월 말에야 일본에 돌아온다’라고 이야기했다. 기대했던 그 당당함을 느낄 수 없어 실망스러울 따름이었다. 뻔한 거짓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애처로움마저 느껴졌다. ‘평소 학생들에게 드러낸다는 그 당당함이란, 그냥 억지로 힘들게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역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며, 매우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만약 아니라면 오씨가 늘 하시던 대로 이번에도 반론 좀 제기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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