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저널리즘…상호불신 속 헐뜯기 난무
실종된 저널리즘…상호불신 속 헐뜯기 난무
지상파 ‘보도전쟁’ 무얼 남겼나

유례없는 '보도전쟁'이 무려 10일 동안 한국 지상파에서 벌어졌다. SBS의 올림픽 월드컵 중계권 싹쓸이의 후유증이다. 하지만 보도전쟁이 저널리즘의 기본에 합당하게 사실 중심으로, 공정하게 보도되었는가에 대해서는 그 간 논자들이 침묵했다. 한 마디로 지상파 3사간의 '감정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런 보도전쟁이 감정의 배설로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는 점에서 짚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지난 10년 동안 지상파 방송 3사간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공동대처 약속파기 사례를 살펴본다. / 편집자

방송3사 자기합리화 급급… “지상파 위기 스스로 부르나”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지난 10년 동안 스포츠중계권 계약 과정을 보면 지상파 3사는 상호 배신의 역사였다.(표1 참조)

   
   
 
KBS 4번, MBC 2번, SBS 2번. 서로가 서로를 향해서 돌팔매질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격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SBS가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상호불신에 가득한 지상파3사의 공동대처는 항상 약속파기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또한 이후에도 이런 위험은 상존한다. 그 때마다 지난 10 동안의 보도전쟁을 시청자들은 넋을 놓고 바라봐야 하는가?

SBS가 중계권을 독점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리아풀을 깼다고 KBS와 MBC는 SBS를 맹렬히 공격, SBS는 해명성 기사를 남발하는 한편, 시시때때로 반격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지상파를 공영과 민영으로 이분하며 공영은 선, 민영은 악으로 공격하는 KBS와 MBC, 이에 뒤질세라 자사의 홍보수단으로 저녁종합뉴스를 이용하는 SBS. 한 마디로 시청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지상파3사의 메인뉴스는 거의 난투극을 연상케 했다. 이들이 앞으로 공공성 공익성을 어찌 논할까? 지상파 3파의 메인뉴스를 대상으로 3일부터 10일까지 8일간의 보도내용을 분석했다.

▷KBS·MBC의 맹공, SBS의 해명=지상파 3사의 보도내용을 기사유형별로 정리해보았다. KBS MBC는 피해자의 위치에서 SBS에 대한 비판기사가 주종을 이루고 SBS는 이에 대한 해명성 기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KBS는 전체 7건의 기사 모두가 SBS를 비판하는 기사였으며, MBC는 전체 6건 중 5건이 SBS를 비판하는 기사. SBS는 전체 6건의 기사 중 4건이 해명성기사, 사건설명기사와 비판기사가 각각 1건씩 있고, 비판기사는 KBS를 겨냥했다(표2 참조).

   
   
 
KBS와 MBC가 SBS의 중계권 독점과 관련해 SBS에 대한 비판내용을 분류한 결과, KBS는 이 사건이 '상업방송의 본래 성격'에 기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고, MBC는 계약위반이라는 비판과 외화유출이라는 비판이 각각 3건을 기록했다(표3 참조).

여기에 분명히 할 것은 SBS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는 점. 지상파 방송사간 약속을 파기했다는 점에서 SBS는 분명 가해자다. 적어도 이번 사건은. 때문에 SBS는 해명성 기사를 내보내며 중계권을 독점하지 않고 3사가 공유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보도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 SBS의 대응기사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표4 참조). 

   
   
 
8월3일과 5일 기사에서는 독점중계권 확보가 독점 중계를 위한 것이 아니며, 시청자의 볼 권리 확보 측면이었다는 것을 강변, 중계권 가격도 합리적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8월7일 이후부터 반격에 나서, 코리안풀의 허구성과 KBS가 SBS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없다며 비판한다. 또 '남북한 동시중계권 확보'을 강조하며 중계권 독점계약의 당위성과 명분확보를 집중 홍보한다.

지상파3사는 시청자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끌어 붙여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하며, 마치 지상파가 3사 직원들의 소유인양 상호 공격의 수단,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저널리즘의 원칙은 이미 그들의 안중에는 없었다. 사실왜곡은 기본이요, 공정성 상실은 당연한 것인 양.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8월3일, KBS의 최초보도로 이 사건은 세간에 알려졌다. 이 기사는 8월 3일 KBS의 마지막 꼭지로 보도, 아주 감정적으로 접근한다.

[KBS 뉴스 9] 국익 눈감은 SBS, 올림픽 중계권 싹쓸이 2006. 8. 3
민간 상업방송인 SBS가 자회사를 통해 지상파 3사와의 합의를 깨고 4개 대회 올림픽 중계권을 단독으로 싹쓸이했습니다.…합의해 만든 코리아풀이 "또다시 SBS측의 얄팍한 상술"에 무너진 것입니다. 이는 자사이기주의에 함몰된 상업방송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강력한 공공적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 리포트에 '민간 상업방송 SBS'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쓰면서 감정적으로 이 문제를 보도한다. KBS 기사검색에 의하면, 보도에서 98년 이후 SBS를 '상업방송'으로 표현한 기사는 단 1건도 없었다. 다음 KBS의 SBS의 비판 기사 중 SBS를 지칭하는 표현을 모은 것이다.

[뉴스 9] 약속 깬 SBS, 웃돈만 950만 달러
결국 막대한 외화유출을 막으려는 방송사간의 합의 노력과 시청자의 볼 권리는 자사 이기주의에 눈이 먼 한 상업방송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뉴스 9] 독점 계약 SBS, 언론재벌 노린 무리수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 중계권까지 싹쓸이에 나선 상업방송 SBS의 행보. 방송이라는 공공재를 사유화해 방송재벌로 나가려는것인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서울 로칼 방송에서 출범한 sbs는 이미 방송 재벌입니다.

[뉴스 9] 불가피한 선택? SBS, 이상한 이중잣대
무엇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뉴스 보도의 논조가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180도 바뀌는 SBS의 태도,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상업방송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철저히 'SBS의 소유구조의 성격'을 문제 삼고 있다. '자사 이기주의에 몰두한 상업방송'에서 '방송이라는 공공재를 사유화해 방송재벌'까지 SBS 소유구조나 그 태생까지 건다. '상업방송 SBS'이라는 지칭과 SBS 기업자체에 대한 비난은 MBC에서도 이어진다.

[MBC 뉴스데스크] SBS, 올림픽 중계권 싹쓸이 2006. 8. 4.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방송이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중계권계약에 나섬에 따라 기존의 시청자들이 누려왔던…

MBC와 KBS가 SBS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방송으로, 방송재벌로 규정하면서 MBC와 KBS라는 공영방송과 '상업방송', '방송재벌' SBS 사이에 전선을 긋고 SBS를 맹렬히 비난한다. 의아할 따름이다. SBS가 '풀'을 깬 이유가 '상업방송'이기 때문이면, 그 동안 KBS와 MBC가 '풀'을 깬 이유는 '공영방송'이어서였던가?

   
   
 

KBS는 경제적 이유로 비판을 하고, MBC는 합리적 산정과 시청자 복지로 반박한다. 2006년8월, 'KBS MBC 대 SBS 보도전쟁'과 비교하면, 비판하는 쪽과 방어하는 쪽이 바뀌었을 뿐 아주 유사한 논리다. '국부유출 대 시청자 볼 권리'라는 대립이 그것이다. KBS가 MBS를 향해서 비판하는 2000년의 논리가 2006년에 와서는 MBC가 SBS를 비판하는 논리로 둔갑해 있다(표5 참조).

[MBC뉴스데스크] SBS, 월드컵 중계권까지… 2006. 8. 7.
SBS가 방송사간 합의를 깨고 올림픽 중계권에 이어서 이번에는 월드컵 중계권까지 싹쓸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계권료 역시 예전의 2배 이상 폭등했습니다.…SBS는 무려 2000억 원이라는 돈을 쏟아 부어 올림픽과 월드컵을 손에 넣었지만 상도의는 물론 국익까지 져버렸다는 비난은 면키 힘들게 됐습니다.

[뉴스 9] 프로야구.프로축구는 KBS와 함께 2000. 11. 30.
KBS는...프로야구를 2001년부터 4년간 독점 중계하기로 한국야구위원회 KBO와 합의…KBS는 프로축구도 내년부터 5년간 독점 중계하기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합의했습니다. ...문화방송이 합동방송 시행세칙을 깨고 박찬호 독점중계권을 확보함으로써 스포츠가 온통 메이저리그 잔치로 흐르는 것을 막고 국내 스포츠의 자생력을 키워주기 위한 조치입니다...KBS는 이를 위해 중계방송 횟수를 최대한 늘리고 타방송사가 원할 경우 중계권을 재판매한다는 개방적인 자세도 갖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둘러싼 논란 2주후, KBS는 방송3사가 공동으로 중계했던 국내 프로야구와 축구의 독점중계권을 확보, 한편으로 문화방송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하고, 다른 한편으로 '중계권 재판매' 즉 '중계권 공유'를 이야기한다. 이것 또한 2006년 8월, SBS가 취한 논리와 아주 유사하다. 보복조치일지언정, KBS가 지상파3사 '공동대처약속'을 파기하고 '독점중계권'을 확보한 것이며, 그 대안으로 '중계권 공유'를 주장하고 있는 것.

[SBS8뉴스]2010년부터 동·하계 올림픽 남북한 동시 중계   2006. 8. 3.
SBS 인터내셔널은 국민의 무료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SBS와 KBS, MBC 등 지상파 3사는 함께 중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SBS의 공세적 상황과 수세적 상황을 보면, 전형적인 논리의 이중성이 드러난다.

   
   
 

외화낭비, 중계권 협상 질서 문란, 국익을 건 중계권 줄다리기에서 외국의 손을 들어 준 꼴, 강력한 규제 필요. 최근 보도전쟁에서 KBS와 MBC가 SBS를 향해서 사용했던 논리들은 이미 8년 전 SBS가 iTV를 향해서 내뱉었던 주장이다.

[KBS 뉴스 9] 국익 눈감은 SBS, 올림픽 중계권 싹쓸이 2006. 8. 3
민간 상업방송인 SBS가 자회사를 통해 지상파 3사와의 합의를 깨고 4개 대회 올림픽 중계권을 단독으로 싹쓸이했습니다.…코리아풀이 또다시 SBS측의 얄팍한 상술에 무너진 것입니다. 이는 자사이기주의에 함몰된 상업방송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강력한 공공적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상파 주인은 시청자= 보도전쟁. 월드컵 때처럼 정작 '자기들끼리 잘 해 먹을 때'는 서로 눈감아주고, '자기들끼리 해 먹으려다 수틀리면' 이번 기회에 아주 끝장내자는 식으로, 심지어 보도프로그램을 통해서 대리전까지 마다하지 않는 아주 몰상식한 지상파를 보면서 참으로 분통이 터진다.

한미FTA의 태풍이 지상파의 생존을 극도로 위협하고, 방송통신융합추진위가 구성되면서 '보편적 무료 방송 서비스'인 지상파의 생존 자체가 백척간두다. 무료로 뉴스 교양 드라마 오락 영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유일 방송서비스인 지상파를 둘러싸고 외부환경은 아주 불리하게 변하고 있는 상황.

적어도 이번 기회에 중계권문제뿐만 아니라 작게는 드라마부터 크게는 무료 보편적 방송서비스 관련 정책까지 각종 현안문제를 상호 합의 상호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한편으로 용서를 구하고 한편으로는 구호와 논리 속에 있는 시청자 주권이 아니라 프로그램과 일상에서 구현되는 시청자 주권을 확보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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