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시계 수입유통업체 유니스&컴퍼니 관계자들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거쳐 수입된 자사의 브랜드 벨앤로스와 미쉘워치가 '가짜 명품'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 브랜드는 각각 세계적인 브랜드인 샤넬과 파슬 제품으로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 있다.

'가짜 명품' 지목된 G사와 무관한 회사 상품 노출

   
  ▲ KBS <뉴스9> 8월14일 보도. 앵커 왼쪽 어깨걸이 화면에 미쉘워치 매장과 시계가 그래픽 처리돼 있다.  
 
이 회사 브랜드를 가짜 명품으로 둔갑시킨 것은 KBS. 이날 KBS 메인뉴스인 <뉴스9>는 가짜 명품 실태를 고발하면서 가짜 명품으로 지목된 G사와 무관한 유니스&컴퍼니 제품을 화면을 내보냈다. <뉴스9>는 <180년된 명품?> 제하의 꼭지에서 '180년 전통의 스위스 명품이라고 선전하며 유명 백화점에서 팔려나간 시계가 사실은 스위스 시계협회에 등록조차 돼 있지 않은 가짜 명품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점에 입점해 있는 유니스&컴퍼니 매장 모습과 매장에 진열돼 있는 시계가 세 차례에 걸쳐 18초 가량 노출됐으며, 앵커 어깨걸이(앵커 멘트 시 오른 쪽 상단에 위치한 그래픽) 화면에도 이 회사 시계가 그래픽 처리됐다.

기자 리포트와 어깨걸이에 사용된 화면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의 모습이었다. 문제는 현재 압구정점에 입점해 있는 시계 매장은 이 회사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주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라면 어느 회사 제품인지 알아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계 구입 고객 "다른 상품이지만 기분 상해 환불 요청"

하지만 회사 관계자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다음날인 15일이었다. KBS 보도를 본 고객 이모씨(서울 목동)가 현대백화점 서울 목동점 매장을 찾아와 환불을 요구한 것이다. 이씨는 전날 앵커 어깨걸이에 노출된 바로 그 시계를 지난 4월 구입했었다. 이씨는 보도의 진위 여부를 떠나 "구입한 시계가 '가짜 명품' 취급을 받아 불쾌하다"며 환불해달라고 요구했다.
 
본사 관계자와 매장 직원은 고객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환불해 줄 수밖에 없었다. 대신 어떤 이유에서 환불을 요청하는지 확인서를 받았다. 이 확인서에는 "8월14일 KBS 9시 뉴스에서 보도된 G시계와는 전혀 다른 브랜드의 다른 상품임을 알고는 있으나 뉴스 화면상 미쉘워치의 이미지를 보고 기분이 상해 환불을 요청함을 확인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취재해간 날은 백화점 휴무일…휘장천 치우고 임의로 찍어가"

   
  ▲(위로부터) 1.리포트 중간에 노출된 미쉘워치 매장 모습 2.리포트 과정에서 노출된 미쉘워치 시계 3.어깨걸이에 사용된 미쉘워치 시계(환불요구가 들어온 시계)  
 
유니스&컴퍼니 정성호 사장은 "우리 매장 옆에 G사 매장이 임시로 있다가 이미 철수한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상관도 없는 우리 매장을 촬영해간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 사장에 따르면, KBS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을 찾은 지난 14일은 월요일로 정기휴일이었다. KBS 취재진이 백화점을 찾았을 땐 매장이 닫혀있고 직원도 없었다는 얘기다. 정 사장은 "취재진은 쇼 케이스에 덮어놓은 휘장천을 걷어내고 화면을 찍고 난 다음 약간 흐리게 처리해서 방송에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취재진이)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며 "기자는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앵커 화면(어깨걸이)에 나온 시계가 반품이 들어온 걸 보면 너무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KBS 기자 "어깨걸이에 노출됐다면 문제…확인해보겠다"
 
이에 대해 리포트를 한 KBS 기자는 G사와 유니스&컴퍼니가 무관하다는 점을 확인한 뒤 "어깨걸이에 미쉘워치 제품이 노출된 줄은 몰랐다"며 "어깨걸이는 편집부에서 제작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해당 회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리포트 화면에서 유니스&컴퍼니의 시계가 노출된 것에 대해선 "G사와 상관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했고, G사가 그 위치에서 제품을 팔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찍었다"고 해명했다. 이 기자는 이어 "그런 실수는 없었을 것 같지만 특정할 만한 수준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보도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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