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미묘한 시기에 갑자기 사교육비 문제로 시끄러워지고 있다.

교육부는 국민적 난제로 등장한 사교육비 해결을 위해 교육방송에 2개의 위성 채널을 운영토록 하는 위성과외 방송을 8월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위성과외 방송 추진과 관련 지난 12일 교육부 장관이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까지 교육부가 국민적 동의를 사전에 구했다는 그 어떤 얘기도 들리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는 2달안에 방송을 직접 편성, 제작하고 교재까지 만들어야할 당사자인 교육방송측에도 공식적인 협조공문 하나 보내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과외문제가 위성과외를 통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교육부는 15조원의 과외비 중에서 십분의 일 정도를 기대한다고 고백했다. 물론 그 액수라도 경감이 가능하다면 방송이 아니라 그 무엇을 동원해서라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정책은 아니, 과외비처럼 집안살림살이를 휘게 만드는 문제의 해결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야만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교육방송이 오는 8월부터 정상적으로 위성과외를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교육부가 만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방송을 너무도 모르거나 교육방송의 실정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무책임한 탁상공론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우선, 다른 모든 문제를 떠나 현재도 컨테이너 박스를 사무실로 이용하는 교육방송에는 아주 기본적인 방송 송출시설인 주조정실을 설치할 공간도 없다. 위성방송을 위한 2개의 주조정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 있어야할 1백50여명의 프로듀서들을 모두 방송국 밖으로 쫓아내야한다. 실제로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교육개발원의 연구원들을 다른 외부건물로 이주시키지 않는 한 방송은 파행으로 제작될 수밖에 없다.

지금 대다수 PD들이 방송국 밖으로 쫓겨나기전에 운동장에 컨테이너 박스를 더 설치해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기를 원하는 눈물겨운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위성과외 방송을 책임져야 할 교육방송의 제작 현실이다.

방송의 마지노선인 주조정실 공간도 없어 이 모양인데, 2달안에 만들어내야 할 그 많은 교재들의 충실성과 모두 외주로 제작해야할 프로그램의 질적 완성도 수준으로 과연 사교육에 의한 과외욕구를 흡수할 수 있겠는가? 이러고서도 위성방송을 통해 과외를 해결할 수 있다고 교육부는 자신하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위성과외를 설혹 억지로 가능하게 하여 성수대교나 삼풍처럼 부실이 예견되는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면 교육부는 그것이 국민을 상대로한 정책 사기극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부가 그같은 파행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 시점에서 사교육비 해결 방안을 진지하게 재검토한후 위성과외 방송 실시를 한 방안으로 다시 채택한다면 그에 따르는 성실한 준비자세를 보이고 실무를 맡게될 교육방송과의 현실가능한 논의를 펼쳐나가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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