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접대비가 2005년 26% 증가했다는 한국은행 발표에 대해 상당수 홍보담당자는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0~11일 이틀 동안 5개 대기업 홍보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홍보담당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접대비 규모가 줄거나 제자리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자접대 관행도 술·향응에서 골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한미회계법인이 지난해 문화관광부의 용역을 받아 기업 156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와 부분적으로 일치한다. 당시 조사에서 응답 기업 중 61.5%가 향응접대를 최우선으로 한다고 답했고, 현금접대와 운동접대를 가장 많이 활용한다는 기업도 각각 10.3%에 달했다. '접대 받는 사람이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접대비 항목에는 영업활동비와 더불어 언론 홍보비가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그룹 관계자는 "유흥주점에서 사용한 돈은 회사에서 가맹점 번호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등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그룹 임원은 "교제비 내에서는 골프를 치든 식사를 하든 재량껏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접대비를 대폭 삭감했다는 B그룹의 임원은 "예산이 줄어 골프 운동이나 술 먹는 횟수를 줄였다"며 "요즘에는 기자들도 술을 덜 먹는다"고 했다.

C그룹 관계자는 "회사에서 일정 액수 이상은 실명제를 하고 있다"며 "요즘은 기자들과 술 마시면서도 서로 경계를 할 정도"라고 했다.

D그룹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는 술자리 뒤에 자연스럽게 촌지를 주곤 했다"며 "이제는 아주 친한 기자 아니면 오히려 2차 술자리로 옮기는 게 어색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피할 수 없는 술자리에서 50만 원 이상을 사용할 경우 49만 원짜리 영수증 몇 장으로 분리해서 끊는다"고 귀띔했다.

홍보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변화는 '골프'였다. 골프 운동은 비용처리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D그룹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골프 치면 4명 식사비까지 합쳐 100만 원 정도 든다"며 "대여섯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면 인간적인 관계까지 좋아진다"고 했다. E그룹 관계자도 "골프비용이 술값보다도 더 적게 든다"고 골프 옹호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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