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누드모델 이승희가 난데없는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언론이 ‘최고의 누드모델’ 운운하며 낯뜨거운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어 ‘상업주의의 극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승희가 자전에세이 ‘할리우드의 노랑나비’와 누드사진집 ‘버터플라이’ 및 CD롬 타이틀을 홍보하기 위해 9일 귀국하자 2백여명의 보도진이 김포공항에 몰려 북새통을 이룬 것을 비롯해 방송은 이씨의 출연을 섭외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였으며 신문은 단독 인터뷰를 한답시고 대서특필하고 나섰다.

공영방송인 KBS가 1TV ‘여성저널’ ‘체험 삶의 현장’등 교양프로에 이승희를 출연시킨 한편 KBS 2TV ‘토요일 전원 출발’ ‘서세원의 화요스페셜’, MBC의 ‘특종 연예시티’ ‘일요일 일요일밤에’, SBS의 ‘황수관 신바람 건강법’, ‘생방송 한밤의 TV연예’ ‘생방송 이문세 라이브’ 등 방송사마다 각종 쇼·오락 프로그램에 앞다퉈 이승희를 끌어들였다.

신문들도 이승희를 주요 ‘화제기사’로 다뤘다. 특히 조선일보는 12일자에 이승희 단독인터뷰를 와이드로 게재하고 그녀를 ‘인터넷이 만든 영웅’, ‘21세기형 전문직 여성’이라고 칭송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그녀에 대한 언론의 찬사는 ‘데미무어보다 더 섹시한 모델 변신’(경향신문 5월11일자), ‘인터넷이 띄운 최초의 세계적 스타’(동아일보 4월23일자), ‘인터넷이 만들어낸 전세계 네티즌들의 우상’(한국일보 2월4일자) 등 다양하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12월26일 ‘미국서 누드모델로 각광받는 재미교포 이승희’라는 제목으로 와이드로 처음 보도한 이후 각 신문들은 인터뷰를 비롯해 ‘이승희 출연 비디오 출시’, ‘화제의 신간 할리우드의 노랑나비’, ‘이승희 누드집 버터플라이 국내 출간’, ‘이승희 천리안 출연’, ‘PC통신 이승희 열풍’ 등 천편일률적인 아이템으로 연일 이승희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언론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플레이보이지 등 선정적인 외국잡지가 인터네트에 범람, 청소년의 정서를 해친다고 법석을 떨었었다. 그런 언론이 이번에는 이승희가 플레이보이지의 표지모델이 됐다는 이유로 누드사진이 담긴 그녀의 인터네트 홈페이지 주소까지 자세히 알려주며 선정적인 사진과 화면을 내보내는 것은 상업주의에 찌들은 이율배반적 보도태도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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