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사와 신문사가 언론개혁시민연대에 이번 'SBS의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싹쓸이'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그래서 긴급히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SBS 이남기(사진) 정책기획본부장과 '전격인터뷰'를 추진했다. 그 와중에 '미디어오늘' 지면에 기사게재 가능여부를 물었고,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지난 8일 오후 5시 이 본부장 방에서 1시간30분 가량 진행한 인터뷰다. 공정성 시비를 우려해서 KBS와 MBC 9시 뉴스에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했다.

-KBS 8월3일자 <9뉴스>가 보도한 "최근까지 방송3사합동위원회(코리아풀)는 스위스 로잔까지 가서 IOC와 6300만 달러까지 의견접근을 봤지만 SBS가 자회사인 SBS인터내셔널을 내세워 IOC에 950만 달러를 더 얹어 주면서 독점중계권을 따냈다"는 비판에 대해.

"6300만 달러까지 의견접근이라고? 그 금액은 코리아풀이 IOC에 제안한 최초 금액일 뿐이다. IOC는 이 금액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힌 적이 없다. 의견접근은 사실이 아니다." 

-외화유출 비판에 대해.

" '외화유출' 운운은 실정을 모르는 소리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의 중계권료를 사례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미국은 NBC가 총22억1000만 달러, 캐나다는 CTV가 1억5300만 달러, 유럽연합은 7억4600만 달러, 일본은 2억2000만 달러를 '재팬컨소시엄'이 IOC에 제안한 상태다. 우리는 3300만 달러다. 일본에 비해 8분의 1, 캐나다에 비해 5분의1이다."

-MBC 8월3일 <뉴스데스크>의 "중계권료 협상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방송 3사 사장단의 협약서를 불과 두 달 만에 SBS가 파기했다"는 비판에 대해.

"먼저 풀을 깬 것은 사과한다. 하지만 절박했다. IOC가 '코리아풀'(지상파3사 스포츠국장 3명의 회의체)을 '담합' 운운하며, 가장 낮은 단계의 협상대상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정보와 더불어 CJ미디어와 IB스포츠 등 스포츠마케팅업체가 뛰어들었다는 정보를 입수, 'SBS인터내셔날'이 긴급 투입된 것이다."

-왜 '코리아풀'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나?

"금년 2월 AFC패키지를 IB스포츠가 독점 계약했을 때, 그리고 KBS가 10년 이상 이어 온 '코리아풀'의 원칙을 깨고, IB스포츠로부터 지상파 중계권을 재구매했을 때 우리는 아주 당황스러웠다. 마찬가지다. 지난 2월 KBS가 코리아풀을 깬 것에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IB스포츠와 같은 스포츠마케팅회사에 중계권을 뺐기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절차상에 미숙한 점이 있었다. 양해 바란다. 그러나 지상파3사와 중계권을 공유하겠다고 코리아풀에 확실하게 밝혔고, 이것을 코리아풀의 정신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봐 주길 바란다."

-지상파3사에 중계권을 공유하겠다고 확실히 밝혔다는 의미는?

"IOC로부터 중계권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발표 직전인 7월31일에 KBS MBC 스포츠국장에게 SBS스포츠국장이 각각 찾아가 올림픽 중계권은 반드시 3사가 공유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월드컵도 국내 스포츠마케팅회사와 경쟁하고 있는데 우리가 유리한 국면이라고 전하면서 월드컵 중계권도 확보한다면 3사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IOC가 우리 시간으로 3일 새벽에 공개 발표했고, 우리 언론은 3일 아침부터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8월3일자의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방송이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중계권계약에 나섬에 따라 기존의 시청자들이 누려왔던 볼 권리는 크게 제한될 전망"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익을 위주로 하지 않았다. 지난 월드컵에서 경험했듯이, 지상파 3사는 전부 손해 봤다. 케이블TV나 다른 스포츠 마케팅사들이 그 중계권을 확보했을 경우 훨씬 심각한 손해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자구책으로 봐 달라. 그리고 '볼 권리'를 침해할 이유가 없다. 독점방송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계권을 방송3사가 공유하겠다고 이미 밝혔고, 또한 3사 공동제작을 통해서 제작비용을 3분의1로 줄이는 것, 월드컵 때처럼 동시중계를 하지 않고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중계방송을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왜 하필 SBS가 스스로 총대를 메는가?

"다른 지상파가 중계권을 가져갔으면 우리에게 공유하자고 했겠는가? KBS와 MBC가 독점계약을 했다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겠는가? 우리는 민영방송으로서 여전히 약자다."

일단 '풀'을 깬 것에 대해서 분명히 SBS가 비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KBS와 MBC도 한 번씩 '풀'을 깬 전례로 비추어보아 지금처럼 '공격과 방어, 공격과 반격'의 저녁종합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납득이 안 간다. 지난 월드컵 때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도 중계방송인원을 100명 전후로 파견한 데 비해 우리나라 지상파는 합해서 600명 이상을 파견했다. 그때는 외화유출이 아니었나? 그때는 시청자의 '볼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는가? 오죽하면 시골의 할머니가 서울 사는 아들에게 '텔레비전이 고장났다. 이리 틀어도 저리 틀어도 온통 축구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전화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까? 제발 시청자를 방패삼아 자사 입장을 포장하지 말라. 시급히 지상파 3사 사이에 흐르고 있는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시청자를 위한 길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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