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아니 삼성이라는 이름 앞에 무릎 꿇어 침묵해 버린 지난 7월31일 '시사저널 기사삭제를 통해서 본 삼성과 언론' 토론회. 간간히 관련 기사가 있었지만 그대로 묻어두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발언들이 이어졌고, 특히 MBC 이상호 기자는 아주 충격적인 발언을 연이어 토해냈기에 다시 칼럼 형식의 이 글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자는 먼저, 이인용 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삼성의 홍보담당 상무로 이직한 날을 돌아봤다.

"지난해 5월2일 MBC의 간판이던 이인용 앵커, 당시 부국장이었습니다. 이 앵커의 삼성행이 전격적으로 발표됐습니다. 그 날은 이건희 회장이 고대에서 경영학이 아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으려다가 학생들에게 봉변을 당한 지 불과 수 시간만의 일이었습니다. 그 일이 발전하기 전에 상대적으로 좋은 이미지의 이인용 카드를 던져서 사태를 전환시키려 한 것으로 제게는 보였습니다."

   
  ▲ 이상호 MBC 기자가 지난 7월 31일 '삼성과 언론' 토론회에 참석해 '삼성 X-파일'을 보도하기까지 MBC 내부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밝혔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이와 관련해 이 기자는 개인 홈페이지에 '자본독재의 부활'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인용 앵커의 삼성행을 비판했다. 그런데 이 글을 게재한 뒤 이 기자는 MBC 보도국 일부 선배들로부터 "앞으로 옷벗을 선배들이 많은데 네 기사 때문에 삼성에서 연락이 안 오면 어쩌냐"는 책망을 들었다고 한다. 이 기자는 여기다가 신강균 MBC 기자가 '삼성의 로비스트'라는 충격적인 비판까지 덧붙였다.

이 기자는 또, 삼성에 대한 비판 부분에서는 "언론은 국민의 귀와 눈을 채우는 창문이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자신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설정한다. 문제는 이미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삼성의 손에 넘어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 이건희 일가의 기호에 따라 보여질 것만 보여진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토론회와 관련된 기사는 신문과 방송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토론회 내용을 다룬 기사들은 다음과 같다.

"삼성이 광고 끊으면 언론시장 휘청"(오마이뉴스 8월1일)
"네 기사 때문에 삼성서 연락 안 오면 어쩌냐"(프레시안 8월1일)
'핸드백 로비' 이상호 최초 고백 "신강균, 삼성의 로비스트였다"(데일리서프라이즈 8월1일)
이상호,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 관련 X파일 추가 공개(데일리서프이라즈 8월1일)
'삼성 공화국? 이건희 일가 독재국으로 불러라'(프로메테우스 8월1일)
"시사저널 사태 막으려면 신문법 강화해야"(미디어오늘 8월1일)
"삼성에서 자유로운 언론 과연 있나"(미디어오늘 8월1일)
"삼성 기사 기획단계부터 편집간부 신경 곤두세워"(한겨레 8월1일)

심지어 포털까지도 토론회 관련 기사를 찾으려면 '숨은 그림 찾기' 노릇을 해야할 지경이었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신문 대자보(www.jabo.co.kr)는 3일자 <신문과 방송 이어 포털마저 삼성에 무릎 꿇나?>에서 "사실상 한겨레신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터넷신문만 '삼성과 언론' 토론회를 산발적으로 다루었다"며 "'신강균, 삼성 로비스트였다'(데일리서프라이즈 8월1일 보도)라는 기사의 경우 각종 포털 뉴스의 중요한 위치에 배치됐을 법하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의견이었지만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에서 이 기사는 검색을 하지 않고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보도했다.

이 기자가 "삼성 X파일에 금창태 사장과 관련한 얘기도 나온다"고 언급한 부분도 돌아볼 만하다. 이 기자가 밝힌 금 사장과 관련한 얘기는 당시 편집인의 부사장 승진에 대해 논의하던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과의 대화내용이다. 다음은 이 기자가 토론회에서 밝힌 X파일 대화록의 일부다.

: 금창태 인사는 언제쯤 하는 게 좋을까요? 우리 부장단 인사가 10월 초하루거든요. 같이 하는 것보다 먼저 하는 게 낫겠죠. (이건희 회장에게)다시 한 번 말씀드릴 필요가 있을까요?
(중간 생략)
: 금창태, 느낌이 어땠어요?
: 일은 잘해요. 나이는 많은데 성미는 좀…. 그런데 고대 나왔어요. 금창태씨가 내년에 환갑인데 부사장 시켜줘야죠.
: 편집인이 실제로 최고죠?
: 맞습니다. 언론계에서는 중앙일보의 2인자죠.
: 실제 신문기사 편집에도 관여합니까.
: 회사 일에도 관여하고 편집도 관여합니다.

   
  ▲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언론학 박사  
 
이 기자는 금 사장이 이학수 부회장 관련 시사저널 비판 기사를 인쇄 직전 일방적으로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에 대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금 사장은 그들에 의해 낙점됐고 부사장 사장 부회장까지 오른 전형적 삼성이 인정한 인재"라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 7월14일 법정 최후진술에서 "그래도 나는 고발할 것입니다. 진실을 법전 속에 가두지 마십시오"라며 '기자정신'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던 이 기자가 약속대로 또 다시 이건희-이학수-홍석현-금창태로 이어지는 '국가권력 찬탈 음모'의 일면을 고발한 것이다.

이 기자는 오는 11일 법원의 선고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검찰에 의해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구형 받은 그이다. 언론계가, 아니 양심 있는 기자들이 계속 침묵하다 보면 우리는 '한국의 프리메이슨' 삼성을 감시 비판해온 기자 1명을 부지불식간에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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