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은 독일 월드컵 기간 동안 기존 동일 채널대역에서 HD방송과 동시에 SD방송을 함께 송출하는 MMS(Multi Mode Service) 시험방송을 실시했다. MMS는 추가적인 송신기나 송출안테나가 필요치 않으며 단지 SD 프로그램을 삽입시키는 간단한 엔코더 장비만 장착하면 된다. 가정에서도 역시 현재 보유하고 있는 TV로 HD와 SD방송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기존 주파수대역에서 MMS방송이 가능한 것은 신호압축기술이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MMS는 기술발달에 따라 발생한 부가적인 서비스로 당연히 시청자를 위한 무료 보편적 서비스에 사용되어야 한다. 특히 케이블방송의 부당한 요금 인상과 잦은 채널 변경으로 시청자의 선택권이 상당부분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청자 선택권 확대라는 차원에서 MMS 도입은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기대된다.

   
  ▲ 이창형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왜곡에 가까운 MMS 화질 문제제기

그러나 최근 확인 안된 사실들이 MMS를 왜곡하고 있다. 시험방송 중 화질에 대한 논란과 셋업박스의 오동작 문제가 발생했다. 화질문제는 MMS방송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방송사에서 송출하는 프로그램의 원본에 이상이 있거나 표준화면을 HD화면으로 변환하면서 생긴 화질열화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번 월드컵 경기 장면의 소스는 독일로부터 전송해오는 프로그램으로, 일본을 거쳐오면서 1초 정도 늦게 도착한다. 경기장면을 좀 더 빠르게 방송하기 위해 방송사에 따라 SD화면을 HD화면으로 변환해 송출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화질열화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MMS방식의 HD화질문제는 방송사에서 수개월동안 테스트를 거쳐 검증을 완료한 부분이며 해외에서도 비교실험을 통해 논쟁이 종료된 상태다. 미국의 ABC, FOX TV, CNN도 이미 같은 포맷으로 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일부 "HD 마니아"들의 문제제기로 화질 논란이 불거졌다.

정보통신부에서 제안한 'MMS기술검증단'을 통해 비교·검증을 실시하였으나 대부분 화질열화를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 토고전에서 이천수 선수가 골을 넣고 뛰어가는 장면에서 깍두기현상(블록노이즈)이 발생했다. 그 장면을 보고 MMS 때문에 생긴 화질열화로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날은 모든 방송사들이 MMS방송을 실시하지 않았다. MMS의 화질문제는 전문가들도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월드컵기간에 확인했듯이 MMS HD화면이 축구와 같이 움직임이 많은 화면에서 우수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셋업박스 오동작으로 수신불량현상이 나타났다. 수신불량은 MMS의 문제가 아니라 셋업박스가 표준규격에 맞지 않아 발생한 현상들이다. 이번 MMS시험방송도 표준규격에 따라 송출됐다. 규격에 맞지 않는 제품은 당연히 오동작을 수반하게 된다. 수백만 분의 1초를 맞춰야하는 방송에서 정교하게 제작되지 않은 셋톱박스는 오동작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발생 원인이 있음에도 마치 MMS 때문에 셋톱박스가 오동작하는 것으로 몰아버리면 기술발전은 요원한 것이 된다. 문제가 있으면 원인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규격에 맞지 않게 제작된 셋톱박스가 전체 공급된 130여만 대 중 극소수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이 정도 보급률 상태에서 문제가 제기됐던 것이 더 큰 혼란을 막는 기회라 생각한다. 앞으로 규격에 맞는 셋업박스를 제작할 수 있도록 기술개선에 노력해야하며 통일된 기술표준안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케이블업계 '딴죽' 마뜩찮은 이유

그동안 케이블TV는 지상파방송을 케이블망으로 전송하면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또한 보다 많은 유료 가입자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공동주택에 설치된 지상파의 공시청 수신 설비를 무단훼손하고 케이블 선로를 연결하는 불법을 자행해 왔다. 최근에는 불법적인 요금 인상과 잦은 채널변경으로 시청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방송위가 접수한 케이블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처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19개 사업자중 108개 사업자에 대해 2304건이 접수되어 지난해 대비 69%가 증가했다. 주요 불만사항은 일방적인 요금인상과 잦은 채널변경이었다. 또한 방송위의 실태조사에서 전국 112개 SO 상당수가 의무형(4000원)에 대한 공지를 회피하고 고가인 보급형(6000원), 기본형(15000원)으로 소비자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무형 상품 공지와 판매는 난시청 해소 차원에서 방송위가 규정하는 의무사항이다. 시청자의 선택권을 축소시킨다는 차원에서 케이블방송의 횡포로 지적된다.

또한 잦은 채널변경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무형으로 보던 채널을 갑자기 기본형에 포함시키는 등 잦은 채널이동에 대한 횡포가 끝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케이블방송의 횡포에 대하여 시청자들이 발벗고 나섰다. 지난달 16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케이블방송 독점규제와 난시청 해소를 위한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하여 케이블방송의 횡포에 응징을 준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듯 케이블방송의 지역독점과 상식에 반하는 횡포로 인해 시청자들의 폐해가 사회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는 마당에 MMS를 통하여 무료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 제공하는 것은 시청자 모두가 환영하는 일일 것이다. 공영방송인 BBC는 무료 지상파 디지털 채널 30여개를 묶어 'Freeview'를 출범시켜 성공적으로 영국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현재 영국의 디지털방송전환률이 66%에 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부터 시작된 디지털방송이 6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실질적인 디지털TV 보급률이 6%에 머물러 있는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원인은 아직도 디지털TV가 비싼 이유도 있지만, 디지털방송에 다양한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방송위원회에 발간한 '지상파디지털방송 수요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아날로그 방송보다 디지털방송에 더 많은 볼거리가 있다면 구매하겠다는 의견이 46%에 달하고 있다.

아날로그방송의 종료 시점을 2010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디지털TV 보급 속도로는 불가능한 기간이다. 목표한 디지털방송전환에 차질이 생기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디지털전환에 대한 비용은 여전히 필요하며 노후된 아날로그 시스템에 대한 시설투자도 병행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중삼중의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는 디지털전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검토돼야 하며 MMS 도입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과거에 불가능했던 방송환경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미 영국과 미국 등 선진 방송사들은 지상파의 다중방송이 일반화되어 있다. 지상파의 다중방송은 시청자에게 다양한 채널 선택권과 알권리를 제공하는 길이다. 정보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시청자의 복지 향상을 위해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유료방송의 갖은 횡포에서 벗어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시청자의 접근권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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