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광고 비수기를 맞아 광고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생보·손보사 광고가 신문광고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지난 1일자 조선일보를 기준(40면 발행)으로 전면 광고가 게재된 16개 면 중 3개 면이 이들 회사의 광고로 채워졌다. 이날 조선일보에는 AIG손해보험, AIG생명보험, 대한생명 광고가 나란히 실렸다. 다른 신문에도 생보·손보사 광고가 매일 빠짐없이 1∼2개씩 게재되고 있다. 이들 회사의 광고는 주로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와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집행되고 있다.

다이렉트보험 광고 비수기에도 '선전'

다이렉트보험 후발주자인 금호생명이 7월1일부터 신문시장에 광고를 집중적으로 집행하고 있고, 이에 앞서 올해 초부터는 ING생명이 AIG·대생·교보생명의 뒤를 이어 광고를 시작한 바 있다. 생보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호생명이 '알뜰 건강의료보험' 광고에서 AIG생명보험의 '다보장 보험'을 비방해, 지난달 11일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로부터 광고 수정결정을 받기도 했다.

   
  ▲ 생명보험, 손해보험사 상반기 광고집계  
 
생보·손보사 광고는 최근 몇 년 사이 시장흐름을 바꿀 만큼 빠른 성장속도(표 참조)를 보이고 있다. 비단 최근 2년 동안 집행된 AIG생명보험·손해보험과 대한생명의 광고비(KADD NMR 추정액수)만 비교해도 이 같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각각 111억4000만 원, 128억9000만 원, 109억800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던 세 회사는 올해 광고비를 대폭 늘려 158억 원, 210억6000만 원, 178억9000만 원을 집행했다. KADD NMR 자료가 일정 부분 오차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다른 업종에 비해 성장률이 두드러진다.

특히 이들 회사의 광고비 중 신문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표에서도 나타나듯이 이들 회사는 전체 광고비의 절반 가량을 신문광고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 AIG생명보험  
 
"신문광고, 마케팅 활성화·기업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

생보·손보사들이 신문광고를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상품의 특성상 광고에 많은 설명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방송은 15초, 30초의 짧은 시간 동안 함축적인 메시지(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용이한 매체라면 신문은 광고에 상품 설명과 홍보가 가능한 장점을 지닌 매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계약조건과 그에 따른 장·단점을 전달해야 하는 보험상품의 경우 신문광고가 단연 비교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업계에서는 신문 외에 장시간 방송이 가능한 홈쇼핑이 선호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AIG손해보험 관계자는 "신문이 광고효율이 좋고 복잡한 보험상품을 알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품 설명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면에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런 점에서 신문광고가 가장 효율이 높은 매체라고 말한다. 다이렉트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마케팅비를 너무 많이 사용할 경우 자칫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광고를 선호하는 둘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또 신문광고는 장기계약했을 경우 광고비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관계자는 "들어간 광고비에 비해서 그만큼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광고비 대비 효율을 감안해서 광고비를 집행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개월 치 광고를 미리 예약해야 하고 광고제작에 수 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지상파방송 광고와 달리, 신문광고는 광고제작 시간이 짧고 원할 경우 언제든 지면에 광고를 넣거나 뺄 수도 있다.

셋째는 소비자 반응이다. 생보·손보사들은 광고매체 선택 기준으로 소비자 문의전화 이른바 '콜 수'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업계에서는 상담원들로 하여금  상담 내용이나 보험가입 여부를 관리하는 관리프로그램에 소비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전화를 하게 됐는지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

   
  ▲ 대한생명  
 
업계 관계자들은 경험상 신문에 광고를 냈을 경우 다른 매체에 비해 '콜'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상담원들이 전화를 받으면 매체를 선택하지 않고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을 해두었다"며 "콜 수는 광고주 입장에서 수십 억, 수백 억원을 써서 확보한 것이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도 아는 사람이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매체의 열독률·구독률(시청률) 외에도 휴일 여부, 날씨, 상품 타깃 연령층 등의 변수를 고려해서 광고 시기와 매체를 선택한다. AIG손해보험 관계자는 "신문 광고라 해도 어떤 신문에 어떤 면에 실렸느냐에 따라 효과도 달라진다"며 "회사별로 경험치가 쌓여 나름의 집행방식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이렉트 광고는 마케팅 효과 뿐 아니라 기업PR 효과까지 유발한다는 점이다. 생보·손보사들은 다이렉트 광고를 기업PR에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다이렉트 광고를 처음 시작한 AIG는 높은 실적과 함께 기업 이미지까지 높아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AIG생명보험 관계자는 "다이렉트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인식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AIG생보, 조만간 기업 PR광고 시작할 듯
금호생명, 신문 중심의 매체 다변화 전략 수립

그러나 생보·손보사들의 매체 전략이 비슷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광고집행 경험과 주력 상품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신문광고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AIG이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하반기에도 신문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계획이다.

AIG생명보험 관계자는 "신문 마케팅을 통해서 가장 효과를 본 회사이고 전통적으로 그 부분에서 강하다"며 "하반기 광고 예산을 짜고 있는 중인데, 현재 기조를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다이렉트 보험과 연계되는 기업으로만 인식돼 있어 앞으로는 기업 PR 측면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AIG손해보험 관계자도 "조만간 기업PR 광고가 나갈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난 상반기 대비 신문광고비를 62.9% 늘린 대한생명도 현재의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우리 회사 광고는) 상품광고지만 이미지 광고이기도 하다"면서 "영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판촉지원 매체로서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타사와 경쟁을 위해 광고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풀이가 가능하다. 

   
  ▲ 금호생명  
 
7월1일과 8일부터 각각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기 시작한 금호생명도 홍보에 적극적이다. 금호생명 관계자는 "홈쇼핑만 계속하기에는 성장의 한계가 있고 인지도 측면에도 문제가 있어 신문과 지상파방송, 케이블 등에 복합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며 "신문의 장점은 마케팅 측면도 그렇지만 기업PR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분간 이 기조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전반이 신문 또는 신문을 중심으로 방송광고를 병행하는 것과 달리 교보생명은 반대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케이블 쪽으로 매체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처음 다이렉트보험 시장에 진입할 때는 신문을 중심으로 했지만 신문은 점점 효과가 줄어들고 있어서 케이블 쪽으로 광고를 옮기고 있다"며 "신문 쪽에 광고를 집행하는 회사들은 광고효과도 그렇지만 이미지 광고 대신에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별로 매체전략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광고비를 늘리는 추세이고 그 중심에 '신문'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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