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광주의 ‘상흔’을 다룬 영화 ‘꽃잎’의 안방극장 진출이 좌절됐다.

방송영화에 대한 사전심의를 맡고 있는 방송위원회는 지난 16일 심의소위원회를 열어 SBS가 방영을 신청한 ‘꽃잎’에 대해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다. 5·18 특집프로그램으로 ‘꽃잎’을 기획했던 SBS측은 방송위 결정에 불복, 재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꽃잎’은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광주시민들이 겪었던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총에 맞은 어머니를 뿌리치고 도망가면서 미쳐버린 한 소녀와 이 소녀가 당하는 성폭행과 버림받음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장선우 감독의 영화이다.

방송위는 미성년자인 주인공 소녀에 대한 강간 등 성폭행 장면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 때문에 불가판정을 내렸다는 것. 방송위 함상규 홍보부장은 “강간 등 성폭행이 영화의 주요 소재와 줄거리로 이루어져 이를 삭제할 경우 영화자체에 대한 훼손이 심각해질 수 있어 불가판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
다.

그러나 SBS는 영화에 나타난 성폭행 장면은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한 하나의 모티브일 뿐이며 방영시간이 자정을 넘긴 심야시간이라는 점을 들어 방송위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BS 박광호 편성제작부장은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장면은 일부 삭제를 한 상태에서 심의에 제출했는데도 성폭행 장면이 등장한다는 이유 하나로 방영불가 판정이 났다”며 “성인을 주 시청자층으로 하는 심야시간대에도 형식적인 자대를 들이대 불가판정을 내리는 것은 시청자들의 영화 볼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은 방송위에 시간대별, 내용별 영화심의기준이 다양하지 못하고 획일적이라는 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 똑같은 성표현이 등장하더라도 어떤 내용을 표현하고 있는지에 따른 판단 여부, 같은 심야시간대 내에서도 가족시청시간대와 성인시청시간대에 따른 차별적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대가 없는 것이다. 박부장은 이와 관련 “우리의 TV 방영 영화심의기준이 좀더 성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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