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미관을 해치며 흉물스럽게 서있는 서울시청 본관은 1926년 일제 경성부 청사로 세워졌으며, 해방이 되면서 서울시 행정의 중심 사무 공간으로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협소, 노후, 분산되어있는 시청사는 행정의 효율화를 저해하고, 이용 시민들의 많은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시는 청사확장을 위해 공사착공을 서두르고 있으며, 2009년도 입주를 예정으로 추진하고 있다. 본관 청사는 2003년 6월30일 등록문화재 제52호로 등록·관리되고 있다.

서울시청은 북악산과 경복궁, 그리고 조선시대 하늘에 제사지내던 원구단을 연결하는 서울의 신성 공간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남대문과 경복궁의 중간에 위치한다. 서울시청 건물은 조선총독부와 함께 일제가 민족정기를 말살하고, 침략을 영구화하려고 지은 대표적 건축물 중 하나로, 조선총독부는 '일(日)'자,  서울시청은 '본(本)'자 형태로 지었다. 폭력집단이 조직원들의 신체에 문신을 새기듯, 우리 국토의 심장부에 '일본'이라는 문자표식을 강제로 새겨 넣은 것이다.

문신을 지우자

   
  ▲ 서울시청과 서울광장. 잔디로 조성된 광장은 실제 타원형이만 프라자 호텔 옥상에서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아내면 둥근 원의 이미지로 표현된다. ⓒ서울시청  
 
해방 후 중앙청으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던 '일자(日字)' 총독부 건물은, 지루한 찬반논쟁을 거쳐, 1993년 역사적 철거가 이루어졌고, 오랜 복원 공사를 통해 경복궁은 그 원형을 되찾게 되었다. 뒤로 옹골차게 솟아있는 북악산의 기상과 함께 균형 잡힌 모습으로 제 모습을 되찾은 경복궁은, 막혔던 기운이 뚫리고 풍수도 제자리를 잡은 듯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일제 잔재 청산의 거보를 내딛은 쾌거였다.

그런데 조선총독부의 '일자' 기호가 없어지나 했는데, 시청 앞에 잔디광장을 조성하면서 다른 형태의 상징적 '일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프라자호텔 옥상에서 타원형의 잔디광장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아내면 영락없이 일장기 형태의 둥근 원으로 이미지화되고 이는 '본자(本字)' 형태의 시청건물과 결합되면서 '일자'로 연상되는데,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대다수 수용자들에겐 이러한 이미지가 더욱 인상적으로 각인되곤 한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의 항의가 거셌으며, "시청에는 친일파 후손들만 있는가?" 또는 "편협한 민족주의", "과민반응이며, 비약적 해석" 운운하면서, 한 동안 이와 관련한 논쟁이 뜨거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 앞 잔디 광장은 여전히 건재하며, '본자' 형태의 시청건물도 해방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철거 반대세력과 문화재 보호의 명분 앞에서 끈질기게 그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본자' 청사는 문화재이기에 앞서 조선총독부와 짝을 이루는 일제 침략의 대표적 상징물로, 일제가 우리 국토의 심장부에 새겨놓은 치욕적인 문신(文身)과 다름없기에, 해방 후 강제로 학습된 무형의 일본말을 당연히 버렸듯이, 유형의 '본자' 청사 또한 민족자존을 위해 반드시 철거해야한다. 이는 조직 폭력배의 마수에서 벗어난 존재가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문신을 제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日)자 부활

   
  ▲ 1926년 일제 경성부 청사로 세워진 서울시청 본관. '본(本)'자 형태로 지어진 서울시청 본관은, 1993년 철거된 '일(日)'자 형태로 지어진 조선총독부와 짝을 이루는 일제침략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서울시청  
 
시청 앞 잔디광장은 비록 그 형태가 타원이고 색깔도 초록이지만, 그 앞에 '본자' 시청이 버티고 있는 한, 우리들의 의식과 관념 속에서, '둥근 원→일장기→일자'로 연상되어, 여전히 일제침략의 상징으로 우리 마음속에 꺼림칙하게 자리 잡게 된다. 과거 일제가 조선 땅 심장부에 새겨놓았던 '일+본'이라는 문자와 문자의 기호체계는 '○+본'이라는 이미지와 문자의 기호체계로 변형되면서 그 상징이 교묘하게 부활된 것이다.

이제 서울시 청사 증개축을 위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역사성, 상징성, 인지도, 접근성 등을 고려한다면, 용산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보다는 현 위치에 새 청사를 짓는 것이 바람직하며, 새로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바 있다. 그러나 '본자' 청사를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새 청사를 증개축한다면, 이는 국가와 민족 앞에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게 될 것이다. '본'자 청사의 철거가 일본 제국주의의 대표적 상징물 청산을 통해 국권과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본질적 문제라면, 문화재 보호 차원의 보존주장은 지엽적 논리일 뿐이며, 더욱이 국보나 보물급이 아니라면 더욱 그러하다.

새 청사, 새 광장

   
  ▲ 서울광장은 잠재되었던 우리의 저력을 확인했던 공간으로, 세계인들에게 한국인, 한국문화, 한국의 역동성을 강하게 각인시켰던 한류의 진원지다. ⓒ서울시청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2006년 독일월드컵 축구까지, 서울광장은 다양한 행사와 집회가 열리는 등, 국민들의 축제마당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또 서울광장은 잠재되었던 우리의 저력을 확인했던 공간으로, 세계인들에게 한국인, 한국문화, 한국의 역동성을 강하게 각인시켰던 한류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붉은 악마들의 열정적인 거리응원 모습은 외신들의 취재대상이며, 호기심어린 외국인들에겐 볼만한 관광 상품으로 떠오를 만큼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었으며, 서울광장은 대한민국의 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신화적 공간으로 자리매김되었다.

반드시 '본'자 청사를 철거하고 새 청사를 신축해야한다. 80여년을 버텨온 경성부 청사를 허무는 것은 잔존하는 일제침략의 대표적 상징물을 청산함이 그 첫째 이유요, 서울광장과 청사 대지 전체를 통합하고, 부지를 효율적으로 구획 지음으로, 새 청사와 새 광장은 건축적으로도 아름다운 비례를 만들고, 기능적으로도 조화를 이룸이 그 둘째다. 셋째는 광장을 새롭게 조성하는 과정에서 잔디광장의 일장기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지워버리고, 넷째는 신축을 통해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대한민국 랜드마크(land mark)로 서울시청을 건설함이다.

반면, 기존의 계획처럼 '본'자 청사를 살리고 그 뒤에 새 청사를 지으면, 대지를 융통성 있게 활용하기 어렵다. '본'자 청사는 서울광장과 새 청사 사이에 어중간하게 끼어, 광장은 광장대로, 새 청사는 새 청사대로 기형적으로 배치된다. 또 새 청사가 완성되면 '본'자 청사는 우람한 새 청사의 위용에 눌려, 마치 고목나무 밑둥치에 붙어있는 매미처럼 옹색하게 느껴질 것이고, 새 청사와 광장을 기능적으로 연계시키는 데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류 시청

   
  ▲ 신청사 조감도: '본'자 청사를 보존함으로, 새 청사는 대지의 한쪽 편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고, 배치는 전체적으로 옹색하기 짝이 없다. ⓒ서울시청  
 
해서 '본'자 청사를 철거하고 새 청사를 신축코자 한다면, 이에 걸맞게, 청사와 광장이 통합적으로 설계돼야한다. 예컨대 월드컵 같은 대형 축제를 전제한다면, 새 청사 정면에는 최첨단의 고화질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서울광장은 많은 시민들이 이를 쾌적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기능적으로 설계되어야한다. 시청과 광장의 지하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계해 개발하되, 전시를 대비한 방공호는 물론, 이벤트와 집회장소, 가변형 무대, 중계방송실, 프레스룸, 행사대기실, 창고, 주차장, 화장실 등의 각종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불편 없이 축제를 즐기도록 해야 한다. 물론 잔디광장의 일장기 이미지 제거는 기본이다.

서울광장은 대규모 행사가 있을 적마다. 가설무대를 설치하고, 이에 필요한 각종 조명시설, 음향시설, 출연진 대기실 등을 그때그때 설치함으로, 고비용 지불은 물론 각종 안전사고에도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다. 새 서울광장에는 평시에는 평평한 광장의 일부로 사용하다가도, 무대가 필요한 대규모 행사가 개최될 때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광장지하에 설치된 무대, 행사준비가 완료된 무대가 솟아오를 수 있도록 최첨단, 가변형 무대로 건설함이 바람직하다.

지난해는 을사늑약 100주년에,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 있는 해였다.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논리로 '본'자 시청을 보존한 채, 새 청사를 증개축하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부분 논리에 얽매여, 국가와 민족의 대사를 그르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한다. 내 몸에 새겨진 치욕적인 문신을 제거하듯, 일제침략의 대표적 상징물, '본'자 시청을 철거하고, 훼손된 민족정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

새 시청, 새 광장은 증개축의 개념이 아닌, 원점에서 새로 설계하되, 21세기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할 대한민국 서울의 청사와 광장답게, 웅비하는 민족기상을 담아내고, 진정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민주의 광장으로, 축제의 마당으로,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으로, 예술적 건축물로 설계하고 디자인해, 인류 문화유산으로도 길이 남을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야심 차게 건설하자! 그리하여 세계 곳곳에서 한류가 붐을 이루듯, 여러 나라의 각종 청사들이, 새 청사와 새 광장을 따라 건설하는, 또 다른 차원의 한류 시청을 창출해내자! 
 

   
   
 
김재동 부장은 / 육군항공 헬기조종사 대위로 예편한(80-84) 김 부장은 MBC 영상국, 올림픽특집국(84-94), 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장(93), YTN 영상취재부(94) 보도국 영상특집팀장(2004.4)을 지냈다.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촬영인상(89) 대한민국 영상대전 프로특별상(2000) TV카메라기자회 특별상 삼성언론상(2001)을 수상했다. 연구논문으로 가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